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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

2화 악몽.

by 무명 흙


사람들은 다 다른 기운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기운이 약한 사람, 기운이 강한 사람, 기운이 그저 그런 사람.


쉽게 나누자면

귀신이 자주 보이고 가위가 자주 눌리는 사람이 바로 기운이 약한 사람이고

귀신을 거의 본 적도 없고 거의 가위가 눌리지 않는 사람이 기운이 강한 사람이다.

기운이 그저 그런 사람은 어쩔 때는 귀신이 보이기도 하고 또 몸이 아프거나 지칠 때 가위도 눌린다고 한다.


난 이 중에서 기운이 강한 사람에 속한다.

아니 속한 줄 알았다..

내 인생 최고의 악몽을 꾸기 전까지 말이다..


내가 고등학교 1학년때 이야기다.

나는 돈을 벌기 위해 한창 알바를 하고 있을 때다, 나의 전 글들을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너무 무리를 한 탓일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맞다."

몸살이 와버렸다 그동안에 쌓였던 피로들이 터져버린 것이다

열은 38도 넘게 올라가고 몸엔 힘이 없고 너무 춥기만 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약 먹는 걸 좋아하지 않았고 감기몸살은 그냥 집에서 땀 빼고 쉬면 낫는다고 생각하여

병원은 안 가고 그냥 몸살감기약 하나만 먹고 잠을 청했다.


그렇게 난 잠이 들었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자연스레 눈을 뜨게 됐다.

아직도 몸에 힘이 없어 천천히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보인건 대각선 앞에 하얀 한복을 입고 긴 머리인 거 같은 사람 형체가 보이는 것이다.

내가 잘못 봤나? 싶어서 다시 눈을 감았다 떴다.


그런데 아직도 그 형체가 보이는 것이다.

저게 뭐지? 3초 정도 생각하다 아! 나 가위에 눌린 거구나라고 바로 생각이 들었다

가위에 눌리게 되면 몸이 경직되어 움직이지 못한다고 한다.

이거는 정신은 깨어있는데 몸은 아직 깨지 않아서라고 하는데 정확한 건 잘 모르겠다.


나는 귀신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공포영화 호러물 이런 것들도 하나도 무섭지가 않다..

나는 처음 경험해 보는 가위라 신기하기도 한데 몸이 안 좋아서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난 어떻게 이걸 풀까라고 생각하다가 내가 인터넷에서 봤었던 걸 기억해 냈다.

그건 바로 새끼손가락부터 천천히 움직이면 가위가 풀린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게 난 새끼손가락부터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고 양손 손가락이 움직여지고

팔도 어깨도 들썩들썩 움직이기 시작했다.


좋아, 이제 한 번에 팍!! 하고 일어나서 깨버리자! 하고 하나, 둘, 셋! 하는 동시에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그런데 상체를 일으켜 세우자마자 누군가가 손가락으로 내 이마 정중앙을 살포시 누르면서 다시 눕히는 게 아닌가.....


이게 살포시 누른다고 해서 눌리는 게 이상하지 않냐 싶을 텐데 분명 살포시 누르는 거 같은데 뒤에서는 누가 잡아 당기는 느낌이 든다... 이건 경험해보지 않으면 아마 믿을 수 없을 것이다..


난 그렇게 다시 제자리로 눕게 됐다...

눕고 나서 눈을 살짝 떠봤다 근데 어떤 애기동자? 같은 애가 내 배 위에 앉아서 나를 보고 웃고 있는 것이다...

이건 분명히 꿈이고 실제가 아닌데 왜 이리 선명하게 보이고 꿈이라고 생각이 안 들지?라고 생각이 들었다..


난 다시 눈을 감고 손가락부터 하나씩 움직이기 시작했고 다시 한번만 더 시도해 보자라는 생각으로

하나, 둘, 셋! 하면서 드디어 몸을 일으켜 세웠다.


숨을 헐떡이며 일어나 불부터 켜고 옆에 있는 큰 거울에 기대어 숨을 고르고 있었는데 그 거울을 쳐다본 순간

나는 놀라고 말았다.


난 지금 분명 가위에서 깼는데 거울에 아까 가위눌렸을 때 봤던 하얀 한복을 입고 있는 사람 형체가 보이는 것이다..

난 지금 분명 꿈에서 깨어났는데.. 왜 있나 싶으면서 놀래가지고 앞에 보이던 겉옷 아무거 나를 주워 입고

밖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때 우리 집이 2층이었는데 내가 그 난간에서 뛰어내려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도와달라고 말을 꺼냈다.

하지만 말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고 혼자 옹알이 하듯 어버버만 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상한 게 있다.

내가 왜 굳이 2층높이 난간에서 뛰어 내렸을까?

그냥 계단으로 내려가면 되는데 그리고 아무리 2층높이라도 아무렇지 않게 뛰어내렸다는 게 이상하다.


어쨌든 그렇게 사람들한테 말을 걸려고 하는데 말이 안 나오는 거다

혼자 옹알이 하듯이..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봤고


"그 순간!!!!"


내가 진짜 눈이 떠졌다, 현실로 돌아온 거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을 거다

설명해 주겠다.


처음 눈을 떴을 때 봤던 하얀 한복을 입고 있는 사람형체와 애기는 가위가 눌린 게 맞아서 보였던거고

두 번째로 가위에서 풀려나 거울을 봤을때 똑같은 사람형체를 보고 뛰쳐나가 사람들한테 말을 걸었던 순간은 꿈이었다.

세 번째로 눈을 완전히 눈을 떴을 때가 현실이었던 것이다.


마지막에 진짜 눈이 떠지고 현실로 돌아오게 된 건 가위가 눌렸을 때 주변에 나타나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려고 하면 가위가 풀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이건 인터넷에서 알게 됐다 가위 푸는 법, 이라고 검색했을 때 나왔다.


정리하자면 현실에서 가위가 눌린 것이었고 그 꿈속에서도 가위가 눌려 2중으로 가위가 눌린 것이었다.. 꿈속에 꿈을 꾸게 된 거지...


즉 나는 꿈속에서 가위에 눌린 것이고 가위에서 풀려 거울을 봤을 때도 아직 꿈속이었던 것이다.

약간 인셉션? 같은 느낌인거지.


근데 중요한 사실은 내가 아니라 우리 엄마다.

엄마는 그 당시 TV를 보고 계셨고 그 TV 앞에서 내가 잠을 잔 것인데

내가 완전히 깨어나자마자 식은땀을 엄청 흘리면서 엄마한테 엄마 나 처음으로 가위눌렸어.. 와 식은 땀나 좀 무서웠어.. 이러니까


"엄마가 하는 말."


"왜?"


"하얀 소복 입은 할머니가 나오시디?"

"동자승도 봤고?"


이러는 거다... 난 엄마한테 가위눌렸다고만 말했는데..

내가 어떻게 알았냐고 할머니인지는 모르겠는데 하얀 한복 입고 있었고...라고 설명을 하고 있는데


그다음 내가 할 말이 "머리가 길었어"라는 말인데


엄마가 동시에 "머리가 길었지?"라고 하는 것이다...


난 너무 놀랬다.. 내가 꾼 꿈인데 어떻게 엄마는 그거를 알고 있는지....

맞다고.. 엄마 어떻게 알았냐고 다시 물어봤더니


그때는 내가 한창 방황을 했을 때였다 열심히 알바를 하지만 집이 싫어 들어오기도 싫었고 집에 보태고 싶지도 않았으니까 밖에서 방황을 많이 하던 시기였는데


나한테 엄마가 하는 말이

너 그동안 말썽 피우고 말 안 듣고 그래서 할머니가 너 혼내주신다고 하더라

그게 오늘인 거 같았고 네가 끙끙거리는 거 알면서도 일부러 혼나라고 안 깨운 거다

그러니까 말썽 피우지 말고 말 좀 잘 들어라. 라고 하셨다...


여기서 할머니는 우리 엄마가 모시는 신?이라고 하신다.

조상신은 아니라고 하시고 어떤 분이신지 나도 궁금하긴 하다.


이후로 나도 가끔 엄마가 무서워진다...


우리 엄마이지만 다른사람인거 같은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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