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향한 행복한 여정

목적이 이끄는 삶을 살아간다.

아침은 언제나 글을 쓰는 시간으로 시작된다.

창문을 조금 열어둔 거실엔 라벤더 디퓨저 향이 희미하게 퍼지고, 헨델 '미뉴에트 G단조를 듣는다. 슬픔과 아름다움을 촉촉한 감성으로 전달해 주는 사랑스러운 곡.


커피포트가 ‘딱’ 하고 꺼지는 소리에 나는 조용히 책상 앞에 앉는다.

창밖의 정원에서는 손수 심은 라벤더가 이슬에 젖어 있다. 그 풍경은 오늘도 나에게 작은 문장을 하나 떠올리게 만든다.


“조용한 것들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를 이제야 안다.”


나는 그 문장을 노트에 적고, 거기에 얹을 생각들을 천천히 정리해 본다.

예전의 나는 생각을 정리하는 데 늘 서툴렀다.

어디서부터 써야 할지 몰라 하얀 노트를 멍하니 바라보던 날들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매일 아침 30분, 나를 위한 글을 쓰기 시작한 지 벌써 6년째다.

처음엔 그냥 책을 읽고 짧게 감상을 적는 것에서 시작했다.


책 속 문장을 옮겨 적고, 그 문장이 왜 내 마음을 흔들었는지 써봤다.

그게 쌓이자, 글쓰기 교실에 참여하게 됐고,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 스토리"에 매주 한 편의 에세이를 올리기 시작했다. 가장 낮은 기본부터 천천히 시작하기로.

설렘과 걱정이 뒤섞인 첫 글은, 친정아버지에 대한 애틋함으로 피어났다. 말로 꺼내지 못했던 마음의 무게를, 가슴이 대신 써 내려갔다.


시아버님은 알코올 의존증으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셨지만, 내게 그는 참 멋진 분이었기에 꼭 글로, 그림으로 남기고 싶었다. 하지만 역시, 팔은 안으로 굽는다 했던가. 숙제가 또 하나 생겼다.


첫 독자는 귀염둥이 둘째 딸. 외할아버지를 떠올리며 조용히 눈물을 훔치던 아이. 시크한 큰딸은 “음, 좀 썼네”라며 짧은 평을 남겼고, 막내아들은 “엄마 재능으로 펼쳐봐.”란 엉뚱하면서도 묵직한 응원을 건넸다.

그 후 또 다른 사람이 “당신 글을 기다린다”라고 했다. 그렇게 나의 작은 글방이 생겼다.


이젠 매달 에세이를 한 편씩 연재하고, 한 권의 책을 써냈다.

제목은 《나를 숨 쉬게 하는, 모든 것들》

출간 소식에 가장 먼저 축하해 준 건 두 딸이었다.

“엄마, 드디어 썼네. 엄마다운 책이야.”


여자친구에게 푹 빠져 여전히 말수 적은 아들.

아, 정말… 잘 키운 아들은 결국 미래 그녀의 것이라는 말, 실감 난다. 갑자기 또, 배 앓고 싶다!

오래전 하루를 다 소비해도 남는 게 없는 느낌의 공무원 비서실에 있던 시절, 늘 누군가의 말을 대신 정리해 주며 살았던 나였다.


정작 내 생각은 늘 뒷전이었고, 말보단 묵묵히 듣는 쪽에 가까웠다. 그런 내가 지금은 내 목소리로 책을 쓰고, 누군가의 마음에 말을 건넨다.

그게 신기하고, 감사하고, 또 대견하다.

아이들은 이제 제 삶을 살아가고 있고,

남편은 여전히 성실하고 유쾌하다.


연애 시절,

그는 『상실의 시대』와 『내 말 좀 들어봐』를 건네며 비틀스 노래를 함께 듣길 좋아했다.

요즘 우리 부부는 같은 책을 읽고, 운동하며 서로 느낀 것을 나눈다.

그게 이 나이의, 조용한 데이트가 되었다.

어젯밤엔 『우리는 언젠가 헤어진다』를 함께 읽었다. 나는 죽음을 담담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좋았다고 말했고, 그는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우린 오래 같이 살자.”

그 말이 이상하리만치 따뜻한 위로가 되었다.


보고 싶은 아버지, 당신께 문득, 묻게 됩니다.

거기, 평안하신가요?

이 삶은 정말 제가 선택한 걸까요?

아니면 당신이 바라던 삶에

조금씩, 조용히 나를 맞춰가고 이끌리는 삶인 것일까요?


놓쳐버린 마음이 바랐던 것처럼, 나는 계속 공부하며 잘 살고 있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읽고, 쓰고, 마음을 나누며 살아간다.


예전처럼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내 안에서 천천히 정리되고 다듬어지는 생각들이

지금의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든다.

조급해하지 않고 천천히 기본에 충실한 삶을 이어가기를 그 속에 진정한 나를 찾는 여정이 되기를 바라고 이루는 한 발 한 발을 내딛고 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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