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글쓰기라는 낯선 울림에 대하여

저녁 늦게 거리로 나서니 산책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몸을 움직여야 건강해질 테고, 건강해야 뭐라도 할 수 있으니, 억지로라도 걷는다. 돈 주고 운동하기엔 내 게으름을 믿기에 돈이 아깝고, 일단 걸어보자는 마음뿐이다. 걷다 보니 우리 동네에 이렇게 많은 카페가 있었나 싶다. 걸으며 정리되지 않던 생각들이 천천히 가라앉는다.


글쓰기는 언제나 나를 드러내야 하는 낯선 일이다. 혹시나 의도치 않게 타인의 판단을 부를까 두려우면서도, 책을 읽고 사유를 정리해 글로 풀어내는 일에는 깊은 동경이 있다. 작은 감상문일지라도 누군가의 마음을 건드릴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 일일까. 그래서 글쓰기 수업에 참여했다. 짝꿍 선생님이 선물해 준 보라색 공책 하나에도 괜스레 가슴이 뛴다. 누군가의 강요가 아닌, 나 스스로의 결심이었다.


경의선 숲길을 따라 걷는다. 불편한 운동화를 끌며 나아가는 내 모습이, 목줄에 이끌려 뒤뚱거리는 요크셔테리어와 닮았다. 거리엔 젊음이 가득하지만, 내 마음은 그 활기에서 조금 비껴 난 채, 조용히 지나간다. 고소한 냄새에 한 끼를 해결해 볼까 고민하다 끝내 식당을 지나쳤다. 아직은 혼밥이 어색한 마음. 편의점 앞에서 한 번 더 멈칫 지나온 길 위의 나를 되짚어 본다

주인에게 끌려가는 강아지처럼 살아가고 싶지 않았다. 아프고 불편한 걸음일지라도, 스스로 이끌며 나아가는 ‘나’가 있었다. 서툰 마음으로, 그저 혼자 밥을 먹고 싶었던 순간의 선택에도, 다음 기회를 조용히 예약해 두는 ‘나’가 있었다.


독서광은 아닐지라도 책 읽는 행위를 사랑한다. 매일 한 페이지라도 읽는 그 고요한 행위가, 나만의 작은 의식처럼 소중하다. 이 조용한 행위는 나만의 아름다운 습관. 그 하루를 껴안듯, 한 줄의 감상문을 남기고 나면 그 안에 오롯이 존재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읽고 쓰며 다시 ‘나’로 돌아오는 이 시간이 참 따뜻하고 글쓰기로 정리하는 이 여정의 시간들을 사랑한다.


오늘의 나는 조금 불편했고 조금은 외로웠지만, 그렇게 하루를 살아냈다. 발끝의 무게, 망설였던 순간들까지도 모두 내 삶의 일부였다. 문득, 마음을 두드리는 한 문장에 가슴 한편이 조용히 일렁인다. 엉켜버린 생각들이 스르르 풀어지고, 펜 끝에서 튀어 오른 단어들이 무지개처럼 마음 위에 수놓아진다. 나는 오늘, 걸었고, 써냈고, 살아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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