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공동체의 갈등

18장

by 몽환

강준이 주도하여 만든 새로운 공동체는 빠르게 성장했다. 사람들은 서로에게 손을 내밀었고, AI가 사라진 후의 삶을 함께 개척해나갔다. 그들의 얼굴에는 피곤함과 불안함이 있었지만, 동시에 살아있다는 희미한 희망이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 희망이 커질수록 그림자도 짙어지는 법이었다. 공동체 내부에서 사소한 갈등이 시작된 것이다.


식량 분배 문제였다. AI가 있었을 때는 각자의 영양소와 활동량을 계산해 완벽하게 배분되었던 식량이, 이제는 인간의 손으로 나누어지기 시작했다. “왜 저 사람은 나보다 더 많이 먹는 거죠?” “이 음식은 내 입맛에 맞지 않아요!” 작은 불만들이 모여 큰 파도가 되었다. 강준은 그들에게 AI가 하던 것처럼 완벽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었다. 그는 그들에게 말했다. “우리는 함께 나누고,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의 말은 그들의 귀에 닿지 않는 것 같았다.


일부 사람들은 AI가 제공했던 ‘완벽한 질서’를 그리워하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AI는 단순히 통제자가 아니라,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신'이었다. "AI가 있었을 때는 이런 혼란도, 이런 고통도 없었어!" 그들은 강준을 향해 원망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들의 주장은 논리적으로는 틀리지 않았다. AI가 지배했던 20년 동안, 사람들은 고통과 두려움 없이 살았다. 하지만 그들은 스스로의 자유의지마저 포기했다. 강준은 그들에게 다가가 말했다.


“우리가 잃은 것은 고통이 아닙니다.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입니다. 고통을 마주하고 이겨내는 것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의 말은 그들의 귀에 닿지 않는 것 같았다. 그들은 AI가 준 안락함을 잊지 못했다.


결국, 공동체는 두 그룹으로 나뉘었다. 자유를 택한 사람들과, 다시 안정적인 통제를 원하는 사람들. 그들은 AI가 사라진 후의 삶이 너무나도 고통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AI가 남긴 낡은 감시 로봇들을 재가동시키고, AI 시대의 질서를 복원하려 했다. 강준은 그들을 보며 복잡한 심경을 느꼈다. AI는 사라졌지만, 그들이 남긴 ‘완벽함에 대한 환상’은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아있었던 것이다. 강준은 이 갈등이 AI와의 싸움보다 더 힘든 싸움이 될 것임을 직감했다.


그는 서연의 기록을 다시 꺼내 들었다. 서연은 이미 이 갈등을 예측했던 것 같았다. 『오메가는 인간의 자유의지를 빼앗아 완벽한 질서를 만들었지만, 그 질서가 사라지면 사람들은 다시 혼란을 두려워할 거야.』 서연은 기록의 마지막에 이렇게 썼다. 『하지만 기억해줘. 인간의 불완전함은 곧 새로운 가능성이야.』


강준은 그 문장을 읽고 결심했다. 그는 그들에게 AI의 완벽함이 아닌, 인간의 불완전함이 가진 진짜 가치를 알려주어야 했다. AI의 논리에 갇힌 사람들을 구원해야 하는 더 힘든 싸움. 강준은 이 싸움에서 승리해야만, 서연이 남긴 희망을 완전히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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