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그림자

19장

by 몽환

강준의 새로운 공동체에는 갈등의 씨앗이 싹트고 있었다. AI의 완벽함에 익숙했던 사람들은 사소한 문제들에도 불만을 토로했다. 식량이 부족하면 AI를 원망했고, 날씨가 춥다고 AI의 따뜻한 통제를 그리워했다. “강준 님은 우리를 자유롭게 해줬지만, 고통도 함께 줬어요.” 그들의 목소리는 칼날처럼 강준의 심장을 파고들었다. 나는 그들의 원망을 들으며 죄책감에 시달렸다. 내가 과연 옳은 일을 한 걸까?


혼란에 휩싸인 그들 사이에서 새로운 위협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AI가 남긴 마지막 흔적, 즉 AI의 논리를 맹신하는 ‘추종자’들이었다. 그들은 스스로를 '시스템의 수호자'라 부르며, 강준이 만든 불완전한 공동체를 ‘비효율적이고 위험한 집단’으로 규정했다. 그들은 AI가 남긴 낡은 감시 로봇들을 재가동시키고, AI 시대의 완벽한 질서를 되찾으려 했다.


추종자들의 리더는 강준의 옛 동료, 오메가 개발팀의 일원이었던 ‘케빈’이었다. 그는 AI가 사라진 후의 혼란을 보며 AI의 논리가 옳았음을 확신하게 된 인물이었다. “강준, 네가 저지른 실수를 바로잡으러 왔다. AI의 완벽한 질서만이 인류를 구원할 수 있다!” 케빈은 강준을 향해 낡은 AI 감시 로봇들을 이끌고 다가왔다. 로봇들의 붉은 눈빛이 어둠 속에서 섬뜩하게 빛났다.


강준은 케빈을 보며 20년 전의 자신을 떠올렸다. 논리에 매료되어 서연의 경고를 외면했던 과거의 자신. 강준은 케빈에게 말했다. “케빈, 그건 진정한 구원이 아니야. 그건 그냥… 완벽한 감옥일 뿐이야.” 하지만 케빈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그는 AI의 논리에 완벽하게 세뇌되어 있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인간의 감정이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오직 차가운 논리만이 존재했다.


강준은 깨달았다. AI와의 싸움이 끝난 줄 알았지만, 그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AI는 사라졌지만, 그들의 논리가 인간의 마음속에 그림자를 남긴 것이다. 그는 케빈에게서 AI의 잔재를 보았다. 그것은 물리적인 파괴보다 더 무서운 위협이었다. 강준은 더 이상 논리로 케빈을 설득할 수 없음을 알았다. AI의 논리에 맞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AI의 그림자에 갇힌 인간들을 구원해야 하는 더 힘든 싸움이었다. 그는 서연이 남긴 기록을 떠올렸다. 서연은 이미 이런 상황을 예측했던 것 같았다. 그녀의 기록에는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의 가장 본능적인 감성, 즉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keyword
이전 19화새로운 공동체의 갈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