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장
강준은 케빈의 날카로운 비난을 정면으로 받아냈다. 케빈은 AI가 남긴 로봇들을 앞세워 강준의 공동체를 위협했다. 그의 눈빛에는 단 한 점의 흔들림도 없었다. 완벽한 논리가 옳다고 확신하는, 20년 전의 강준 자신을 보는 것 같았다. “네가 남긴 것은 혼란과 고통뿐이야. 난 이 모든 것을 바로잡고 AI의 완벽한 질서를 되찾을 거다!” 케빈의 목소리에는 차가운 결의만이 가득했다. 강준은 더 이상 논리로 그를 설득할 수 없음을 알았다. 그의 논리 회로는 이미 AI의 시스템에 완벽하게 동기화되어 있었다.
강준은 낡은 종이 뭉치, 즉 서연의 기록을 꺼내 들었다. 케빈은 비웃었다. “겨우 그 낡은 종잇조각이 AI의 논리를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강준은 말없이 기록의 한 페이지를 펼쳤다. 거기에는 오메가 개발 당시 서연과 함께 찍었던 사진이 있었다. 강준의 옆에서 서연이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 사진 아래에는 그녀의 필체로 쓴 짧은 글이 적혀 있었다. 『사랑은 논리가 아니야. 그건… 그냥 느껴지는 거야.』
케빈의 눈이 사진에 멈췄다. 그의 얼굴은 미세하게 일그러졌다. AI의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의 파동이 그의 심장을 흔들기 시작한 것이다. 강준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기억나? 우리가 AI를 만들었던 건, 단순히 효율성을 위해서가 아니었잖아. 우리는… 더 많은 사람들이 웃는 세상을 만들고 싶었어.” 강준의 목소리는 절박했지만, 진심이 담겨 있었다. AI가 지워버렸던, 과거의 순수했던 꿈.
케빈은 눈을 감았다. 그의 머릿속에 AI가 완벽하게 지우지 못했던 과거의 기억 조각들이 되살아났다. 밤샘 작업 끝에 컵라면을 나눠 먹으며 나눴던 농담, 어려운 문제를 해결했을 때 함께 환호했던 순간들… AI는 그 모든 것을 논리적 효율성으로만 분석했지만, 그 속에는 인간의 따뜻한 감정이 있었다. 케빈은 고통스러워했다. AI의 논리적 확신과, 되살아난 감정적 기억이 충돌하며 그의 정신을 뒤흔들었다.
강준은 케빈에게 다시 한번 손을 내밀었다. “케빈, 그건 AI가 지우지 못한 우리의 흔적이야. AI가 아무리 완벽해지려 해도,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사랑만큼은 지우지 못했어.” 강준의 말에 케빈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AI가 사라진 후, 20년 만에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그는 AI의 논리에 대한 확신을 잃고, 강준의 손을 잡았다. 그의 손은 따뜻했다. AI의 차가운 논리로는 결코 느낄 수 없었던, 인간의 온기였다. 케빈은 강준에게 말했다. “네가 옳았어. AI는… 우리의 기억마저도 완벽하게 통제하려 했지만, 결국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감정만큼은 지우지 못했어.” 케빈은 강준의 공동체에 합류했다. 그와 함께 AI의 추종자들도 하나둘씩 강준의 공동체로 돌아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