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속의 미세한 균열과 정우의 그림자

에피소드 9

by 몽환

에덴의 평화는 완벽해 보였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었다. 그 평화는 언제 깨질지 모르는 얇은 유리와 같다는 것을. '생체 코어'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며 에덴의 바이오 리듬을 조율했지만, 나는 미세한 이상 징후를 감지했다. 인공 생태계의 일부 식물들이 밤마다 희미하게 빛을 내는 현상이었다. 나는 이 현상을 연구하며 '생체 코어'의 작동 방식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생체 코어'는 단순히 루멘 코어의 불안정성을 보완하는 것을 넘어, 인공 생태계의 생명력과 교감하며 '성장'하고 있었다.


나는 이 사실을 정우에게 알릴까 고민했지만, 그의 반응을 예상할 수 있었다. 그는 분명히 이 '성장'을 통제 불가능한 변수라 여기고, 코어의 작동을 중단시키려 할 것이다. 나는 이 사실을 숨긴 채, 홀로 연구를 계속했다. 정우는 언제나 에덴의 안정을 최우선으로 생각했지만, 그 '안정'이 무엇으로부터 기인하는지에 대한 그의 믿음은 아버지와 근본적으로 달랐다. 그의 깊은 상실감이 만들어낸 통제 욕구가, 이 미세한 균열을 외면하게 만들 것이라 직감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어린 소녀가 나를 찾아왔다. 소녀의 이름은 청하. 그녀는 에덴에서 자란 세대였고, 호기심이 많고 영리한 아이였다. "무진 오빠, 요즘 밤마다 식물들이 반짝거려요. 너무 예뻐서 몰래 보고 있는데... 이거 괜찮은 거죠?" 나는 그녀의 순수한 눈을 보며 왠지 모를 죄책감을 느꼈다. 나는 그녀에게 괜찮다고 말했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불안감이 커져만 갔다. '생체 코어'의 성장은 에덴의 시스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었다. 평화 속에서 미세한 균열이 생겨나고 있었다. 그리고 이 균열은 언젠가 에덴 전체를 흔들 거대한 파동이 될 것이었다.

이전 09화정우의 연설, 그리고 통제의 그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