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첫 만남:도환은 첫눈에 은하는 호기심으로

은하의 시선(은나무)

by 유블리안




내 이름은 지은하.
나는 어릴 때부터 뷰티에 관심이 많았다. 고등학교, 대학교 전부 미용과를 나왔고 그중에서도 헤어가 제일 나와 잘 맞았다.

헤어에는 기본적인 이론과 공식이 있다.
커트든 염색이든 펌이든 나는 그 기본을 외우고 익히는 걸 좋아했고, 그 안에서 내 방식대로 응용하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늘 새롭게 나오는 기술을 배우는 것도 즐거웠다. 같은 일을 반복하는 걸 싫어하는 나에게 이보다 더 맞는 직업은 없었다.

하지만 나는 ‘내향적인 사람’이다.
본래 기질은 조용함. 사람을 오래 상대하면 금방 에너지가 소진되는 타입.
혼자만의 시간으로 쉬어야 다시 살아나는 사람.

누군가를 사귈 때도 신중하다.
일이든 연애든, 한 사람을 깊이 신뢰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지만, 내 사람이라고 생각되면 오래, 깊게 관계를 유지했다.

내향적이라고 해서 언제나 말이 없는 건 아니다. 미용실 초창기 시절, 디자이너 보조로 일할 때 점판을 해야 하는 순간들이 있었다.

“이 제품 쓰면 모발이 더 좋아져요!”
이런 말을 해야 했는데, 나는 입도 뻥긋 못했다.
성격에 맞지 않게 고객을 설득하는 게 너무 어려웠다.

그리고 나는 ‘예쁜 건 예쁘다’, ‘이상하면 이상하다’가 얼굴에 다 드러나는 스타일이었다.
동료들이 시술 마무리할 때 “너무 예뻐요~”라고 서로 추임새 넣을 때,
내 눈엔 뭔가 어색해 보이면 나는 그냥 말없이 서 있었다.
그래서 선배 디자이너에게 많이 혼나기도 했다.
“분위기를 좀 살려! 은하야!”

하지만 진짜 예쁘고 잘 나왔을 때는 내 수줍음은 온데간데없고 폭풍 칭찬을 했다.
“와, 고객님 진짜 예쁘세요. 완전 찰떡이에요.”
그러면 동료들이 웃으며 말했다.
“고객님, 은하 씨가 예쁘다 하면 진짜예요. 평소엔 말도 안 해요. 오늘 고객님 성공하셨어요!”

그럴 정도로 나는 ‘잘 맞는 말’만 하는 성격이었다.

시간이 지나 디자이너가 되고 매출을 올려야 하고, 다양한 상담을 하다 보니
어느새 나도 선배들처럼 쉴 새 없이 고객과 소통하며 지금은 직원 5명 있는 작은 헤어숍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원장이다.

하지만 본래의 내향적인 기질은 여전했다.
밖에서 하루 종일 사람들을 만나고 나면
개인적인 만남을 가질 에너지가 남지 않았다.
쉬는 날엔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는 날이 많았다.

그런데 어느 날,
오래된 단골 남성 고객이 머리 자를 때가 되지도 않았는데 예약을 잡고 나를 찾아왔다.

“원장님, 이번엔 왠지 옆머리가 너무 지저분하게 자란 느낌이에요. 그래서 좀 일찍 왔습니다.”

“그렇게 지저분해 보이진 않는데요? 2주도 안 됐어요.”

“아… 사실은요. 원장님께 소개해드리고 싶은 친구가 있어서 왔어요. 하하.”

“네? 고객님도 참… 저 그런 여유 없어요. 쉬는 날 쉬기도 바빠요.”

“아니요, 이 친구가 진짜 괜찮아요. 어릴 때부터 같이 커온 친구인데 지금 회사동기 이기도 하고 일밖에 몰라서 아직 솔로예요. 외모도 성격도 좋고… 좀 숙맥이긴 한데 진국입니다. 원장님도 아직 솔로라고 하셨잖아요. 한번 만나보실래요?”

갑작스러운 소개팅 제안에 당황했지만
영찬 씨의 성품을 아는 터라, 그리고 그가 대기업 다닌다는 것도 알고 있어서
솔직히… 살짝 궁금해졌다.

내 일과 삶은 늘 단조롭고 비슷했으니까.
새로운 만남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은근히 마음을 정리하고 소개팅 날을 맞았다.

카페에 먼저 도착한 나는 창가 자리에 앉아 조용히 분위기를 살폈다.
‘아무 느낌 없으면 커피만 마시고 오자.’
늘 하던 방식대로 마음을 정리했다.

그리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한 남자가 조금 긴장된 걸음으로 들어왔다.
옷차림은 깔끔했고, 머리에는 포마드를 조금 바른 듯 윤기가 돌았다.
나를 보자마자 순간적으로 멈칫하는 표정이 보였다.

‘아… 이 사람이구나.’

그 남자는 내 쪽으로 다가오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혹시… 은하 씨 맞으세요?”

“네, 맞아요.”

그러자 예상도 못 한 직진이 바로 날아왔다.

“듣던 대로 정말 미인이시네요. 심은하보다 더 예쁘신데요. 하하…”

나는 그대로 멈췄다.
‘초면에 이런 칭찬이 바로 나온다고?’
부담스러웠지만, 그의 표정을 보자
말을 골라한 게 아니라 진짜 긴장해서 튀어나온 말이라는 게 느껴졌다.

“… 감사해요. 근데 초면에 그러시면 좀 당황스러워요.”

그는 얼굴이 벌게져서 순간 말문이 막혔고,
그 모습이 이상하게 귀여웠다.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나는 그의 시선을 몇 번이나 느꼈다.
계속 나를 관찰하고, 궁금해하고,
어떻게든 분위기를 좋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게 보였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시선이 불편하지 않았다.
나를 평가하는 시선이 아니라
‘알고 싶어 하는’ 시선이었기 때문이다.

소개팅이 끝날 무렵,
그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오늘 즐거웠습니다. 도착하면 잘 도착했다고… 연락 주세요.”

나는 순간 고민했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밖으로 나오는 순간,
겨울 공기가 괜히 조금 더 맑게 느껴졌다.


‘이 사람… 조금 특이하네.
근데 나쁘지 않았다.’

집으로 가는 길,
나는 몇 번이고 그 생각을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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