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화. 프러포즈 대작전 실패기

구도환을 더 좋아하게 된 이유 (은나무)

by 유블리안







집 문을 열기 전까지도

나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날도 평소처럼

“오늘 뭐 먹지?”

“도환 씨 또 배고프다고 하겠지.”

그 정도의 가벼운 마음이었다.


그래서 문을 열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장면을 보았을 때,

잠깐… 현실 감각이 끊겼다.


불 꺼진 거실.

바닥에 늘어선 작은 불빛들.

정장 차림으로 꽃다발을 들고 서 있는 도환 씨.


“어…?”


솔직히 말하면

첫 반응은 감동보다 당황이었다.


‘이 사람… 또 무슨 사고를 치려고…?’


그런데도 웃음이 먼저 나올 뻔한 걸

나는 간신히 참았다.

왜냐하면, 너무 도환 씨다웠으니까.


괜히 근사한 척하면서

어깨에 힘 잔뜩 준 그 얼굴이.


소파에 앉으라는 말에

얌전히 앉긴 했지만

마음은 이미 들떠 있었다.


그리고

영상이 시작되려는 그 순간


화면에 뜬 건

추억도, 음악도 아닌

차가운 오류 메시지.


그다음 장면들은

말 그대로 대환장 파티였다.


촛불이 쓰러지고,

꽃길이 무너지고,

케이크가 찌그러지고,

도환 씨 표정이 같이 무너졌다.


그 모습을 보는데

참을 수가 없었다.


웃음이.


진짜로, 배가 아플 정도로.


“푸하하하하하!”


이 사람은

왜 이렇게 항상

결정적인 순간에

완벽하게 자기다울까.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얼굴,

미안한 눈빛,

망했다는 표정.


그 모든 게

너무 사랑스러웠다.


사실 영상이 안 나와도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 사람이

얼마나 신경 썼는지,

얼마나 고민했는지,

얼마나 긴장했는지.


그게

도환 씨의 다크서클에,

어색한 정장 주름에,

망가진 촛불 사이에

다 적혀 있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웃으면서도

조금 울컥했다.


그리고 그가

엉망이 된 공간 한가운데서

무릎을 꿇었을 때


아, 이 사람은

진짜구나 싶었다.


완벽하려고 애쓰다가

완벽하게 실패한 이 순간마저

이 사람 인생 같아서.


“같이 살자.”


그 말을 들었을 때

머릿속이 복잡해지지 않았다.


조건도, 계산도 없었다.


그냥

그래야지.

그 말밖에 안 떠올랐다.


“응, 좋아.”


고개를 끄덕이면서

나는 생각했다.


이 사람은

내 인생에서

가장 웃기고,

가장 진지하고,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촛불은 쓰러졌고

케이크는 찌그러졌지만


마음만큼은

이상하게도

아주 반듯하게 놓여 있었다.


완벽하지 않아서 더 확실한 선택.


오늘,

나는 구도환과

같이 살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아마도 평생

이 사람의 사고를

웃으면서 수습하게 되겠지.


그게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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