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도환을 더 좋아하게 된 이유 (은나무)
집 문을 열기 전까지도
나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날도 평소처럼
“오늘 뭐 먹지?”
“도환 씨 또 배고프다고 하겠지.”
그 정도의 가벼운 마음이었다.
그래서 문을 열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장면을 보았을 때,
잠깐… 현실 감각이 끊겼다.
불 꺼진 거실.
바닥에 늘어선 작은 불빛들.
정장 차림으로 꽃다발을 들고 서 있는 도환 씨.
“어…?”
솔직히 말하면
첫 반응은 감동보다 당황이었다.
‘이 사람… 또 무슨 사고를 치려고…?’
그런데도 웃음이 먼저 나올 뻔한 걸
나는 간신히 참았다.
왜냐하면, 너무 도환 씨다웠으니까.
괜히 근사한 척하면서
어깨에 힘 잔뜩 준 그 얼굴이.
소파에 앉으라는 말에
얌전히 앉긴 했지만
마음은 이미 들떠 있었다.
그리고
영상이 시작되려는 그 순간
화면에 뜬 건
추억도, 음악도 아닌
차가운 오류 메시지.
그다음 장면들은
말 그대로 대환장 파티였다.
촛불이 쓰러지고,
꽃길이 무너지고,
케이크가 찌그러지고,
도환 씨 표정이 같이 무너졌다.
그 모습을 보는데
참을 수가 없었다.
웃음이.
진짜로, 배가 아플 정도로.
“푸하하하하하!”
이 사람은
왜 이렇게 항상
결정적인 순간에
완벽하게 자기다울까.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얼굴,
미안한 눈빛,
망했다는 표정.
그 모든 게
너무 사랑스러웠다.
사실 영상이 안 나와도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 사람이
얼마나 신경 썼는지,
얼마나 고민했는지,
얼마나 긴장했는지.
그게
도환 씨의 다크서클에,
어색한 정장 주름에,
망가진 촛불 사이에
다 적혀 있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웃으면서도
조금 울컥했다.
그리고 그가
엉망이 된 공간 한가운데서
무릎을 꿇었을 때
아, 이 사람은
진짜구나 싶었다.
완벽하려고 애쓰다가
완벽하게 실패한 이 순간마저
이 사람 인생 같아서.
“같이 살자.”
그 말을 들었을 때
머릿속이 복잡해지지 않았다.
조건도, 계산도 없었다.
그냥
그래야지.
그 말밖에 안 떠올랐다.
“응, 좋아.”
고개를 끄덕이면서
나는 생각했다.
이 사람은
내 인생에서
가장 웃기고,
가장 진지하고,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촛불은 쓰러졌고
케이크는 찌그러졌지만
마음만큼은
이상하게도
아주 반듯하게 놓여 있었다.
완벽하지 않아서 더 확실한 선택.
오늘,
나는 구도환과
같이 살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아마도 평생
이 사람의 사고를
웃으면서 수습하게 되겠지.
그게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