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화. 달콤함의 유통기한

도환의 완벽주의에 기겁하는 은하(은나무)

by 유블리안






결혼하고 한 달쯤 지났을 무렵이었다.

나는 그날, 나름 꽤 뿌듯했다.

평소보다 조금 일찍 퇴근했고

집에 와보니 빨래가 한가득이었다.


도환 씨는 분명 아침에

“저녁에 내가 할게”라고 말했지만,

그 말이 왜 이렇게 마음에 걸렸는지 모르겠다.

‘하루 종일 회사 다녀오면 또 피곤할 텐데…’

‘이 정도는 내가 해도 되지 않나?’


그래서 나는

빨래를 돌리고

건조대를 펴고

있는 힘껏 널었다.


솔직히 말하면

정성보다는 속도 위주였다.

양말은 말아서,

수건은 그냥,

셔츠는… 뭐, 마르면 펴지겠지 싶어서.


그렇게 빨래를 끝내놓고

소파에 앉아 다리를 주물렀다.

그날따라

종아리가 유난히 뻐근했다.


하루 종일 서 있었고

예약도 빡빡했고

손님 컴플레인도 하나 있었고.

그래도

‘나 오늘 할 일 하나 해냈다’는

작은 성취감은 분명 있었다.


도환 씨가 집에 들어온 건

내가 물 한 컵을 마시고 있을 때였다.

현관 소리,

가방 내려놓는 소리,

그리고

정적.


이상하다 싶어 고개를 돌렸더니

그는 빨래 건조대 앞에서

움직이지 않고 서 있었다.


딱 봐도


뭔가 마음에 안 든 표정.

나는 최대한 밝게 말했다.

“오빠 왔어?

빨래 내가 다 널어놨어!

잘했지?”


그가 웃었다.

웃긴 웃음이었다.

칭찬과 한숨의 중간쯤.


“어… 고마워.

근데… 양말이랑 흰 셔츠는 좀 떨어뜨려야 하고,

수건은 털어서 각을 맞춰야 하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뭔가 속에서 뚝, 하고 끊어졌다.

아, 또 시작이구나.


“에이, 뭘 그렇게 따져.

어차피 마르면 다 똑같잖아.”

나는 일부러 쿨한 척 말했다.

“사는 것도 바쁜데

빨래까지 완벽할 필요 있어?

대충 해도 돼, 집에서는.”


그는 더 말하지 않았지만

그 얼굴이 말해주고 있었다.

‘대충’이라는 단어가

그에게는 거의 욕에 가깝다는 걸.


진짜 문제는

그날 저녁이었다.

양말.

또 말린 채로 벗어둔

내 양말.


“은하야, 잠깐만.”

그의 목소리가

이미 예민해져 있었다.

“양말 좀 펴서 넣어달라고 했잖아.

이거 뒤집는 것도 일이야.

그리고 수건도… 호텔식으로 개라고 했잖아.”


그 말이

하나하나 쌓여서

결국 나를 눌렀다.


“야, 구도환.”


내가 이름을 불렀을 때

그도 알았을 거다.

지금 이건 빨래 얘기가 아니라는 걸.


“나는 하루 종일 서서 일해.

집에 오면 발바닥이 찢어질 것 같아.

그래도 돕겠다고 한 건데

넌 그깟 양말만 보여?”


그의 입이 열렸지만

나는 이미 멈출 수 없었다.


“그렇게 깔끔하게 살고 싶으면

혼자 살아.

나는 네 집안 규칙 맞추려고 결혼한 거 아니야.”


문을 닫고 들어오는데

눈물이 났다.

억울해서라기보다

서운해서였다.


한참 후


문이 조심스럽게 열렸다.

“미안해.”

그의 목소리가

조금 작아져 있었다.

“내가 예민했어.

집을… 내 기준으로만 보려고 했어.”


침대에 엎드린 채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그가 덧붙였다.


“은하 잘못 아니야.

내가 깐깐한 거야.

진짜… 시어머니처럼 굴었어.”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알긴 아네.

너 깐깐징어야.”


그가 따라 웃었다.

그때였다.

내가 문득 생각했다.


‘아, 이 사람은

바꾸려고 싸우는 사람이 아니라

이해하려다 실수한 사람이구나.’


그래서 말했다.

“대신 조건 있어.”

“뭔데?”

“빨래랑 정리는 오빠가 다 해.

나는 그 기준 못 맞춰.

대신 밥은 내가 할게.”


그는 잠깐 계산하는 얼굴을 하더니

눈이 반짝였다.


“그럼 설거지는?”

“내 맘대로 쌓을 거야.

터치 금지.”

“콜."


우리는 그렇게

말도 안 되게 진지한 표정으로

손을 맞잡았다.


그날 밤

각 잡힌 수건을 개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이 사람은

각을 맞춰야 마음이 편한 사람이고

나는

대충 널어야 숨이 쉬어지는 사람이라는 걸.


누가 맞고 틀린 게 아니라

그냥 다른 거였다.

“오빠, 김치 꺼낼까?”

내가 묻자

그가 환하게 웃었다.

“응.

오늘도 깐깐징어는 행복합니다.”


그 말에

괜히 마음이 따뜻해졌다.

결혼은

서로를 바꾸는 일이 아니라

서로 안 싸우는 방법을

하나씩 알아가는 일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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