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춤사위
도화지 같던 떡, 무심했던 어묵이
운명의 붉은 부름 앞에 나란히 서서
새로운 탄생을 향해 스스로를 던진다
경건한 마음으로 하나 되길 꿈꾸며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춤사위 속
달콤한 설렘은 매콤한 열정에 녹아
서로의 경계를 허물고 온전히 섞이니
혀끝에서 새로운 우주가 눈을 뜬다
파릇한 파, 고소한 치즈 이불 아래
탱글한 당면이 즐거움을 덧칠할 때
각자의 개성이 빚어낸 찬란한 조화가
황홀한 빛깔로 오감을 깨워낸다
마침내 뜨거운 생명이 불어넣어 지니
이름하여 ‘떡볶이’, 하나의 세계가 되고
평범함이 빚어낸 가장 뜨거운 기적이
입 안 가득, 환희라는 우주를 펼친다
하나의 떡볶이가 완성되기까지, 재료들은 자신만의 시간을 기꺼이 내어줍니다. 새하얀 떡은 붉은 양념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투박한 어묵은 기꺼이 자신의 몸을 불립니다. 서로의 세계에 스며들기 위한 뜨거운 춤사위 끝에, 비로소 ‘조화’라는 맛이 탄생합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도 이와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각자의 개성으로 빛나던 우리가 만나, 서로의 다름을 껴안고 하나의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 그것은 평범한 재료들이 만나 기적을 이루는 떡볶이의 탄생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 시를 통해, 우리 주변의 모든 관계가 실은 얼마나 뜨겁고 위대한 기적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