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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6화. 못난이 인형, 미운 오리 새끼

다리 밑에서 주운 아이, 우리 동생은 못난이 인형

by 마음리본
삼남의 위치는 여러모로 애매했다.

10년 만에 얻은 큰 딸과 작은 딸,

마침내 얻은 장남,

두 번째 아들을 기대했으나 태어났던 넷째 삼남,

그리고 막둥이 아들


식구들은 입버릇처럼 삼남을 놀리곤 했다.


“너 애기 때, 누가 양딸로 주라고 했드란다. 가난한 집 입 하나 줄일 겸,

딸 없는 집서 양딸로 주라고.

셋째 딸은 보도 안코 데리고 간다 안 하냐?

그 때 줘부렀으믄 우리 식구 아니제.”


"느그 아부지는 넷째가 딸인 줄 알았으믄 못 낳게 했을거시다."


“너는 다리 밑에서 주워 왔어야.”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막내도 아닌,

안 그래도 애매한 위치의 삼남에게는

그 말들이 거짓말인 줄 알면서도 가슴에 오래 박혔다.

가족의 말은 때로 다른 가족을 아프게 찌른다.


설상가상으로 어린 시절, 삼남은 외모마저 못난이 인형이었다.

까무잡잡한 피부,

부은 것 같은 동그랗고 퉁퉁한 얼굴,

튀어나온 입과 볼살

펑퍼짐한 엉덩이, 토실토실한 팔다리,

심술 궂거나 우는 표정을 하고 있는 못난이 인형을 아는가?

"우리 동생 못난이 인형 닮았다!"

언니들은 친구들을 데려와 아기 삼남의 못난 얼굴을

자랑처럼 보여주곤 했다고 한다.


그에 반해 언니들은 시골 아이들 같지 않게 피부가 백옥같이 하앴다.

가는 팔다리, 작고 갸름한 얼굴, 커다란 갈색 눈망울, 오똑한 콧날...

언니들은 여러모로 순정만화 여주인공이었다.


삼남의 집은 동네 사랑방이었다.

동네 아줌마들은 삼남의 집 마당에서 닭도 삶고, 돼지머리도 삶으며

이 집 딸들의 외모 품평회를 하곤 했다.

곱게 삶은 닭이나 먹고 갈 것이지!


“첫째, 둘째 딸은 어쩜 저리 얼굴도 희고 이뿌당가? 시골 애들 안 같어. 연예인 해야 쓰겄네."

"그란디, 싯째는 어째 저라고 까무잡잡할까이. 이 집 애기 안 같어.

납작코에 퉁실한 것이. 싯째가 인물이 젤 처지네.”

“싯째 궁뎅이가 젤로 크고만. 몸무게가 많이 나가겄네.”

잔인했다. 이런 얘길 듣고도 못 들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 건 고역이었다.

미운 오리 새끼.

어린 시절 삼남은 자신을 회상할 때마다

희고 멀끔한 오리 사이에 섞인 미운 오리 같았다.

더럽고, 뚱뚱하고, 못생긴 까만 오리...

삼남은 늘 비교당했다.

삼남이 학창시절 오랫동안 얼굴을 반쯤 머리카락으로 가리고 다녔던 건

늘 비교당했던 외모 컴플렉스 때문이다.

퉁퉁한 볼살, 큰 얼굴,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리고 싶었으리라.

아니, 그냥 존재 자체를 가리고 싶었을 지도 모른다.

미운오리새끼 책 표지.jpg

어린 시절 삼남은 늘 군중 속에 있었다.

명절날 큰집에 가면, 문중 사람들이 바글거렸다.

그 많은 친척들 속에 삼남이 이름은 없었다.

어른들은 큰 언니와 장남 이름만 기억했다.

삼남은 조용히 떡국을 먹고, 조용히 TV를 보다가 집에 돌아왔다.

삼남이 착해지기로, 잘 웃기로 그것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기로 다짐한 건

아주 오래전이었을 것이다.

어린 시절 내내 쭈욱 흐릿했던 아이는 날마다 다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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