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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4화. 좋은 선생님이란 뭘까?

친절하지만 단호한 선생님, 삼남은 그게 좋은 선생님이라 믿었다.

by 마음리본

이 글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은 실제와 무관하게 재구성된 허구이며, 특정인을 지칭하지 않습니다.


나날이 달라진 교육 환경은
삼남을 좋은 교사의 기준에서 멀어지게 했다.


삼남은 사랑을 주는 만큼,

잘못에는 엄격해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세상은 이제,
귀한 아이를 꾸짖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소란스러운 아이를 보며
삼남은 어느새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바로잡아야 한다.’
‘단호해야 한다. 그것이 훈육이다.’
‘학교에서 배우지 않으면 어디서 배우겠는가.’

그건 삼남이 자라던 시절의 방식이기도 했다.
나라도 해야 한다는 마음,
그 마음이 문제였다.

아이의 삶을 모두 책임질 수 있다고 믿었다.

때가 되면 스스로 깨닫기도 하고,
삶에게 배우기도 하는데.
그 기다림을 삼남은 버티지 못했다.
스스로 악역을 맡았다.

학급 규칙과 약속,
지켜야 할 선이 있다는 믿음.


학교에서 배워야 할 것은 더불어 사는 법,

공동체 의식이라는 신념.
그것이 민주주의이자 시민의식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오늘날,

그 단호함은 아동학대라 불린다.
다른 아이들 앞에서 무안당했다고,
정서학대라는 이름이 붙는다.

교사의 조언은 민원이 되어 돌아온다.
교사는 끊임없는 자기 검열 속에 지쳐간다.


삼남은 묻는다.
“친절하기만 하면 되는 걸까.
그렇다면, 피해를 보는 다수의 아이들은 무슨 죄인가.”


좋은 교사가 되고 싶었을 뿐인데,
언젠가부터 삼남은

경쟁과 비교와 무시로 얼룩진,

다수가 피해보는 교실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 사람이 되었다.
소진은 작은 불씨에서 시작해
어느새 활화산이 되었다.




진짜 좋은 교사가 되고 싶은 마음 뿐이었을까?

엄밀히 말하자면, 그 속엔 인정의 굴레가 있었다.


아이들의 말,
“선생님 덕분에 달라졌어요.”
“포기하지 않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학부모의 말,
“선생님이 우리 아이를 알아봐주셨어요.”
“선생님이야말로 변화를 만든 분이에요.”


그리고 동료 교사들의 말,
“아이들 눈빛이 살아났네요.”
“샘 수업은 특별해요.”

그 말들이 삼남을 더 분연히 움직이게 했다.

칭찬은 힘이었지만,
동시에 독이기도 했다.


급기야, 교장이 말했다.

“오부장, 사람 좀 만들어 봐.”

민원 지옥인 학년이었다.

삼남은 또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해볼게요.”

거절하지 못했다. 못하겠다고 말하지 못했다.

아니, 그 안에 숨은 자신의 욕망을 삼남은 알고 있었다.

착하다고, 좋은 사람이라고, 능력있는 교사라고 인정받고 싶었다.

다른 교사와 다른 특별한 사람...오만했다.




전장같은 교실, 삼남은 참고 참았다.
소리 지르는 아이,
책을 찢는 아이,
하루 종일 말 한마디 하지 않는 아이.
말끝마다 반항하는 아이.


삼남은 매일 숨을 고르며 교실 문을 열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모두 돌아간 뒤,
조용한 교실 한쪽에 앉아
오래도록 고개를 떨구었다.


좋은 교사의 자리에 자신을 꿰맞추느라
그림자마저 숨겨야 했다.


조용히 혼잣말이 흘렀다.
“이게 내가 바라던 모습인가.”

"나, 이제 좋은 선생님이 아닌 것 같아."


창밖 불빛이 스르르 기울어가던 그때,
삼남은 알았다.

내 안의 작은 균열이
곧 무너짐이 되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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