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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1. 엄마가 쓰러지다

평생 쉴 줄 모르는 엄마, 참는 게 익숙한 딸

by 마음리본
엄마는 그날도 밭에 있었다.

여름의 열기가 콘크리트 바닥을 타고 올라오던 오후,

김순례 여사는 도시 외곽의 임대 텃밭에서 혼자 감자 줄기를 뽑고 있었다.

머리엔 수건을 동여매고, 등에는 쪼그려 앉은 자국이 그대로 드러난 땀에 젖은 셔츠.

그녀는 늘 하던 대로, 열 번째 밭고랑을 정리하던 중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두 다리가 풀려 주저앉았고,

손에 들었던 괭이가 풀썩, 흙 위로 떨어졌다.

“오매오매, 아이고….”

숨이 턱 막히고, 눈앞이 하얘졌다.

그녀는 그대로 땅바닥에 고꾸라졌다.


구급차는 무더위 경보가 내려진 날 오후,

텃밭 인근의 좁은 진입로를 요란하게 흔들며 달려갔다.

병원 침대 위에 누운 엄마의 얼굴은 잿빛이었다.

입술은 바싹 말라 있었고, 팔 엔 링거줄이 두 줄이나 꽂혀 있었다.

의사는 말했다.

“온열로 인한 탈진입니다. 연세도 있으시고요... 앞으로는 무리하시면 안 됩니다.”

전화기를 붙잡은 삼남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응급실에 들어선 지 두 시간째, 그녀는 엄마의 갈라진 손등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 줌도 안 되는 그 손등 위에 수십 년의 농사와 땀이 얹혀 있었다.

‘언제 이렇게까지 된 거야….’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엄마는 살아 있는 동안 단 한 번도 “쉬고 싶다”라고 말한 적이 없었다.

손이 갈라져도, 무릎이 퉁퉁 부어도, 한여름 뙤약볕에도 밭을 놓지 않았다.

그녀는 침묵 속에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에 앉았다.

병실 창밖으로 뿌연 햇살이 들어오고 있었다.

삼남은 그 빛을 마주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 걸까.’



쉬는 걸 모르는 엄마는 삼남과 참 많이도 닮았습니다.

삼남은 엄마의 과로와 탈진, 갈라진 손을 보며

자신의 모습을 돌아봅니다.

다음 이야기는 엄마의 모습과 너무도 닮은 삼남이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 이 글에 등장하는 인물, 학부모, 학생은 모두 허구의 인물이며, 실제 인물과는 어떠한 관련도 없습니다. 본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사건은 창작된 이야기로, 특정 개인이나 기관을 지칭하거나 묘사하는 의도가 없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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