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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으로 열린 새로운 사진인생 챕터

SNS로 열린 세상

by Sylvia 실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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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중인 박옥수 작가의 SNS


딸: 페이스북 하길 잘했죠? 아빠는 진짜 열심한 디지털 크리에이터예요!


아빠: ㅎㅎㅎ 열심히 하고 있지. 우리 딸이 페이스 북 하라고 자꾸 등 떠밀어서! 원래는 네이버 블로그만 꾸준히 했거든. 거기다 사진올리고 기록하는게 내 일상이었지. 그러니까 그때는 다 옛날 사진 막 올릴 때야. 그런데 네가 블로그보다 페이스북을 하라고 해서 넘어갔지. 처음 올린날이 2008년 3월 5일이고, 1965년 3.1절 사진을 올렸다. 그게 내가 고등학교 때 찍은 사진이야. 사랑하는 우리 딸내미가 세상이 바뀌었으니까 블로그만 해서는 안 된다 해가지고 그래서 시작을 한 거지. 그랬더니 확실히 사람들이 아빠 사진을 많이 알게 되고, 거의 30년만에 개인전까지 하게 되었네… 아빠도 좀 늦었지만 깨달은 게 많단다.


딸: 아빠, 그러면 결국 페이스북 덕분에 전시까지 하게 된 거네요? 명동 사진 올리면서 그냥 기록만 하신 줄 알았는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아빠가 SNS 인플루언서가 된 건가요?


아빠: 하하, 인플루언서라니. 그냥 꾸준히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리다 보니까, 어느 날 한 친구가 내 사진을 보고 연락을 해왔어. 전시를 해보자고 제안한 거지. 사실 나는 그런 제안을 받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거든. 사실 아빠가 대중에게 유명한 사진작가는 아니잖니. 내가 사진작가로 사진계에서는 잘 알려져 있어서 대접을 받는다고 하지만, 사진을 열심히 홍보한 사람도 아니고 조용히 살다보니 그게 누군가한테는 새롭게 보였나 봐. 그 친구가 내 사진을 보면서 “이런 사진은 꼭 더 많은 사람들한테 보여줘야 한다”고 하더라고. 사실 전시라는 게 작가라면 열심히 해야 하는 것이긴 하지. 그리고 2022년은 오랫동안 공들인 사진집 시간여행(1월), 뚝섬(5월 12일 우리딸 생일에 맞춘 아빠의 선물)을 차례데로 출간한 의미있는 해이기도 했고. 그래서 용기 내서 전시를 준비하게 된 거지.

딸: 아빠, 그게 바로 SNS의 힘이죠! 요즘은 진짜 한 번 올린 사진이 어디까지 퍼질지 아무도 모르는 세상이에요. 아빠처럼 꾸준히 올리는 게 결국 씨앗이 돼서 더 좋은 열매를 만들 거예요. 앞으로도 계속 페이스북에 사진 많이 올려주세요! 저도 아빠 팬 1호로 응원할게요. 그동안 아빠가 너무 알려지지 않아서 나는 그게 너무 안타까웠지만 이제라도 아빠가 세상에 드러나고 있는 것이 기쁘고 자랑스러워요!


아빠: 요즘은 인스타도 하잖니! 인스타까지 하라고 해서 일이 더 늘었지. 인스타그램은 또 스토리라는 게 있어서, 그건 하루 지나면 아예 사라지잖아. 예전에는 사진 한 장 한 장이 다 기록이었고, 남기려고 찍었는데, 요즘은 뭔가 다 인스턴트야. 그냥 올리고, 24시간 지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누가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 나 혼자 남겨두는 것도 아니고… 그냥 순간의 메시지로 흘러가 버리는 거지. 블로그에는 아직도 카테고리별로 잘 정리하고 있기는 한데, 이렇게 폴더를 만들어서 정리하던 것을 비교해보면 이런 변화가 좀 허무하게 느껴질 때도 있어. 요즘은 뭐든지 너무 빨리 소비되는 것 같아. 너무 빨리 잊혀지는 거지. 그래서 나도 가끔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때도 있지. 그래도 시대가 바뀌니까, 나도 따라가려고 노력하는 거지.


딸: 아빠, 역시 시대를 관통하는 거리 사진가! 그래도 아빠가 꾸준히 남기는 사진들은 언젠가 또 누군가에게 소중한 기록이 될 거예요. 그러니까 앞으로도 계속 올려주세요! 아빠는 그래도 꾸준히 올리시잖아요. 특히 명동 사진! 아빠 명동 사랑은 진짜 50년째 변함없으신 것 같아요.


아빠: 맞아. 명동은 내 사진 인생의 메인 무대 중 하나지. 50년 전에도 찍었고, 지금도 찍고 있어. 예전엔 명동이 정말 다채로웠거든. 근데 요즘은 좀 회의가 들어. 한 2~3년 전부터는 명동이 완전히 노점상 천국이 돼서, 찍다 보면 맨날 먹는 사진만 남더라. 물론 먹거리가 다양해진 건 맞지만, 예전만큼 풍경이 바뀌는 건 아니니까 좀 아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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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의 명동 - 사진 박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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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데믹시절의 명동 - 사진 박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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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복잡해진 명동 - 사진 박옥수

딸: 아빠, 근데 요즘 명동은 외국인 관광객도 엄청 많잖아요. 코로나 때는 진짜 썰렁했는데, 이제는 다시 북적북적해졌죠? 혹시 그 변화도 사진에 담으셨어요?


아빠: 그럼. 팬데믹 때는 텅 빈 명동을 찍었고, 요즘은 다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드는 모습을 담고 있지. 명동은 시대마다 얼굴이 달라지는 곳이라, 그걸 기록하는 게 내 사진 인생의 재미야. 요즘에는 명동에 오는 사람들이 참 다양해졌어. 예전엔 명동에 외국인이라고 해봤자 서양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요즘은 동남아, 아랍, 남미까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보여. 특히 가족 단위 관광객이 많아져서 유모차 끄는 외국인도 흔하고, 그게 명동 풍경을 더 다채롭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아. 그래서인지 누가 나를 ‘거리 사진가’라고 부르더라고, 그럴싸한 이름 붙여주니 영광이긴 하지. 하지만 사실은 그냥 도둑촬영하는 거지 뭐. 스트리트 포토그래피라는 게 원래 상대방한테 “찍겠습니다!” 하고 찍는 게 아니라, 순간적으로 포착하는 거잖아. 찍다가 시비 걸리면 “미안합니다” 한마디 하고 넘어가고, 그래서 한국 사람은 잘 안 찍고, 외국인들은 서로 말도 잘 안 통하니까 오히려 찍기 편할 때도 있고... 내가 2024년 11월에 예인 사진집을 내고 친구한테 보냈더니, 요즘 맨날 명동 사진만 찍길래 무슨 명동 전문 사진첩이라도 내는 줄 알았대. 근데 사실 명동에서 찍는다고 해도, 나는 한국 사람은 잘 안 찍어. 한국 사람은 시비가 많아. 초상권이니 뭐니, 자기 얼굴 나왔다고 난리 치는 사람도 있고. 물론 외국인도 째려보는 사람은 있지만, 우리처럼 뒤쫓아와서 뒷덜미 잡고 따지는 경우는 별로 없지. 가끔은 내가 뭐 하러 이 고생을 하나 싶기도 해.


딸: 아빠, 그거 완전 ‘스파이 사진가’네요!


아빠: 요즘은 진짜 다들 핸드폰으로 찍으니까, 내가 슬쩍 찍어도 별로 신경 안 써. 오히려 외국인들은 자기들도 막 찍고, 먹는 거 찍고 하니까 나도 옆에서 자연스럽게 찍는 거지. 물론 아주 호된 경험을 한 적도 있지. 남산에 갔다가 주부들이 셀카 찍는 걸 멀리서 한 장 찍었는데, 그중 한 사람이 와서 “사진 찍었냐, 왜 찍었냐”고 따지더라고. 나는 “보기가 좋아서 찍었다”고 했지. 보여달라고 해서 보여주고, 지워달라면 지워주고, 미안하다고도 하고. 괜히 싸움 만들 필요 없잖아. 근데 그런 경험을 하면 좀 주눅이 들기도 하고 남산을 잘 안 가게 되더라. ㅎㅎㅎ


딸: 그럴 수 있죠. 아후~ 정떨아지기도 하고 좀 위축되는게 당연해요. 근데 아빠는 그런 상황에서도 계속 거리 사진을 찍으시는 이유가 뭐예요? 그냥 풍경이나 찍으면 덜 피곤할 텐데!


아빠: 그게 참, 사진이라는 게 결국 사람을 담아야 살아 있거든. 풍경도 좋지만, 그 속에 사람이 있어야 이야기가 생기지. 그래서 내가 명동만큼 챙기는 곳이 시장이야. 광장시장, 망원시장, 경동시장… 시장이라고 똑같지가 않아. 다 분위기가 다르지. 명동이랑 시장이랑 사진 찍는 재미도 완전 다르고… 명동은 매일매일 변화가 눈에 보이고, 외국인도 많고, 진짜 국제도시 느낌이 나지. 근데 시장은 또 그 나름의 활기와 정이 있어. 명절 때 경동시장이나 청량리 청과물시장 가면, 그 넓은 데서 온갖 사람들이 북적대고, 한약 냄새, 과일 냄새, 고기 굽는 냄새가 다 섞여서, 그게 또 사진에 다 담기거든. 광장시장이나 망원시장, 건어물시장 같은 데는 관광객도 많고, 먹거리도 많아서, 그냥 지나가다가도 뭔가 찍고 싶어져.


딸: 아빠, 그거 완전 ‘시장 마니아’ 인증이네요! 근데 요즘 명동은 진짜 노점상도 많아지고, 타투한 사람들도 많아졌잖아요. 특히 여름엔 온몸에 타투한 사람들 보면, 저도 깜짝 놀랄 때가 있어요. 아빠는 그런 사람들 찍을 때 어때요? 혹시 찍다가 트러블 난 적은 없으세요?


아빠: 트러블까지는 아니지만, 조심스럽지. 외국인들은 대체로 쿨한 편이긴 한데, 그래도 가끔은 찍는 걸 의식하는 사람도 있어. 특히 타투가 온몸에 있는 사람들은 뭔가 자기만의 스타일이 강하니까, 괜히 기분 상하게 할까 봐 더 조심스럽지. 예전엔 타투하면 조폭 이미지가 강했는데, 요즘은 그냥 자기 개성 표현이더라고. 외국인들은 옷도 과감하게 입고, 타투도 얼굴에서부터 온몸으로 쫙 내려오고, 진짜 하나의 패션 같아. 근데 아무래도 한국 정서상 아직은 시선이 곱지만은 않으니까, 나는 최대한 멀리서, 자연스럽게 찍으려고 해. 뒷모습이나, 사람들이 신경 안 쓸 때 슬쩍 찍는 거지. 그래도 실패하는 경우도 많고, 찍으면서도 이게 맞나 싶을 때도 있지만, 그게 거리 사진의 묘미지.


딸: 아빠, 진짜 거리 사진가의 고충이 느껴져요. 근데 요즘 관광객들은 사진 찍는 거에 별로 신경 안 쓴다면서요? 다들 자기 먹는 거, 풍경, 셀카 찍느라 바쁘니까 아빠도 그냥 자연스럽게 찍으시는 거죠?


아빠: 맞아. 요즘은 다들 핸드폰으로 막 찍으니까, 내가 옆에서 사진 찍어도 별로 신경 안 써. 오히려 사진 좀 찍어달라고 부탁하는 사람도 있고, 옛날보다 훨씬 자유로워졌지. 근데 타투한 사람들은 본인도 의식하는 것 같기도 해서, 그럴 땐 더 조심스럽게 찍어. 사실 예전에 쌍둥이분들을 모델로 사진을 찍는 ‘쌍둥이 프로젝트’도 해보고 싶어서 한동안 열심히 찍었는데, 그게 잘 안 됐어. 기획을 잘하고 홍보도 잘해야 하는데 혼자하려니 주변 연결도 쉽지 않고, 홍보도 어설퍼서 중단한 게 많이 아쉽지. 그래도 지금은 시장이나 명동, 이런 곳에서 사람들 모습 담는 게 내 사진 인생의 큰 재미야.


딸: 아빠, 근데 진짜 신기한 게, 명동도 그렇고 남산도 그렇고, 50년 전 사진이랑 지금 사진이랑 비교해 보면 완전 다른 세상 같잖아요. 가까이서 보면 맨날 똑같은 것 같아도, 멀리서 보면 흐름이 다르고, 시대가 바뀌는 게 보이니까요. 코로나 때 텅 빈 명동도, 지금 북적이는 명동도, 다 기록이 되는 거죠.


아빠: 맞아, 그게 사진의 힘이지. 옛날 명동 사진만 봐도 그 시절 이야기가 되고, 지금 노점상 천국인 명동도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의미가 생길 거야. 맨날 비슷한 풍경이라 찍는 게 지겨울 때도 가끔 있지만, 안 찍으면 또 서운해. 그래서 한 바퀴 돌고 나면 결국 또 찍게 되지. 옛날 명동 50년 전 찍어놓은 사진들이 명동 이야기가 되듯이 또 시간이 흐르면 이것은 이것대로 또 뭔가가 되어있겠지.


딸: 그래서 사진이 참 신기한 것 같아요. 그리고 아빠가 용감하게 계속 거리 사진을 찍는 이유, 이제 좀 알 것 같아요! 아빠, 그러면 페이스북 하면서 진짜 새로운 인연도 생기고, 이벤트도 많았네요! 사실 요즘 시대엔 그렇게 가볍게 시작되는 인연도 앞으로 어찌될지 모르니 되게 소중하잖아요. 아빠 얼굴 멋지게 그려주신 데니 작가님도 그렇고, 사실 페북 안 했으면 그런 인연은 못 만났을 텐데 참 신기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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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니 임 作: 시간여행자


아빠: 맞아, 데니 같은 친구도 결국 소중한 페북 인연이지. 5월 10일에 만나서 그림도 받아왔어. 네가 그림 값도 보내주었지 않았니?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가족이야기도 하게 되고, 그 친구가 대학다닐 때는 서석동에 소재하는 대학에 다녔더라구. 그러다보니 내가 한 20년쯤 나이 많은 집안 어른처럼 되어버렸지 뭐냐. 사실 같은 예술가로 그림쟁이들이 얼마나 힘든 지 내가 잘 알거든. 그래서 이번에 만나서 “그 사람만 그리지 말고 좀 돈 되는 거 그려라” 했더니, 웃더라. 자기는 만인보 프로젝트 한다고, 만 명을 그린다는거야. 대단하지 않니? 거기다 나는 돈 되는 거 좀 하라고 한거지… 뭐, 나도 나이 들어서 그런 말 하는 게 참 우습지.


딸: 헐… 세상에 아빠 진짜 꼰대미 뿜뿜이에욧. 게다가 아빠가 ‘돈 되는 걸 해라’ 그런 말 하니까 좀 아이러니 한데요? 근데 또 그게 세월의 깨달음, 내공?


아빠: 내공이라기 보다는 걱정돼서 그런거지 뭐. 근데 어찌보면 예술하는 사람들은 다들 자기 잘난 맛에 사는 것이기도 하지. 그게 꼭 돈으로 연결이 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거고… 중요한 것은 한결같은 태도지. 기분따라 태도가 바뀌고, 잘 하던 것도 내팽겨치고, 지 맘에 안든다고 팽하고 돌아서고 하는 모자란 인간들도 많지 않니. 주변을 돌아보면 결국 한결 같은 사람이 주변에서 인정받고 성공하는 것 같아. 이 친구가 만인보 프로젝트를 한다고 하니 말해 뭐해. 열심히 응원이나 잘 하자꾸나. 너도 봐서 알지만 그 작업이 얼마나 골패는 작업이냐. 정말 대단하지. 사실 이 친구가 사실 나랑 비슷해. 아내가 엄청 미인이고…


딸: 아빠도 마누라가 엄청 미인이지! 지금 그 이야기를 하려고 이렇게 한참 이야기를 했군요. 그렇네! 비슷한 점이 좀 있네요! 큭큭큭


아빠: ㅎㅎ 근데, 그 아들도 아빠를 닮아서 애니메니션을 하는데 실력자라고 하더라.


딸: 오~ 역시 아빠의 피를 이어받는 군요! 저도 실력자를 알죠! 제가 대학강사를 할 때 제자였는데, 지금은 마블작가가 된 윤성한작가말이에요. 요즘은 진짜 글로벌 시대라, 아빠도 그런 젊은 작가들이랑 콜라보해서 전시하면 재밌을 것 같아요!


아빠: 그래, 나도 그런 생각은 해. 꼭 사진만이 아니라, 그림 하는 친구들이랑 같이 전시해도 재밌겠지. 예술가들은 결국 다 통하는 것 같아. 이렇게 이야기 하다보니 SNS 덕분에 좋은 일도 많았고 나도 많이 달라질 수 있었던 것 같구나. 게다가 SNS을 통해 그 변화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 네. 앞으로도 계속 할 테니 좋아요 많이 눌러줘야 한다!


딸: 그럼요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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