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그 길은 멀었다.
신문에서 알게 된 전시회 장소는, 집에서 멀었다.
부산의 서쪽 초입에서 부산 동쪽 끝으로 가는 길은
멀다. 부산의 지형은 초승달처럼 길게 펼쳐져 있다. 나는 부산의 바다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가볼 수 있어도, 동쪽 끝의 바다는 쉽게 가지 않는다. 해운대가 부산의 동쪽 끝일 때도, 송정이 끝일 때도 있었지만, 지금 부산의 동쪽 끝은 기장이다. 기장에서도 끄트머리인 아난티 코브의 1층에서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젊은 작가의 철학적이면서 심신이 차분해지는 그림은 왕복 5시간이 넘어도 좋았다. 근처 유명한 해동용궁사를 찾는 외국인들과 끝없이 이어지는 관광객을 실은 버스로 도로는 주차장이 되었으나, 기사님은 친절했다. 버스의 종점 한 구역 전인 '동암'은 이런저런 이유로 많이 갔었는데, 이렇게 붐비지 않았다. 버스에서 내려 탁 트인 바다에 마음 이 흔들려서 그림은 안 보고 걸었다. 시랑리까지.
시랑리 164라는 카페는 상호에 '길'이 있어 한 번 가보고 싶었다. 커피와 에그타르트 세트를 들고 한적한 4층에서 길을 보며 그림을 그렸다. 지나다니는 버스 소리만 들리는 공간에서 조용히 마신 커피는 진했다.
그러다 만난 커피집은 바다와 당신인가.
다시 걸었다. 오른쪽의 바다는 아침과 다르게 구름으로 가득하다.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은 모여들고 갤러리는 점심시간이다. 한 시간을 아난티 코브의 곳곳을 걸었다. 이 길도, 저 길도 시선은 바다로 향한다. 중학생들이 수학여행을 왔는지, 갑자기 왁자하다. 특유의 에너지가 넘친다.
옷이 더러운 아이들은 굴러서 가고, 업고 오르고,
오후 2시. 갤러리가 문을 열었다.
어린 빛이라니. 젊은 작가의 사유가 깊다.
천을 붙인 듯 매끄러운 캔버스에 붓자국이 하나도
없고, 마치 타일인 듯 그려진 오브제와 여백은 퍼즐 같네.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집으로 오는 길, 정류소로 가는 길을 지나쳐서 걸었다. 안내판은 <오시리아 해안 공감산책로>
라고 했다. 버스는 올 때보다 더 많아지고, 하늘에
구름도 빼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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