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재건축 8회
저도 몰랐습니다. 제가 성인 ADHD라는 것을...
언제부턴가 저는 하루를 유튜브 쇼츠나 릴스로 채우고 있습니다. 딱히 할 건 없고(아니할 건 많은데) 삶이 팍팍하니 일단 짧은 시간 동안 나를 즐겁게 하려던 행동들이 나를 망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화장실에 갈 때, 밥을 먹을 때,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도 저는 핸드폰을 붙잡고 뭔가 새로운 것이 나오지 않았나? 검색하거나 작은 화면에서 나에게 보여주는 것을 무심코 바라보면서 실소 혹은 짜증을 내고 있습니다.
문제는 딱히 이 것이 잘못되었는지 인지도 하지 못한 채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재미를 찾고 싶다는 욕망이 가득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저는 제가 보통 어떤 휴대폰 앱들을 켜는지 패턴을 분석해 보기로 했습니다.
당근에 내가 사고 싶은 물건이 싸게 뜨지 않았나 살펴보기
유튜브를 열어 관심사 혹은 내 뇌를 자극할 콘텐츠가 무엇이 있는지 둘러보기
카톡을 열어 숫자 '1'이 다 없어질 때까지 읽어보기
인터넷커뮤니티를 통해 최근 사람들의 관심사가 무엇인가 탐방하기
스포츠 기사를 펼쳐 좋아하는 팀의 경기 결과를 알아보기
보통 이 순서입니다. 심지어 맨 마지막까지 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이 패턴을 반복합니다.
제 뇌는 늘 이것들이 궁금하고 이 정보들에서 흥미를 추구하는 것 같습니다. 도파민이 터진다는 것이겠죠.
심지어 깨어 있는 하루 중에 절반 이상은 이 행위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책이나 영상을 찾아보면서 제가 도파민에 중독된 성인 ADHD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인간의 본성 자체가 쾌락추구형이기 때문에 뭘로 든 본인이 가장 잘하고 좋아하는 것에 시간을 많이 보내고 싶어 하는 것이 당연하며 이 본능을 통제하는 것보다는 잘 활용만 한다면 오히려 극대화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잘 활용만 한다면'이라는 것에는 '모든 지켜진 행동에 따른 철저한 보상'이라는 것이 들어있습니다.
게다가 저는 일단 무계획형에 가까운 P이기 때문에 자칫 이런 식으로 시간을 보내다간 평생을 이렇게 보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저를 조금 고쳐보기로 했습니다. 따라서 저는 이 방법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일단 하루를 4파트로 쪼개서 활동하기로 했습니다.
1. 출근 전 (6시 ~ 7시 50분)
2. 출근 후 (8시 ~ 9시)
3. 업무시간 (9시 ~ 17시)
4. 퇴근 후 (18시 ~ 24시)
1. 출근 전
- 6시 기상, 이불 정리 : 이불정리라는 사소한 것을 해냄으로써 저에게 굉장한 성취감을 줍니다.
- 6시 10분, 물 500ml 마시기 : 물 마시기는 언제나 옳습니다. 일어나자마자 물 마시기에 성공했다는 성취감과 제 몸에 활력을 줍니다.
- 6시 20분, 고양이 만지기 : 사실 아침엔 출근준비로 상당히 바쁘기에 고양이와 눈 마주칠 시간도 없습니다. 하지만 고양이랑 잠깐이라도 스킨십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고양이와 저는 하루를 그 기분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6시 30분, 유튜브 켜서 스트레칭 : 유튜브에 10분짜리 아무 스트레칭 영상을 틀고 스트레칭을 합니다. 40대가 되어보니 몸이 점점 굳어갑니다. 하루를 스트레칭으로 시작한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의 차이가 엄청 큽니다.
- 7시 30분, 이것을 모두 해냈다면 보상 : 아침을 잘 맞이했다는 성취감에서 끝나지 않고 유튜브로 제가 보고 싶었던 유튜브 영상이나 쇼츠를 보면서 출근합니다.
2. 출근 후 : 저의 출근 시간은 8시부터이나 저는 출근 후 1시간은 저를 위한 시간으로 잡았습니다.
(바쁘지 않다면)
- 8시 10분, 오늘 계획 세우기 : 이 시간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 시간을 통해 구글 캘린더와 Task 앱을 사용하여 오늘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하고 채워놓습니다. 그리고 아침에 성공한 일들과 실패한 일들을 체크합니다.
- 8시 30분, 보상타임 : 극 P인 저는 계획을 세우는 일이 매우 고단합니다. 따라서 바로 저에게 보상을 주는 편입니다. 앞의 '오늘 계획 세우기'가 끝나야 저는 집에서 가져온 달달한 두유와 단백질바를 먹으며 제가 좋아하는 일 중 하나인 '스포츠 기사'를 훑어봅니다.
- 8시 50분, 독서 : PC/태블릿/스마트폰을 통해 밀리의 서재를 켜서 눈에 들어오는 아무 책이나 15분 정도 읽으려 노력합니다. 이 시간에 책을 읽으며 오늘은 어떤 글을 써볼까? 하는 생각도 하는 편입니다. 저는 책을 읽을 때 이 살람은 지금 무슨 생각으로 이 글을 쓴 걸까? 하는 상상을 하곤 하는데 이게 저에게는 꽤 재밌는 편이라 즐겁게 독서하는 편입니다.
3. 업무시간 : 회사 업무강도가 상당하기에 이 시간 이후부터는 고된 업무의 시작입니다.
- 12시 30분, 낮잠 : 열심히 업무하고 나서 식사 후 꼭 낮잠을 20분 정도 취합니다. 낮잠을 잔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의 오후가 엄청나게 차이 날 정도입니다. 여러분들도 할 수만 있다면 낮잠을 꼭 자보세요. 이것도 저의 보상 중에 하나입니다.
4. 퇴근 후 : 퇴근 후가 가장 중요합니다. 사실 저는 노는데 시간을 더 많이 보내지만요.
- 저는 17시에 퇴근하기 때문에 집에 도착하면 18시 정도 됩니다. 이때부터는 하루 종일 고생한 여러분을 위한 시간으로 만들어보세요.
공부를 해도 되고,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도 되고,
산책 및 러닝을 해도 좋습니다.
저는 부동산 투자공부를 열심히 하던 시절에는 이 시간에 임장을 가거나 임장보고서를 작성하는 등의 시간으로 가득 채웠습니다. 요즘은 독서를 하거나 러닝을 하거나 가족이나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으로 활용하는 편입니다.
저는 성인 ADHD이기 때문에 이 루틴에서 조금만 삐끗해도 손에 휴대폰을 들고 도파민을 채우려는 무의식 활동이 발동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저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 행동들을 제한하고 있지는 않으나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활동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나간다면 저에게 제가 좋아하는 적절한 보상을 줌으로써 시간을 그냥 흘려버리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저에게 도움 되는 행동들로 시간을 채우려 애쓴다는 것이 저의 변화된 점인 것 같습니다.
혹시 지금도 쇼츠나 릴스로 범벅된 삶을 살아가고 있으며 그것이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자각한 여러분들께서는 굳이 그 행동을 제한하는 것보다 성취에 따른 보상으로 나에게 주는 것이 어떨까요?
이 습관이 적응만 된다면 열심히 쇼츠를 보다가도 아 이제 독서를 해야 할 시간이지! 하면서 책을 펴는 여러분을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저도 응원하겠습니다. 정말 파이팅입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