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서 배운 흐름과 절제의 리더십
골프를 치다 보면
참 이상한 흐름을 만나는 날이 있다.
초반에는 전혀 감이 오지 않는다.
샷은 자꾸 빗나가고,
몸은 긴장돼 있다.
중반은 그저 어떻게든 버티며 지나간다.
그러다,
16홀쯤 갑자기 흐름이 바뀐다.
몸이 가볍다.
샷이 자연스럽다.
공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뻗어간다.
‘어? 이제 좀 되는 것 같은데…’
‘처음부터 이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 감으로 1번홀부터 다시 치고 싶다.’
그제서야 후회가 밀려온다.
하지만 골프는
결코 되돌릴 수 없는 경기다.
그제서야 잡힌 감각은,
이미 늦은 타이밍이다.
이때 마음에 남는 감정은 단 하나.
미련.
미련은
잘 맞기 시작할 때 찾아온다.
이상하게도 잊고 있던 스윙의 감각은
경기가 정리되어 갈 때쯤 되어서야 돌아온다.
그리고 그 순간, 사람은 더 잘하고 싶어진다.
‘이 흐름, 더 잡아야지.’
‘마지막 두 홀만이라도 멋지게 끝내자.’
이제라도 만회해보자는 욕심.
그리고 그 욕심이 흐름을 망가뜨린다.
성적은 썩 좋지 않은데,
몸은 뭔가 아쉬워하고
마음은 질척인다.
경기는 끝났는데
내 마음은 내도록 끝나지 않는다.
이 미련은
리더십에서도 자주 만난다.
프로젝트에서도,
조직의 흐름에서도,
한 사람의 인생에서도.
초반엔 길이 보이지 않고,
중반은 그저 견디며 버틴다.
그러다 어느 순간,
무언가 갑자기 풀리기 시작한다.
성과가 나고,
사람들이 반응하고,
흐름이 ‘왔다’고 느껴질 때!
리더는 흔들린다.
지금이 기회라는 생각에,
지금이라도 만회해야 한다는 초조함에
더 많이 말하고,
더 많이 움직이고,
더 많이 흔든다.
그리고 결국,
흐름은 다시 어긋난다.
골프가 알려주는 건 단순하다.
흐름이 왔다고 해도,
그 흐름을 욕심내지 말 것.
잘 된다고 해도
‘여기서 더!’를 외치지 말 것.
특히 마지막 3홀에서는
더 차분해져야 한다.
이미 지나간 홀에 대한 미련이
남은 흐름까지 망치고,
리더십의 결도 흐리게 만든다.
리더는
가장 잘 풀릴 때,
가장 여유로워야 한다.
성과가 나고 있는 그 순간에도
자신의 감정을 바라보고,
흐름을 인정하며,
욕심없이 여운을 받아들이는 사람.
그 리더는
성과보다 존재감으로 남는다.
진정한 리더는
마지막 홀에서 잘 맞은 한 번의 샷에
도취되지 않고,
흐름을 정직하게 인정하고,
조용히 그러나 정확하게 경기를 끝낸다.
그렇게 잘 끝맺는 사람만이,
다음 라운드를 더 단단하게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안다.
마지막 샷에 도취되지 않고,
지나간 미련에 흔들리지 않고,
흐름마저도 욕심내지 않을 때
비로소, 진짜 리더십이 ‘존재감’으로 남는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