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우유 줘.”
“어머, 유통기한이 지났네… 이건 아빠 먹으라고 놔두고 새 거 사줄게. 기다려.”
옆에서 듣고 있던 나는 조금 당황했다.
우유의 유통기한쯤이야 보관만 잘했다면 조금 지났다고 해서 탈이 나는 것도 아니고, 버리기엔 아까우니 당연히 내가 마실 생각이었다.
하지만 내가 당황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 말이 어릴 적 우리 엄마가 나와 아빠 사이에서 하던 말과 너무도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 아이와 아내를 바라보고 있으면 문득 아빠 생각이 난다.
하루는 저녁 식사를 하며 아이에게 생선을 발라주고 있을 때였다.
손에 힘을 주어 가시를 골라내고 살만 모아 그릇에 담아주는 순간, 어린 시절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세 식구가 함께하는 식사 시간, 식탁에는 종종 잘 구워진 생선이 올라왔다. 그럴 때마다 아빠 앞 접시에는 생선 가시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어린 마음에는 아빠가 생선을 참 좋아하시나 보다 생각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게 아니었다. 살은 거의 내게 발라주시고, 아빠는 생선 가시에 붙은 자잘한 살을 뜯어 반찬처럼 드셨던 것이다.
그 시절 우리 집은 넉넉하지 않았다. 생선 한 마리를 사면 세 식구가 먹기에는 조금 부족했다. 다른 반찬도 있었지만, 좋은 부위는 자식이 더 먹기를 바라셨을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는 그때보다 넉넉해져서 생선을 배부르게 먹을 수 있게 되었지만, 이상하게도 식탁 위 풍경은 그때와 닮아 있다. 아내와 내 앞에는 생선 가시가 수북이 쌓이고, 아이의 그릇에는 살이 가득하다.
어릴 적 아빠가 발라준 생선살을 맛있게 먹던 아이가, 이제는 내 아이에게 생선 살을 발라주고 있다.
그 사실이 참 신기하면서도, 부모를 닮아가고 있는 나 자신에 괜히 뭉클한 웃음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