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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의 시간 1

마음의 병 치유기 4

by 김해피

나는 기존 두 개의 팀에 일부 다른 팀 인원까지 합쳐진 20명이 넘는 팀의 팀장이 되었다.

게다가 갑자기 팀장들이 퇴사한 옆 두 팀이 하나로 합쳐지며, 그 팀 또한 내가 임시로 관리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처음 맡은 팀장 보직으로 약 40여 명의 팀원이 속한 조직의 리더가 되었다.


끊임없는 회의와 야근, 반복되는 문제와 해결방안 모색.

하루하루가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화장실 간 시간도 없어 방광염에 걸리기까지 했다.

식사를 거르고 핸드폰 한번 확인할 시간도 없었다.


그래도 나는 회사에서 나를 믿고 중책을 맡겼다는 생각에 피곤함조차도 일하는 재미의 산물이라 생각하고 묵묵히 맡은 바 일을 해내었다.


사실 팀장이 되어도 금전적인 큰 혜택은 없었다.

하지만 칭찬만으로도 큰 동기부여가 되었다.


'항상 리스크에 대한 대비가 되어있는 팀장'

팀원들이 나에게 해준 칭찬이었다.


'가장 빠른 피드백을 주는 팀장'

타 팀 담당자들이 나를 지칭해 주는 말이었다.


'일을 맡기면 반드시 결과가 나오는 팀장'

상사들이 나를 일컫는 말이었다.


그렇게 거의 매일 밤 10시까지 야근 후 퇴근길에 홀로 늦은 저녁식사를 하는 일도 점점 잦아졌다.

그리고 반복되는 일상에 몸은 지쳐갔고, 하나를 해결하면 또다시 두 개, 세 개의 문제가 발생하는 현실에 '언젠간 끝나겠지'라는 나의 희망도 점점 꺾여가고 있었다.


하지만 사실 업무적으로 힘든 것은 그나마 나았다.

어떻게든 내가 해내면 되는 것이었으니까, 내 선에서 해결할 수 있으니까...

그러나 사람 문제는 그렇지 못했다.


부모자식 간에도 늘 있는 것이 갈등인데, 하물며 타인, 그것도 다 큰 성인과 갈등이 없을 리는 없었다.

하지만 그 갈등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 문제였다.



석사 출신 팀원이 있었다.

그는 유난히 학벌을 따졌다.

신입 사원 채용 시 두 명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는 학벌을 들먹였다.

그러나 나는 인턴 경험도 있고 면접도 잘 치른 다른 인원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나의 그 결정에 화답이라도 하듯 그 신입사원은 2년이 지난 현재 개발팀에서 가장 일 잘하는 친구가 되어 다른 구성원들과의 관계도 매우 원만한 상황이다.


여하튼 그게 불만이었는지 모르지만, 그 팀원은 이후 비상식적 행동으로 나를 힘들게 했고, 팀워크를 심각하게 해쳤다.


부동산 관련 개인 업무를 위해 아무 말 없이 팀 회의시간에 무단 이탈하여 퇴근하고, 자기 업무 영역임에도 자신의 커리어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석에서 업무 배정을 거부하기도 하였다.

또한 해외 전시회에 참여한 제품 중 자신이 담당한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자, 현지 출장 중인 임원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퇴근 시간을 이유로 대응하지 않고 집으로 가버리는 등 상식을 벗어난 행동으로 나를 힘들게 하였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를 끌고 가야 하는 리더로서 최선을 다해 그를 설득하고 이해해 보고자 노력하였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나를 힘들게 했던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그러한 행동을 불손하고 팀워크를 해친다는 이유로 나에게 그에 대해서 불만을 늘어놓는 그의 선임 팀원들이었다.


사실 내가 사회 초년생일 때 선임 팀원들은 팀장이 제재를 가하기 전에 먼저 자신들이 문제 있는 팀원에게 상식선에서 바르게 행동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가정에서도 형제들 중 문제가 있는 아이를 부모가 훈육하는 것과 별개로 형이나 누나가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러나 그들은 문제 있는 팀원 앞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없는 상황에서 늘 그에 대해서 불평불만을 늘어놓았고, 심지어 내가 왜 그를 징계하지 않는지까지 불만이었다.


사실 팀장으로서 내가 가진 권한보다는 책임이 더 많은 형국이었기에, 나는 그를 설득하거나 연말 인사고과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었다.

사유서를 받아봤지만 그 또한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인사팀장의 대답을 듣고서는 더 이상 불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기로 했던 터였다.

차리리 부정적이고 잘 따라오지 못하며 상식적이지 않은 팀원을 잘 끌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는, 경험은 부족하지만 열정이 있는 팀원들을 내가 겪은 다양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잘 이끄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하지만 나는 리더이기에 팀원을 포기하지 않고자 했다.


그러나 해당 팀원은 사소한 상황에서도 마치 아이가 떼쓰는 듯한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하였다.

가령 그와의 관계를 회복하고자 격려하는 의미에서 어깨에 손을 얹으니 손을 잡고 내린다던가, 혹은 그 손이 있는 상태에서 등을 의자로 밀어 내 손을 의자와 자신의 등 사이에 깔리게 하여 아프게 한다든가 하는, 도무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일삼아 나의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결국 직속 상사인 임원에게 해당 팀원의 일탈과 다른 팀원들의 불만을 보고하게 되었다.

임원은 극대 노하며 인사팀장에게 해당 팀원과 면담 후 징계를 지시하였으나, 결국 그대로 넘어갔다.

이유는 솔직히 알 수가 없다.


그리고 그때 깨달았다.

일은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지만, 사람은 쉽게 고칠 수 없음을...


하지만 심각한 건 비단 이 팀원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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