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런연구소 : 악의 축 2 - 뒤통수치는 사람

제 15 화 빌런 B

by 김해피

뒤에서 웃는 빌런 B


나는 왜 빌런 B가 이처럼 뒤에서 남을 모략하는지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그 답을 알게 되었다.


빌런 B는 지원 팀을 비롯한 타 팀에 우리 팀원들의 험담을 했을 뿐 아니라, 팀장인 내가 하지도 않은 말이나 행동을 했다고 뒷 말을 하고 다녔다.


그는 우선 지원팀과의 면담에서 자신의 특진을 추천한 내가 추천서를 작성하던 중, 내 팀원으로 있기 전에 업무 실적에 대해서 기재해 달라는 것을 불만으로 여겼다고 한다.

이전에 얘기했던 '나잘난' 빌런과 마찬가지로...

(사실 둘은 이전 직장에서부터 같이 입사했던 동갑내기 친구였고, 공교롭게도 지금의 직장으로도 경력직으로 같이 입사한터고 절친이었다.)


또한 어느 날은 내가 다른 팀 팀원 G를 지나가다가 만나게 되었는데, 그가 갑자기 나에게 웃으며 말했다.

"팀장님, 오늘 xx를 혼내셨다면서요? 살살하세요"


나는 그날 몸이 좋지도 않은 상태였는데 이런 말을 들으니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사실 이전에도 내가 하지 않은 말이나 행동이 블라인드 앱에 올라와서 나를 힘들게 했었고, 오늘도 몸이 좋지 않아 오전에 병원을 다녀오고 바로 업무를 진행하기 위해 지나가는 길이였는데, 그런 말을 들으니 어이가 없기도 하고 이대로는 안 되겠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팀원 G 님, 도대체 누가 그런 말을 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저는 오늘 회사에 지금 막 출근을 했는데, 제가 도대체 누구를 혼낸단 말입니까? 그리고 회사에서 누가 누구를 혼내는 것이 말이 됩니까? "


팀원 G는 당황한 듯 말을 흘리며 말했다.

"빌런 B가..."


나는 더 이상 말을 하면 화가 날 것 같아 자리를 옮겼다.


그랬다.

빌런 B는 여기저기 말을 옮기고 다니는 것을 좋아했고, 이를 이용해서 회사 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넓히고자 하였다.


그는 남을 깎아내리고 이를 통해 자신을 높이고자 하는 방법을 취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실이 아닌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상대방을 모략하는 방식으로 무너뜨려왔던 것이다.


사실 여태껏 나왔던 빌런들은 그나마 눈에 띄게 행동하였기에 금세 그 실체가 드러났지만, 빌런 B는 교묘하게 행동을 하였기에 나는 한참이 지나고서 알게 된 상황이었다.


나는 고민했다.

'이대로 놔두면 안 되겠구나.'


하지만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지는 별로 없었다.

팀원들의 불만은 이미 나를 향하고 있었고, 타 팀에서도 나에 대해 안 좋은 가십성 말들이 오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너무 늦게 발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여태껏 나왔던 빌런들은 그나마 눈에 띄게 행동하였기에 금세 그 실체가 드러났고 그에 대한 대책을 세울 수 있었지만, 빌런 B는 교묘하게 행동을 하였기에 나는 한참이 지나고서야 그의 실체에 대해서 알게 된 상황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그의 실체를 파악하기에는 하루하루가 업무로 인해 정신없이 바빴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빌런 B일하느라 정신없는 나를 뒤에서 정신없이 음해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은밀한 소문, 흔들리는 조직


빌런 B는 어디서 들었는지 회사 내의 다양한 소문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 80% 이상은 사실이 아니었고, 대부분 가십성 얘기들이었다.


사실 회사 내에서 가십거리들이 있는 것은 어느 조직이나 동일하다.

하지만 나는 그런 가십이 조직문화나 건전한 직장 생활에 전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듣고 싶지도, 그리고 다른 이에게 옮기는 것도 꺼려했었다.


빌런 B는 나와는 정 반대였다.

빌런 B는 가십 거리를 여기저기 옮기고 회사에 이상한 소문을 퍼뜨리며, 조직력을 와해시키고 팀원 간의 갈등, 팀 간의 갈등, 심지어 남녀 간의 갈등도 조장하였다.


다만 빌런 B가 그런 말을 뒤에서 일대일로 있을 때 은밀히 했기 때문에 빌런 B가 어떤 사람을, 어떤 말을 어떻게 옮겼는지를 직접적으로 알 수는 없었다.

내가 빌런 B로부터 들은 것만을 나는 알 수가 있었고, 그렇다고 그 얘기를 당사자에게 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간질이 되는 거니까.


여하튼 빌런 B의 이런 행태로 팀원 간의 갈등은 증폭되어 갔고, 결국 그 불만은 팀장인 나로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빌런의 아이러니


빌런 B는 독실한 신자였다.

주일이면 늘 교회에 가서 간절히 기도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주중에는 남을 험담하고 모략하고...

입으로는 신을 찾고, 마음으론 악마의 속삭임을 따랐다.


자신의 성과만이 옳다고 늘 믿는 자만심.

늘 자신이 수행한 업무는 항상 좋은 결과를 도출한다는 착각.

타인을 깎아내려야만 빛나는 왜곡된 우월감.


빌런 B는 앞서 등장했던 여러 빌런들의 특성을 모두 갖춘, 그야말로 종합판 빌런이었다.



악의 축


대부분의 빌런은 드러나기 마련이다.

눈에 띄게 행동하기에 언젠가 실체가 발각된다.

그러나 빌런 B는 달랐다.


그는 교묘히 숨어들며, 가식적인 친절로 사람들을 속이고, 은밀한 소문으로 상대를 무너뜨렸다.


그의 존재는 단순한 골칫거리가 아니었다.

그는 조직의 신뢰를 붕괴시키고,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갈라놓았으며, 결국 나를 무너뜨린 핵심 축이었다.


한마디로, 빌런 B내 직장 생활 속의 악의 축이었다.





빌런 유형 012 ‘교묘한 이간질형’

특징 : 겉으로는 친절하고 미소 가득한 양의 얼굴로 은밀한 공간에서만 불만과 험담을 쏟아내며, 사실과 거짓을 교묘히 섞어 유언비어를 생산함. 또한 겉보기엔 연약하고 선해 보여 방심하게 만듦

주요 스킬 : 조직 내 가십 유포 (80% 이상이 사실 아님) 및 뒷담화와 이간질을 통한 인간관계 와해, 그리고 은밀한 자기 포지셔닝으로 직접 나서지 않고 그림자 속에서 영향력 행사함. 또한 종교적·도덕적 이미지를 이용한 자기 세탁.

위험도 ★★★★★ : 당장은 직접적인 공격을 하지 않지만, 보이지 않게 관계망을 무너뜨림. 또한 조직의 신뢰 기반을 파괴하고, 결국 리더를 고립시킴. 그리고 겉모습과 본심의 괴리 때문에 늦게 발견되고 대처가 어려움.


빌런연구소의 교훈 하나

조직에서 가장 무서운 빌런은 노골적인 적이 아니다.
겉으론 웃으며 다가오지만, 뒤로는 독을 품고 은밀히 흘려보내는 자다.


이들은 한순간에 잡히지 않는다.
작은 균열처럼 스며들어 관계를 갈라놓고, 시간이 지날수록 조직 전체를 좀먹는다.

따라서 우리는 항상 ‘말’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말을 통해 남을 깎아내리고, 자신을 높이고, 소문을 즐기는 자는 언젠가 ‘악의 축’이 되어 우리를 무너뜨릴 수 있다.



빌런 B의 교묘한 행태는 결국 나의 마음에 깊은 병을 남겼다.


아이러니하게도, 빌런 B의 이런 모략들을 똑똑히 알게 된 것은 이미 내가 상처받고 무너진 뒤, 한참의 시간이 지나 우연히 마주친 파편들을 통해서였다.


아마 다른 빌런들이 시야를 흐리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비정상적으로 편중된 업무에 매몰되지 않았더라면, 나는 언젠가 빌런 B의 기묘한 수작을 눈치채고 대책을 세웠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때의 환경은 나를 눈멀게 만들었고, 나는 팀원에 대한 신뢰를 악용하는 빌런 B의 함정을 미처 간파하지 못했다.

그것이 결정적 패착이었다.


이제 나는 생각한다.

신뢰를 저버리고, 타인을 밟고, 자신의 영달을 위해 음모를 꾸미는 빌런과 마주했을 때.

우리는 어떤 태도로 맞서야 하는가.


경계하지 않는 순간, 빌런은 이미 우리 곁에 서 있다.


그리고 그들이 남긴 상처 속에서도 어떻게 다시 나 자신을 세워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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