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런연구소 : 끝판왕 1 - 모든 것을 가진 사람

제 18 화 빌런 M

by 김해피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다양한 유형의 '빌런' 들을 만나게 된다.

괴롭히는 팀장, 남의 말은 들으려고 하지 않는 사람, 돈에 환장한 물욕주의자, 겉으로는 친절하지만 뒤에서는 음해하는 동료, 자기 치적을 떠벌리는 상사.

그런데 이 모든 특성을 한 사람에게서 동시에 발견한다면 믿어지겠는가?


나는 그 '최종 보스'와 마주쳤다.

마치 게임의 최종 보스와 같은 그는 바로 '빌런 M'이다.



임원에서 대표까지


빌런 M은 로봇이나 제조업에 대해 전혀 몰랐다.

하지만 든든한 배경 덕에 임원으로 들어왔고, 지금은 대표자리까지 올랐다.

빌런 M의 진가는 업무 능력이나 전문성에서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을 다루는 모략과 권력 장악에서만 빛을 발한다.


물론 소위 말하는 '사람을 다룬다'라는 능력이 리더로서 가져야 할 능력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당하지 못한 '사람 다룸'은 리더로서의 능력이 아닌 만용이다.

그는 자기 말을 잘 듣는 사람들만 팀장으로 남겨놓거나, 팀장으로 진급을 시켰다.

그리고 이전 직장 동료들을 회사로 끌어들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빌런 M의 핵심 특성


그의 외형은 특이했다.

키가 크고 마른 체형, 그리고 뱀 같은 날카로운 두상에 표독스러운 표정.

눈빛은 공허했고, 안경을 낀 모습은 단번에 빌런스러운 인상을 준다.

하지만 겉모습만으로 그의 전략적 위험성을 짐작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경청하지 않는다. 의견을 들어줄 생각도 없고, 질문을 던져도 답을 주지 않는다.

뒤에서 음해한다. 누군가를 깎아내리거나 문제 삼을 때,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조정한다.

치적 포장 전문가. 자기 손으로 한 일이 아니더라도 성과가 나오거나, 나올 것으로 보이면 마치 자신이 한 것처럼 떠벌린다.

학습 의지가 없다. 제품, 시장, 전략에 대해 배우려 하지 않고, 이해력이 떨어져 쉽게 혼란스러워한다.

아첨꾼 선호. 자신에게 굽실거리는 사람들에게만 호감을 가진다. 자기가 그런 '아첨꾼'이기에 그런 듯하다.

대놓고 괴롭힌다. 평가나 대내외 업무 과정에서 이유 없이 불이익을 주는 경우가 있다. 사유를 물어도 대답을 안 한다.


위에 내용을 놓고 보면 지금까지 '빌런 연구소' 글에 등장한 모든 빌런들의 성향을 그대로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들만의 거래


이전에 소개되었던 악의 축 빌런 B, 그리고 지원 팀장 빌런 I 그들은 빌런 M의 충실한 개가 되었다.

빌런 B빌런 M은 공통 취미를 통해, 그리고 빌런 I빌런 B와 이미 동맹을 맺었기에 자연스럽게 빌런 M의 하수인이 되었다.

그들 사이에는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

빌런 M이 대표가 되고, 공교롭게도 빌런 B, 빌런 I 모두 팀장이 되었다.

결과는 참혹했다.

빌런 B빌런 M의 보이지 않는 지원 속에 나를 조직 내에서 지속적으로 음해하였고, 그 결과로 빌런 B 가 나 대신 팀장이 되었고, 나는 마음의 병을 얻어 병가를 내고 휴직을 하게 되었다.

다른 여러 팀장들도 팀장에서 팀원으로 강등되었다.




꼭두각시

빌런 I는 이 둘의 꼭두각시처럼 움직였다.

빌런 M빌런 B의 전략과 모략에 따라 행동하며, 자신의 판단이나 책임은 전무했다.

앞서 발생한 여러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해서도 빌런 I에게 해명을 듣고자 하였으나, 납득할 수 없는 대답을 하거나 묵묵부답이었다.

하지만 그 피해는 분명했다.

그리고 나도 그 피해자 중 하나였다.



억울함의 그림자


사무실 문을 나서던 날, 나는 한동안 발걸음을 옮길 수 없었다.
내가 팀장 자리에서 물러난 이유는 빌런 B가 조작한 보고서와 누락된 자료 때문이었다.
그의 음모로 나는 조직 내에서 무능한 팀장, 불성실한 직원으로 몰렸다.
책상을 바라보며, 남겨진 로그와 이메일을 손으로 만지작거리던 나는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이 억울함, 반드시 풀어야 한다.”


이후 며칠 동안 나는 증거를 모았다.
작은 서버 로그 하나, 회의록 속 단어 하나, 이메일 전송 기록까지 놓치지 않았다.
빌런 B가 어떻게 나를 몰아내고, 기록을 조작했는지 하나씩 추적하며 마음속에서 복수의 그림을 그렸다.

그 과정은 힘들었지만, 차분하게 한 발 한 발 증거를 쌓는 일만이 나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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