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이 전하는 위로
나에게 제빵은 완벽함 그 자체였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빗어 넘긴 단발머리, 풀을 먹여 빳빳한 앞치마는 내 갑옷이었다. 내가 운영하던 도심의 베이커리 '퍼펙트 브레드'는 수술실처럼 깨끗했다. 차가운 스테인리스 작업대는 거울처럼 빛났고, 그 위에는 모든 도구가 각을 맞춰 정렬되어 있었다. 공기 중에는 빵 냄새 대신 서늘한 소독약 냄새와 오존 향이 희미하게 맴돌았다. 나의 머릿속은 온통 숫자로 가득했다. ‘작업대 온도는 정확히 18도. 습도는 55%. 밀가루 입자가 0.3mm라도 굵으면 안 돼.’ 그것은 나를 지탱하는 주문이자 족쇄였다.
오후 세 시, 예약된 케이크를 찾으러 단골손님이 도착했다. 나는 보석을 다루듯 장갑을 낀 손으로 완벽하게 아이싱된 케이크를 꺼내 보였다.
"사용된 발로나 초콜릿은 70.5%, 마다가스카르산 바닐라빈은 정확히 2.7g이 들어갔습니다. 오차 범위는 0.01% 미만입니다."
손님은 감탄했다. "어머, 먹기 아까울 정도로 완벽하네요. 꼭 박물관에 전시된 예술품 같아요."
‘완벽하다’는 최고의 칭찬. 그러나 손님이 떠난 후, 나는 텅 빈 진열장을 보며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예술품'이라는 말이 기쁘면서도, 아무도 살지 않는 텅 빈 집처럼 외롭게 들렸다.
내 완벽주의의 뿌리는 아주 오래전, 어린 시절의 기억과 닿아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오래된, 내 존재의 첫 기억은 냄새로 시작되었다. 엄마의 화장품도, 아빠의 서재의 낡은 책 냄새도 아니었다. 그것은 희미한 꿈처럼, 따뜻한 온기가 가득했던 부엌에서 피어오르던 달콤하고 고소한 빵 냄새였다. 엄마의 등 뒤에 숨어, 그녀가 흥얼거리는 콧노래를 들으며 부풀어 오르는 반죽을 경이롭게 바라보던 순간의 안정감. 그 순수한 행복은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다른 공식에 자리를 내주었다. 맞벌이로 늘 분주했던 부모님은 내가 서툰 그림을 자랑스레 내밀 때면 "잘했네"라는 무심한 칭찬과 함께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어느 날, 색깔별로 크레용을 완벽하게 정리하고, 키 순서대로 인형을 줄 세워 놓은 내 방을 본 어머니는 처음으로 환하게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우리 딸, 정말 완벽하네."
그 순간, 어린 내 마음속에 하나의 공식이 새겨졌다. '완벽함은 사랑받는 조건'이라고. 어쩌면 나는 잃어버린 그 첫 기억의 행복을 완벽하게 재현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 신념은 내 빵에 그대로 투영되었다. 스승님은 그런 나를 늘 안타까워했다. 어느 날, 그는 내가 만든 완벽한 바게트를 한 조각 맛보았다. 그는 눈을 감고 오랫동안 빵을 씹더니, 칭찬 대신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 "맛있다. 하지만 이 빵은 웃고 있지가 않구나."
그러고는 그는 저울과 계량컵을 모두 치워버렸다. "오늘은 네 손의 감각, 마음의 눈으로 빵을 만들어보거라."
그 말에 나는 숨이 멎는 듯했다. 정량화할 수 없는 '감각' 앞에서 식은땀이 흘렀고, 손이 덜덜 떨려왔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망연자실한 채, 나는 결국 주저앉고 말았다. 그런 나를 보며 스승님은 깊은 한숨과 함께 말했다.
"민서야, 빵은 벽돌이 아니야. 완벽한 규격으로 찍어내는 물건이 아니란 말이다. 사람의 체온, 그날의 습도, 반죽을 어루만지는 마음. 그 모든 것이 어우러져 살아 숨 쉬는 생명 같은 거지. 네 빵은 완벽하게 아름답지만... 슬프게도, 살아있지가 않아. 네 영혼이 담겨 있지 않기 때문이다. 네 빵에는 기술만 있고, 온기가 없어."
그 말은 내 갑옷을 산산조각 냈다. 갑옷이 사라진 민낯의 자신을 마주할 용기가 없었던 나는, 작업실로 돌아와 입고 있던 앞치마를 흐트러짐 없이 완벽하게 접어 작업대 위에 올려놓았다. 나의 정체성을 그곳에 내려놓고, 아무 말 없이 빵집을 나섰다. 그렇게 세상으로부터 도망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