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빵집 (확장판) - Part2

빵이 전하는 위로

by sarihana

2장. 낡은 오븐이 들려준 이야기


빵집을 떠난 다음 날 아침, 나는 텅 빈 내 집에서 눈을 떴다. 적막했다. 매일 새벽 나를 깨우던 알람 소리도, 오븐 예열되는 소리도, 아무것도 없었다. 세상의 모든 소리가 나를 비껴가는 듯했다. 습관처럼 일어나 빵을 찾았지만, 집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허기를 견디지 못하고 편의점에서 사 온 양산형 빵을 한입 베어 물었다. 마치 종이를 씹는 듯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그것을 그대로 뱉어냈다. 빵을 만들 수도, 먹을 수도 없게 된 나는, '제빵사 민서'로서 완전히 죽어버렸다.


그 첫날은 일주일이 되고, 한 달이 되고, 이내 색깔 없는 두 해가 되었다.


첫해 여름, 나는 생계를 위해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의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비닐에 포장된 냉동 생지를 오븐에 넣고 타이머만 누르는 과정은 고문과도 같았다. 인공 버터 향이 역하게 느껴졌고, 똑같은 모양으로 찍혀 나오는 빵들을 보며 숨이 막혔다. 나는 계산대 앞에서 웃지 못했고, 결국 하루 만에 도망치듯 그곳을 나왔다. 내가 거부한 것이 '제빵' 행위 자체가 아니라 '온기 없는 제빵'이었음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두 번째 해 가을, 공원 벤치에 멍하니 앉아있었다. 한 엄마가 삐뚤빼뚤하게 만든 김밥을 아이에게 먹여주고 있었다. 단무지가 삐져나오고 밥알이 흐트러진, 완벽과는 거리가 먼 김밥. 하지만 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먹는 듯 행복해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아주 오랜만에 무언가를 강렬히 갈망했다. 완벽한 빵이 아니라, 저렇게 서툴지만 진심이 담긴 음식이 주는 순수한 기쁨을 만들어내고 싶다는 희미한 그리움이었다.


방황의 끝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찾아왔다. 주말에 찾아간 요양원, 희미해진 기억 속에서 어머니가 문득 말했다.


"어릴 때 살던 동네에... 김 씨 아저씨가 하던 빵집이 있었는데... 그 집 팥빵이 참 맛있었지."


'김 씨 아저씨네 빵집.'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잊고 있던 엄마의 기억 한 조각에 이끌려, 나는 무작정 그 동네를 찾아 나섰다. 방황은 이제 '어머니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가는 여정'이라는 희미한 목표를 갖게 되었다.

수소문 끝에 찾아 들어간 낡은 골목. 재개발이 멈춘 듯 시간이 내려앉은 그곳에서, 나는 운명처럼 한 가게를 발견했다. 먼지 쌓인 유리창 너머로 녹슨 오븐이 보였다.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홀린 듯 낡은 문고리를 잡았다. 잠겨 있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문은 '삐걱' 소리를 내며 힘없이 열렸다. 안으로 들어서자, 오래된 나무와 묵은 밀가루 냄새, 그리고 켜켜이 쌓인 시간의 냄새가 훅 끼쳐왔다. 나는 천천히 빵집 안을 둘러보았다. 작업대 위에는 오래된 밀가루 자국이 희미하게 남아있었고, 벽에는 액자가 걸려있던 네모난 자국들이 선명했다. 서랍을 열자, 손때 묻은 낡은 나무 밀대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나는 밀대를 조심스럽게 들어보고, 작업대에 손을 대 보았다. 마치 이곳에 살았던 이전 주인의 시간과 대화하려는 듯, 공간의 침묵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가게 중앙에 섬처럼 놓인 늙은 오븐 앞으로 다가갔다. 나는 오븐의 두꺼운 철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깊고 차가운 어둠이 마치 내 지난 2년의 절망을 상징하는 듯했다. 점화 스위치 위에서 손이 망설였다. '내가 다시 할 수 있을까?' 실패의 기억이 발목을 잡았다.


바로 그 순간, 내 뇌리에 어린 시절 엄마의 부엌에서 맡았던 따뜻하고 달콤한 빵 냄새, 그 행복의 첫 기억이 섬광처럼 스쳐 지나갔다. 잃어버렸던 나의 근원. 그 기억이 내게 마지막 용기를 주었다.


나는 마침내 스위치를 돌렸다.


'푸흐흐...'


가스 새는 소리와 함께, 처음에는 약하고 불안정한 불꽃이 피어올랐다. 마치 나의 희망처럼. 이내 불꽃은 '화악!' 하는 소리를 내며 안정적이고 강한 주황빛으로 타올랐다. 나는 오븐의 작은 유리창에 비친 내 얼굴을 보았다. 창백하고 지쳐있던 얼굴 위로, 살아 춤추는 불꽃의 따뜻한 빛이 어렸다.


이것은 단순한 불이 아니었다. 다시 시작되는 내 삶의 불씨였다. 그 순간, 나는 다시 빵을 굽기로 결심했다. 이번에는 완벽함이 아닌, 온기를 담아서.





이전 02화시간의 빵집 (확장판) - Part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