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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 땅에서 바다로 흘러드는 여러 가닥의 물줄기들 중에서 하구의 변화가 심하지 않고 바닷길과 쉽게 연결되는 강이 하나 있는데, 이 강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머지않은 곳에서 청록색의 큰 산을 만나게 된다.
산모양이 수려하고 흰 바위로 된 산봉우리의 자태가 빼어나서 백악산이라 불리었고 큰 산을 의미하는 우리 고유의 말인 무려산이라 불리기도 했다. 또한 삼위산이라 부르기도 했는데 삼위란 뾰족하고 높은 봉우리를 일컫는 삼봉 또는 삼각산과 같은 의미를 갖고 있다.
한편 서쪽에서 흘러들어와 무려산과 만나면서 남쪽 바다로 빠져나가는 강이 있는데 이 강을 흑수라 부른다. 다른 말로는 토하 또는 흙수라고 바꿔 부를 수 있는데, 이 말은 생명수로서 생명의 근원이자 물의 근원을 의미하는 것이다.
달리는 백량수 또는 대량하라고 불렀는데 맑고 차가운 물을 뜻하는 발하 또는 밝수의 다른 표현이다. 세 가닥으로 흐르던 물이 한줄기로 합해지는데 합쳐서 흑수발하라 불리었다.
환웅천왕님께서는 흑수발하 삼위태백을 본거지로 하고 무려산을 주산으로 하여 동쪽의 광활한 벌판, 남쪽의 큰 바다, 북쪽의 넓은 초원, 서쪽의 강물이 시작되는 구석구석까지 모두를 아우르는 큰 나라의 중심 되는 신시를 이곳에 건설하려는 것이다
제단을 세우는 작업은 운사가 양가와 협력하여 진행하기로 하였다. 운사는 산 정상 부근 흰 바위 아래에서 알맞은 장소를 찾아내었다. 이곳은 산의 몸체에서 다소 앞쪽으로 나와 있어서 사방의 하늘이 숨김없이 드러나고 북사면 쪽은 신단수가 병풍처럼 군락을 형성하고 있으면서 흰 바위산과 신비롭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하늘이 예비해 놓은 성소였다.
양가는 알맞은 돌들을 모아서 원방각 이치에 맞게 제단을 쌓기 시작하였다. 먼저 원형으로 기단을 만들고 그 위에 다시 원형으로 안쪽 내단을 쌓았다. 그다음 네모난 형태로 제단을 한단 더 올려 쌓았다. 네모난 제단 안에는 제물을 올려놓을 고인돌 형태의 탁자를 마련하였다.
제단은 산의 지형을 적절하게 이용하여 크지도 않고 높지도 않게 만들어서 자연합일 사상을 실현했다. 제단 앞쪽 비탈에는 아주 오래된 신단수 고목이 한 그루 서있는데 오랜 세월 거친 풍상을 홀로 겪으면서 나무의 줄기와 가지가 비틀어지고 휘어진 상태로 꿋꿋이 버티고 있었다. 그 모습에는 마치 태곳적부터 오늘을 보려고 이 자리를 묵묵히 지켜온 거목의 위엄이 서려 있었다.
신단수는 소사나무인데 자작나무 또는 서어나무와 같은 갈래이다. 그중에서도 소사 나뭇잎은 모양이 단정하고 진녹색으로 태양아래서 더욱 반짝인다. 가을에는 단풍이 곱게 들고 떨어진 낙엽의 모습이 예쁘다. 줄기와 가지가 가지런히 자라서 아름답고 특히 겨울철 나무의 굵은 줄기는 회백색으로 하얗게 변한다. 마치 우리 민족의 백의처럼 희고 아름답다.
또한 추위에 강하고 바위산 돌너덜 사이 척박하고 건조한 땅에서도 잘 자라서 우리 민족의 단정하고 소탈하고 끈기 있는 모습을 많이 닮았다. 우리 겨레의 염원을 하늘로 전달하는 천명을 타고난 신단수는 우리 민족의 신목으로 수천 년간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환웅님께서 거처하시고 삼사오가와 함께 국사를 의논하는 천왕궁은 풍백이 설계하고 마가가 건설을 주도하기로 했다. 풍백은 무려산을 등에 지고 발하가 내려다 보이는 양지바른 언덕에 궁터를 마련하였다. 멀리 남쪽으로 바다가 내려다 보이고 동쪽으로는 광활한 평야가 한눈에 들어왔다. 풍수지리적으로 배산임수 금계포란의 명당자리임이 분명했다.
배산임수 지형은 북쪽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겨울바람을 막아주고 손쉽게 식수와 농업용수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물길을 이용하여 물자의 수송이나 교역에 편리한 이점을 가지고 있다. 금계포란의 땅은 금빛 닭이 알을 품고 있는 형국인데 대가 끊기지 않고 발복 하는 길지를 말한다. 천왕님과 천손들이 세운 나라가 자손만대 이어지고 천년만년 번창하리라는 염원을 담아서 가장 상서로운 땅을 신시의 핵심 궁터로 선택한 것이다.
너무 크거나 화려하게 꾸미지는 말라는 환웅님의 부탁을 받은 마가는 비와 바람을 피할 수 있고 추위와 더위를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형식과 구조로 궁궐을 완성하였고 짐승들의 침입을 막기 위해 돌담과 목책을 검소하게 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