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시족의 옥기문화

2-12

by 임헌수



풍백의 집안에 입양된 웅족 공주는 훌륭하게 성장하여 어느덧 19세의 성인이 되었고 풍백의 아들 방천과 결혼하여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마냥 즐거워할 수만은 없는 그늘진 일이 생겼다. 그것은 어머니 고향에서 들려오는 불편한 소식들이었다. 어머니의 뒤를 이은 이모들도 이제 모두 세상을 떠났고 공주의 형제들도 빠르게 변하는 웅족 사회를 이끌어 가기에는 힘들어 보였다.

웅족 사람들은 미련할 정도로 순진했고 신시사람들은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해했다. 웅족 사람들은 열등감을 느꼈고 신시주민들은 그들을 업신여겼다. 두 부족의 갈등의 골은 점차 깊어갔다. 쌓이고 싸인 감정들이 폭발한 사건의 발단은 사소한 일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옥을 다듬어 장신구를 만드는 일은 웅시족 사람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일 중에 하나였다. 어쩌면 중요하다는 경계를 넘어선 성스러운 작업이었다. 옥은 원석을 구하기도 어렵고 가공하는데 많은 정성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신분이 높은 권력자들이나 제사장들이 주로 사용하였다. 옥기들은 일반생활에서 보다는 정신문화생활에 큰 쓰임새가 있었기 때문에 옥을 다루는 장인들도 전문적인 집단이었고 선택받은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옥의 단단함과 변치 않는 성질은 영원불멸을 상징하고 오묘한 빛깔과 은은한 반투명성은 신과의 소통과 하늘과의 교감을 암시하고 있다. 옥결은 귀걸이인데 목숨과 건강을 상징하고 있어 주로 남성들이 사용하였고, 곡옥은 동물들의 이빨을 본뜬 모양인데 부귀와 수명을 기원하는 의미로 여자들의 목걸이로 많이 사용되었다. 특히 옥룡은 생명의 영원함과 하늘 위에 있는 사후세계로 인도하는 역할을 한다는 믿음이 있어 죽은 사람의 가슴에 하나씩 묻어 주었다.

옥을 만드는 원석은 구하기가 매우 힘들었다. 아주 오랜 옛날에는 서역땅에서 까마귀족들이 운반해 주었는데 워낙 길이 험난하고 멀어서 일 년에 한 번 찾아오기도 힘들었다. 그러나 배달족의 영역이 넓어지고 지역 간의 소통이 원활해지면서 동쪽에서 생산되는 질 좋은 원석을 가져다 편하게 쓸 수 있게 되었다.

옥석이 생산되는 수암은 환국의 북쪽 땅인데 신시와 바닷길로 연결되면서 옥석을 캐고 운반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고, 신시로 운반된 옥돌들은 강을 따라 오르내리며 물자를 공급하는 고시족들에 의해 강상류에 있는 웅시족들에게 수시로 인도되었다.

그런데 한동안 무슨 연유인지는 알 수 없으나 옥돌들은 반입되지 아니했고 수암사람들도 보이지 않았다. 웅시족 사람들은 재료 부족으로 일에 차질이 생겨 전전긍긍하였고 장례를 제대로 치를 수 없는 곤란한 입장에 처한 제사장은 운반을 맡고 있는 고시족들을 불러 호통을 치고 혼쭐을 내었다.

고시족들은 옥의 중요성을 전혀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자신들도 잘 모르는 일로 혼이 나고 나니 은근히 부아가 치밀어서 죽고 사는 문제도 아닌 별로 대수롭지도 않은 일에 야단법석을 떨고 있다고 대들었다. 자신뿐만 아니라 웅족 모두를 무시하는 듯한 태도에 몹시 화가 난 제사장과 장인들은 고시족 사람들을 가두어 놓고 돌려보내지 않았다.

사실 수암땅에서 나는 옥들은 그 다양한 색깔의 오묘함이나 맑고 깊은 투명함과 부드러운 돌의 질감은 모든 면에서 비견할 수 없는 최상의 품질임이 분명한데 그 진가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원석을 채굴하는 노력의 대가가 부족하다는 점이 항상 수암사람들에게는 불만이었다.

이러한 연유에서 옥돌 채석작업이 중단되었는데 전후사정을 알지 못하는 고시족에게 불똥이 튄 것이었다. 그렇지만 이 일은 오해에서 비롯된 단순사건이 아니라 서로 무시하고 경멸하는 두 부족 간의 해묵은 감정과 갈등이 수면 위로 분출되어 폭발한 심각한 사건이었다.

처음 이 사건을 전해 들은 우사는 마가와 구가를 보내서 갇혀있는 고시족 배달꾼들을 구출해 오기로 했으나 풍백의 만류로 실행을 미루고 천왕님께 보고하였다. 풍백과 우사로부터 전후사정 이야기를 상세히 전해 들은 천왕님은 배달국의 건국이념인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 사상을 다시 환기시키면서 대국적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모든 백성들을 사랑하는 천왕님의 어진 마음씨에 공감한 풍백은 자신의 며느리가 된 웅족 공주님을 이 문제를 평화롭게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천왕님께 추천하였다. 천왕님은 이런 날이 오리라고 미리 예견이나 한 듯이 웅족 공주를 훌륭하게 키워낸 풍백의 선견지명을 크게 치하하셨다. 그리고 우사에게는 수암지역으로 들어가서 주민들을 달래고 위로해 줄 적임자를 찾아보라고 명령하셨다


천왕님의 부름을 받은 웅족 공주님은 웅족 사회의 어려운 내부상황과 웅족 주민들이 느끼고 있는 불편한 감정들을 말씀드렸다. 천왕님은 어느 한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며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터이니 공주가 웅시국으로 돌아가서 웅족들을 배달국의 한 가족이 될 수 있게 이끌어 달라고 부탁하였다. 공주님도 언젠가는 돌아가야 할 마음의 짐이 있다며 머리를 조아리고 하명을 받아들였고 천왕님은 공주님을 웅시국의 임검으로 임명하였다.

이전 11화와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