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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사가 다스리는 바닷가 외딴섬이나 후미진 갯마을에는 와지족들이 살고 있었는데 이들은 주로 얕은 물가에서 작은 물고기를 잡거나 조개를 채취하면서 생활하였다. 남자들은 머리를 짧게 자르고 온몸에 문신을 하였는데 이는 큰 물고기나 물 짐승들을 물리치기 위한 방편이었다.
이들은 표주박을 허리에 차고 물일을 하였는데 오랫동안 숨을 참고 물속에 머무를 수 있는 재주가 있었다. 연한 나무줄기로 만든 바구니 배를 타고 다녔는데 여러 사람이 타고 먼바다를 다니기에는 위험하고 적당치 못하였고 주로 채취한 조개나 어류들을 실어 나르는 운송수단으로 이용되었다.
어느 날 와지족 남성 서너 명이 운사가 머무는 섬으로 운사를 만나러 찾아왔다. 바구니 배를 타고 왔는데 여러 개의 바구니배를 두줄로 엮어서 파도에 어느 정도 견딜 수 있게 만들어서 타고 왔다. 섬사람들은 이들이 타고 온 배 모양이나 온몸에 문신을 새긴 모습을 신기해하면서 운사에게 안내하였다.
우두머리로 보이는 나이 든 남성이 형형색색의 진주가 가득한 주머니를 열어 보이며 배달국사람들이 타고 다니는 당돌이배를 한 척 사고 싶다고 말했다. 처음 보는 진주의 찬란한 형상에 잠시 넋을 빼앗겼던 운사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이 사실을 천왕님께 보고하도록 하고 와지족 사람들에게는 천왕님을 만나 뵙고 결정에 따르자고 말했다.
천왕님을 대면한 와지 사람들은 예의범절을 배운 적이 없는지라 어찌할 바를 모르고 우물쭈물하였다. 머리를 긁적거리고 몸을 흔들거리며 서로 멀뚱이 쳐다보기만 할 뿐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서로의 등뒤로 숨으려고 애쓰기만 하였다.
이윽고 운사가 두 손을 마주 잡고, 허리를 숙여 공손하게 절하는 모습을 보고 제일 나이 든 사람이 그대로 따라 했고 나머지들도 엉겁결에 똑같이 흉내 내었다.
기이한 차림과 생김새와는 딴판으로 순진하고 귀여운 행동에 천왕님은 파안대소하시며 인자하게 맞이해 주셨다. 운사로부터 전후사정 이야기를 전해 들은 천왕님은 흔쾌히 배 한 척을 내주라고 허락하셨고 앞으로 우리 백성들과 사이좋게 지내며 서로 도움이 되라고 당부하셨다.
와지족들은 며칠 동안 배달국에 머물면서 이곳저곳을 구경하였는데 물질적인 풍요로움은 물론 높은 문화 수준에 감탄하여 젊은이 한 명은 이곳에 남아 많은 것을 배우고 싶어 했다. 차츰차츰 교류를 넓혀나가면서 배우기로 하자는 운사의 약속에 이들은 구입한 배를 스스로 운전하고 떠나갔다. 처음 타보는 큰 배임에도 불구하고 다루는 솜씨가 뛰어났다.
이날 이후로 와지족들은 운사가 거처하는 섬과 환웅님이 계시는 신시를 수시로 왕래하면서 부족한 물자를 구입해 가고 필요한 기술들을 배워가면서 점차 성장하고 발전하게 되었다.
어느 날 풍백이 다스리는 남쪽 마을에 헐벗은 사람들 수십 명이 먹을 것을 구걸하러 나타났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풍백은 서둘러 내려가서 이들을 만나보았는데 어른들은 모두 허리춤에 큰 박을 차고 있었고 머리는 짧게 자르고 온몸에는 문신이 새겨진 다소 기이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외진 바닷가에서 작은 물고기와 조개 등을 잡아먹고살고 있었는데 강추위가 오랫동안 계속되는 바람에 먹을 것을 구할 수 없게 되자 높고 험한 산을 넘어 이곳까지 오게 되었다고 했다.
풍백은 이들에게 우선 먹을 것을 제공하게 하고 추위를 피해 거처할 장소를 마련해 주었다. 그리고 일행을 대표할 만한 남녀 한 쌍을 데리고 천왕님을 뵈러 갔다. 두 사람을 보자마자 천왕님은 지난번 찾아왔던 와지족 사람들을 떠올리고 마가를 불러 이들을 찾아오라고 하셨는데 때마침 신시에서 일을 보고 있던 와지족 사람들이 있었다.
처음 만난 두 부족들은 서로를 와 또는 웨라고 부르며 반가워했다. 알 수 없는 저들만의 언어로 한참 동안 이야기 하였는데 먼 옛날 남쪽 바다에서 이주해 온 한 뿌리 자손들이라 했다. 이주해 온 시기와 장소가 서로 달라서 흩어져 살아왔는데 생활방식과 언어습관은 버리지 못하고 그대로 유지하고 살아왔던 것이다.
천왕님은 이들에게 그물을 짜서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게 하시었고 날이 풀릴 때까지 잘 보호해 주고 돌아갈 때는 험준한 산길로 보내지 말고 배를 타고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다
편리한 운송수단을 갖추게 된 와지족들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동족들 간에 서로 왕래할 수 있게 되었고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되어 굶주림에 떠돌아다니는 일은 없게 되었다.
배달국 주민들과는 친밀한 관계를 계속 유지하였고 이때의 인연으로 훗날 바다가 육지가 되고 섬이 육지와 연결되면서 새로운 땅들이 생겨날 때 우리 민족이 그곳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나라를 세우는 일에 크게 도움을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