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은 자신감의 표출
2025년도에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시동을 건 관세정책은 이전까지 진행된 '자유무역주의'라는 큰 물줄기를 '보호무역' 주의로 되돌리기 위해 미국 단독으로, 그리고 스스로 거대한 무역장벽을 다시 세우는 형국에 비유할 수 있다.
미국의 무역 장벽 반대편에는 거의 50년 동안 지속된 '세계화'라는 물줄기가 있었다. 이것 역시 세계은행, IMF와 공조하며 미국이 거의 주도했다. 처음에는 생산 인건비가 저렴한 곳을 찾아 나선 제조업에서 시작되었지만, 나중에는 콜센터의 해외 아웃소싱 등 서비스 분야까지 전방위로 확산되었다.
세계 경제사에 있어서 현대에 들어 본격적인 제조업 아웃소싱은 1960년대에 시작되었다. 당시 미국의 제너럴 일렉트릭(General Electric) 같은 대기업들이 생산 기지를 멕시코 등 인건비가 낮은 해외 국가로 옮기기 시작했다.
이른바 '오프쇼어링(Offshoring)'이 확산되었는데, 이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North America Free Trade Agreement)과 같은 무역 협정으로 인해 더욱 가속화되었다. 1980년대 이후, 세계화와 함께 아웃소싱은 웬만한 대기업들에게는 보편적인 생존 전략이 되었다.
기업들은 핵심 역량에 집중하고 비핵심 업무를 외부(해외)에 맡기기 시작했다. 1990년대에는 인터넷과 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아웃소싱이 24시간 다국어 고객 콜센터 운영과 같은 서비스업 분야로까지 확대되었다.
중국이 세계의 제조업 공장으로 부상한 시기는 핵심 기술의 축적과 기초과학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조금씩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1990년대이다. 해외 기업들에게 자본시장을 개방하기 시작한 중국은 해외 기업 유치 및 달러 자본 유치에 총력을 기울였다.
지금 시점에서 돌아보면 경제발전에 필수적인 다수의 숙련된 인력과 자본이 턱없이 부족한 중국으로서는 무척 슬기로운 국가 전략이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 미국과 유럽 등 다수의 제조업체들이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하였다.
이 시기가 미국 입장에서는 아이러니 하게도 제조업의 쇠퇴가 시작된 시기였다. 1990년 대 이전까지 상당한 분야에서 제조업 강국이던 옛날의 미국을 생각하고 있는 현재의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도에 들어와서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고 몸부림치고 있는 형국이다.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은 기술 궤적을 근본적으로 바꾼 중대한 순간이었다. WTO 가입은 전례 없는 외국인 투자와 기술이 중국으로 제약없이 폭발적으로 유입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제공했다.
WTO 가입 전까지 근 20년 동안 기초 체력에 해당하는 과학기술 인프라를 재건하는 데 투자했던 중국 정부는 이제 글로벌 통합을 활용하여 발전을 가속화할 완벽한 위치에 서 있었다. 그 전략은 순수한 발명이 아니라 "자체 혁신"이라고 공식적으로 정의된 것이었다.
이는 "외국기업들 스스로 가지고 들어 온 (수입) 기술의 적용과 현지화 및 추가 개발을 기반으로 한 독창적 혁신, 통합적 혁신, 재혁신"의 실용적인 혼합이었다.
외국인 직접 투자(FDI)는 이 가속화된 "따라잡기" 단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FDI는 주로 국내 경제를 견인하는 "기술 파급 효과"를 창출함으로써 중국의 경제 성장과 기술 혁신에 중요하고 긍정적인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더 깊이 분석해 보면, 외국 기업의 자본투자가 경제 성장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미미하거나 심지어 부정적인 상관관계를 보인 반면, 국내 연구개발(R&D) 투자에 의해 증폭된 간접적인 영향은 매우 컸다는 미묘한 차이가 드러난다.
이는 중국의 성공이 단순히 외국 자본을 유치하는 데서 나온 것이 아니라, 그것과 함께 오는 노하우를 전략적으로 흡수하는 데서 비롯되었음을 시사한다. 이 흡수의 주요 메커니즘은 의무적인 국제 합작 투자(IJV, International Joint Venture, 지분율 51%(중국 현지기업):49%(외국기업))였다.
중국 정부는 특정 산업에 진출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국내 중국 파트너와 합작 투자를 의무적으로 형성하도록 요구하여 시장 접근을 허용했다.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이 슬기로운 정책은 기술 이전을 장려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었다.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합작 투자 기업들은 합작 투자를 하지 않은 중국 기업보다 평균 30% 더 생산적이고, 매출이 더 높으며, 더 많은 특허를 출원했다. 지식의 이전은 합작 투자 자체에 국한되지 않았다.
기술은 국내 중국 모기업에게, 심지어 동일 산업 내 다른 회사들에게도 "유출"되어 국내 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광범위한 학습 효과를 창출했다. 미국 및 다른 국가들이 "강제 기술 이전"의 한 형태로 간주하는 이 관행은 중국에서는 시장 접근을 원하는 외국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체결한 합의로 간주된다.
이러한 전략적 흡수 모델은 중국의 고속철도 개발에서 잘 드러났다. 중국은 일본, 독일, 프랑스의 외국 파트너들과의 합작 투자를 통해 시스템을 수입했다. 그런 다음, 외국 기술을 체계적으로 흡수하고 생산 공정을 현지화했으며, 수출 시장에서 외국 공급업체와 경쟁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광범위하고 기술적으로 진보된 고속철도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는 이 전략의 명확한 결과이다. 중국은 이제 초고속철도 차량 제조, 철로 건설, 운영 소프트웨어 시스템까지 패키지 방식으로 수출하는 국가이기도 하다.
유사한 궤적이 통신 분야에서도 발생했다. 중국은 1G 및 2G 시대의 기술 "모방자"에서 5G의 "핵심 혁신가"로 변모했다. 중국은 2G 시대를 경험하면서 전국에 촘촘한 전화선을 설치하는 것을 주저했다.
중국은 3G, 4G시대를 최대한 신속하게 도입했으며, 유선 인터넷을 테스트 수준에서 마무리하고, 곧바로 5G 무선 인터넷과 모바일 통신으로 직행한 보기 드문 국가이다. 국토 면적으로 세계 3-4위, 인구 수에서 세계 1-2위를 다투는 중국으로서는 선택이 아닌 필수전략이었다.
2010년대에 이르러 화웨이(Huawei)와 ZTE(Zhongxing Telecommunication Equipment 중싱통신설비, 中兴通讯股份有限公司, 중국 기업으로 통신 장비 및 시스템을 설계하고 생산하는 다국적 기업)와 같은 중국 기업들은 더 이상 구경꾼이 아니라 국제 표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형성하고 있었으며, 화웨이의 Polar Code는 글로벌 5G 표준으로 채택되었다.
이 시기에는 특히 소비자 중심 산업에서 민간 기술 부문이 급부상했다. 바이두(Baidu), 알리바바(Alibaba), 텐센트(Tencent)와 같은 기업(일명 "BATX" 그룹)은 구글이나 아마존과 같은 서구 기업들이 효과적으로 경쟁하는 것을 막는 정부의 장벽으로 인해 생긴 중국 국내 시장의 공백을 채우면서 2000년대에 급성장했다.
이들 기업은 전자상거래, 소셜 네트워킹, 검색 분야에서 지배적인 역할을 하며, 활기찬 민간 기술 주도의 온라인 플랫폼 생태계의 토대를 마련하고 완성했다.
중국 정부의 역할은 이후부터 직접적인 명령 및 통제 방식에서 시장 장벽과 의무적 합작 투자를 통해 기술 흡수 및 국내 챔피언 육성 과정이 일어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으로 전략적으로 전환되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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