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기어, 글러브, 복싱화 스파링 3박자에 마우스 피스까지 맞췄어요.
공격 스파링 이후로 제대로 된 스파링을 해보고 싶어서 마우스피스를 맞추었다.
마우스피스는 치아 위에 끼는 고무/실리콘 재질의 보호 장치를 말하는데 주먹을 맞을 때 치아를 보호하고 혀를 깨무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필수로 껴야 한다.
처음 맞출 때 고무 특유의 역한 맛 때문에 헛구역질을 나왔다.
준비물
- 뜨거운 물
- 섬세한 손길
피스를 뜨거운 물에 담그면 말랑해진다. 그걸 윗니에 덮어 씌우듯 끼우고 어금니를 꽉 물어 치아 모양대로 성형해야 한다. 입을 다물고 인중을 꾹꾹 눌러 고정하면 입을 벌렸을 때도 빠지지 않는다. 그렇게 내 치아 자국이 남은 세상에 하나뿐인 피스가 완성된다.
처음에는 두세 번이나 실패해 "이게 제대로 되는 건가 마우스피스를 맞출 수 있나" 싶었는데 몇 번 반복하니
요령이 생겼다. 이제는 익숙해져서 한 번에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입에 끼면 이물감이 크고 고무 맛에 헛구역질이 올라왔다.
공용 헤드 기어와 글러브, 운동화를 착용하고 마우스피스까지 끼고 다시 링 위에 올랐다.
스파링에도 단계가 있다.
스파링(sparring)
: 실전처럼 상대와 글러브를 끼고 겨루는 연습
매스 스파링
-> 접촉, 타격없이 주먹을 내며 동작 연습하는 것
라이트 스파링
-> 타격은 있되 가볍게 주먹을 주고 받으면서 감각을 익히기
풀 스파링
-> 실제 경기처럼 풀파워로 강하게 주고 받는 스파링
이번에는 매스 스파링에 가까운 라이트 스파링이었다. 내가 공격만 하는 스파링이 아니라 경력 있는 남자분이 가볍게 주먹을 내주면서 나도 공격을 하는 스파링이었다. 말이 스파링이지 남자분이 받아주는 스파링이었다. 방어도 제대로 배우지 않은 상태에서 의욕만 앞서서 미친듯이 공격을 했다.
그러다가 정타를 맞았다.
내가 가드를 올리지 않았던 탓이다.
살살한다고 하지만 힘 조절은 쉽지 않다. 근력 차이까지 더해져 충격은 예상보다 컸다. 순간 오기가 생겨 단순히 공격만 할 게 아니라 나도 제대로 된 정타를 날리고 싶었다.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갈지 고민했지만 도저히 어떻게 풀어나갈지 수가 보이지 않았다. 마우스피스를 끼고 헤드기어까지 착용하니 숨쉬기도 힘들었다.
상대는 키도 크고 팔도 길었다. 맞더라도 일단 거리를 좁혀보자 하면서 가드를 바짝 올리고 들어가기 시도했지만 긴 팔을 뻗어 나를 저지하는 롱 가드에 막혀서 들어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바디 잽을 날려보기도 했지만 계속 막혔다.
그러다 상대분이 손을 뻗어서 내가 들어오지 못하게 막고 있지만 힘이 들어가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오른손으로 상대의 뻗은 왼손을 눌러서 잽을 얼굴에 날리고 투도 같이 맞추었다. 그리고 거리가 좁혀짐과 동시에 배웠던 바디,바디,훅,훅을 시도할 수 있었다.
엉성했지만 그 순간 거리 좁혀서 조금이라도 타격을 하고 배웠던 걸 사용해 볼 수 있어서 나 자신도 뿌듯하고 상대방한테도 고마웠던 스파링이었다.
스파링을 하면 할수록 잘하고 싶은 욕심이 커졌다. 그러면서 장비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공용 장비의 땀 냄새와 축축함은 의욕을 떨어트렸다. 그래서 직접 장비를 갖추기로 했다.
디자인만 고려했을 때는 색감이 예쁜 헤비 히터, 입문용은 노바로 고민했었는데 뭘 사면 오래 쓰는 편이어서 좀 더 고민하다가 라이벌, 이사미, 레예스, 프라이즈링으로 범위를 줄였고 복싱계의 샤넬, '위닝' 까지 찾아보았다.하지만 위닝은 아직 내게 부담스러워 보류했다.
글러브는 라이벌, 헤드기어는 이사미, 복싱화는 나이키로 결정을 했다.
라이벌 글러브는 손목 지지가 좋고 생각해둔 가격에 괜찮은 디자인이 나온 게 있어서 덜컥 구매했다.
라이벌 글러브는 스파링용이랑 백용으로 나뉘어진다. 나는 스파링용으로 샀지만 샌드백을 좀 쳐서 길들여야 겠다 싶을 정도로 글러브 폼이 단단했다. 아디다스 글러브도 많이 구매하는데 아직 나는 구매 의사가 없다.
헤드기어는 이사미 코보호를 구매했다. 방어력이 좋은데 무겁고 시야가 좁아서 어퍼같은게 잘 보이지 않았다. 나중에는 가볍고 시야가 넓은 플라이 헤드기어를 샀는데 시야가 넓은 대신 방어력이 낮아 맞으면 충격이 컸다.
복싱화는 나이키로 샀다. 나는 나이키를 좋아한다.
어쩌다보니 색을 맞추려고 한 건 아니였는데 헤드기어, 글러브, 복싱화를 비슷한 색깔로 맞추게 된다.
내가 발등이 높고 발볼도 넓은 편이라 나이키 신발을 길들이기가 엄청 힘들었다. 반 사이즈 업해서 구매한건데도 운동할 때마다 발이 깨질듯이 아프고 아려오고 찌릿하면서 좋지 않은 통증들이 생겼다.
그래서 대체용으로 에버라스트 엘리트2 복싱화를 구매해서 번갈아 신었다. 발등이 높다? 발볼이 넓다? 그러면 추천하는 복싱화이다.
헤드기어, 글러브, 복싱화 3박자 고루 갖추고 마우스피스까지 맞추니 완전 무장한 로봇같았다.
장비를 채비하니 예전보다 운동의 질이 높아지고 스파링의 레벨도 달라진걸 체감했다.
장비는 운동의 날개였다.
비로소 진짜 복서를 향해 한 걸음 내딛은 기분이었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