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생활체육대회를 준비하다 (2)
나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매번 내게 싸움을 걸 수 있는 용기, 그것이 더 중요하다.
- 매니 파퀴아오 -
내가 대회에 나가다니...!
가슴 한쪽이 들뜨고 다른 한쪽은 낯선 불안으로 가득 찼다.
첫 무대 앞에서 사람은 누구나 흔들린다.
첫 대회이다 보니까 부담감도 느껴지고 어떻게 하면 우승할 수 있을지 착잡했다.
복싱을 처음 시작할 때 가족들은 고개를 저었다.
"사서 고생한다."
"왜 맞는 걸 자처하니. 그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어."
하지만 나는 살면서 용기가 필요했다. 움츠러든 나 자신이 아닌 가슴을 펴고 주먹을 뻗을 수 있는 나를 원했다. 일상에서 주먹을 쭉 앞으로 뻗을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주먹을 힘차게 뻗을수록 나는 단단해지고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 생겼다. 두 손을 쭉 뻗고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는 슈퍼맨처럼 말이다.
그런 내 진심을 가족들도 알게 된 건지 여전히 걱정은 하지만 더 이상 반대하지 않는다.
내가 걸어가는 길이 단순한 고생이 아니라 나를 지탱하는 용기라는 걸 알게 된 것이다.
이제는 오히려 내 스파링 영상을 같이 보며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복싱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복싱을 왜 하시는거에요?"
이런 질문에는 아직도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다만 힘을 실어 원투를 내면 내 영혼에 얹혀있던 짐들이 우수수 떨어져 나가는 기분이 든다. 미트를 칠 때 글러브가 착 감기면서 쫀득한 손맛이 나는데 손끝에서 쾌감이 전해지는 순간 그게 좋아서 계속하게 된다.
복싱은 내 목표와 체력에 맞게 하면 된다. 다이어트를 위해서든 대회를 목표로 하든 그냥 미트 치는 맛이 좋아서든 누구나 각자의 이유로 즐길 수 있다. 하고 싶으면 하는 거고 즐겁게 하면 된다. 복싱을 처음부터 거창하게 생각하면 시작도 힘들다. 나 역시 처음엔 그저 취미였는데 하다 보니 대회라는 목표가 생긴 것이다.
대회 준비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발목이 아파도 혼자 삭혔다. 그런 내 마음을 누가 알아주랴. 종아리와 발목이 단련되지 않아 쉽게 다쳤다. 그래도 링 위에서 덜 맞으려면 링 밖에서 더 쥐어짜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매일 한계를 시험하듯 땀을 쏟았다. 숨이 너무 찼다. 나는 내가 잘하고 있는지에 계속 의문을 가졌다. 훈련 방향을 제대로 아는 것도 아니었기에 막막한 순간이 많았다. 그래도 나는 계속 움직였다.
심심한 일상은 복싱으로 채워졌다.
출퇴근 길에도 쉐도우 복싱을 상상했다. 버스 정류장에서 지하철 안에서 눈동자를 굴리며 빈 공간을 찾아 "여기서 피하고 저기로 빠져야 해!" 하면서 몸을 흔들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나도 모르게 스쿼트하듯 앉았다가 일어나면서 뜀박질을 하는 바람에 사람들의 시선을 받기도 했다. 멋쩍게 고개를 숙이며 민망했지만 웃음이 났다.
"여기서 맞는 게 낫지, 대회장에서 맞으면 더 서러워."
"저는 어디서든 맞기 싫어요. 맞는 건 정말 싫거든요!"
처음 내 스타일은 단순했다.
"네가 세게 때리면 나도 세게 때린다"
맞을 각오도 늘 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안 맞고 많이 때리는 것이 목표가 되었다. 그러려면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는데 체력이 떨어지고 금방 지쳐서 매번 탈진하는 건 나였다. 매일 스파링을 하고 다른 지점까지 찾아가 배우며 부족한 점을 채워갔다. 조금씩 그러나 분명히 성장하고 있었다.
체급 -55kg으로 첫 대회 출전.
다행히 큰 감량은 필요 없었다. 2kg 정도 빼면 됐다. 그래서 급격한 다이어트로 인한 체력 문제는 없었다. 대회 준비하면서 다이어트가 힘들다고 하는 걸 공감하지 못했는데 나중에 시간이 흘러 다이어트가 얼마나 힘든지 깨닫고 나서 웬만하면 미리 체중을 맞춰놓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드디어 대진표가 나왔다.
내 경력은 1년 미만. 상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다. 그래서 실력도 가늠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게 오히려 나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와 비슷한 초보일 수도 있으니까.
대진표를 본 후 내 심장은 더 크게 두근거렸다. 이제 정말 링 위에 설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