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복싱 대회를 나간다고요?

복싱생활체육대회를 준비하다 (1)

Q 대회 도중 부상이 생기면 어떻게 하나요?

A 치료와 회복이 우선이죠. 특수한 상황일 때 마음이 꺾일 수도 있으나 부상에 영향이 안 가는 선에서 가지고 있는 것들을 최대한 활용해 보자 라는 마음을 가지세요.


겨울과 봄이 지나고 여름이 왔다.

나의 복싱 열정과 함께 공기도 더워지기 시작했다.

뜨거운 태양, 짙어가는 녹음, 우렁찬 매미의 울음소리만큼 그 누구도 나의 열정을 막지 못했다.

후퇴는 없다. 전진만 있을 뿐


집에 가면 나를 반겨주던 강아지가 없으니 허전함과 공허함을 채울 무언가가 필요했는데 그 공백을 복싱으로 채워나갔다. 뭐에 씌인 사람처럼 직장과 병행하면서 매일 나갔다. 전생에 복싱 챔피언이었던 수호신이 나한테 온 모양이다. 가끔 체력이 괜찮으면 주말에도 나가서 몸이 부서져라 운동했다. 몸을 움직이면 생각이 멈춰지니까 그건 좋다. 스파링을 하면서 힘조절하는 법도 배우면서 실력이 차곡차곡 쌓이기를 바랐다.


처음에 복싱을 시작하기 전에 들었던 생각들이 있다.


'근데 나 너무 늦게 시작하는 거 아냐?'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앉아서 게임만 하는 내가 체력이 될까?'

'외향인들만 하는 거 아냐? 나 괜찮을까?'

'여성분들이 많으면 좋겠다.'


나는 다시 나한테 물어봤다.


'근데 나 너무 늦게 시작하는 거 아냐?'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야."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이상하게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


'앉아서 게임만 하는 내가 체력이 될까?'

"처음에 스텝도 너무 힘들었는데 이제는 조금 괜찮아졌어. 체력도 점점 늘어가."


'외향인들만 하는 거 아냐? 나 괜찮을까?'

"내가 세 달 동안 마스크 쓰고 운동했어. 그만큼 나는 나를 꽁꽁 숨겨왔거든.

근데 그 마스크를 벗고 재밌게 운동을 즐기고

내가 억지로 외향적이지 않더라도 성향을 존중해 주고 운동에 집중할 수 있었어."


'여성분들이 많으면 좋겠다.'

"여성 지도자들도 많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서 좋네."


운동이 내 인생의 신념이나 가치관을 완전히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인생에 활력이 생기고 색다른 목표가 생기더라. 잡념이 있을 때 샌드백을 치고 다른 사람들과 수업을 함께 하는 그 순간만큼은 현실의 상처나 고통을 잠깐 잊을 수 있었다. 생각이 많다면 몸을 움직이는 게 도움이 된다!


몸을 움직이면 꼬리를 무는 생각의 고리가 끊어져서 그 생각에 갇히지 않고 좋은 것들을 더 잘 볼 수 있는 시야가 생기는 것이다. 꾸준히 스파링을 하면서 원투를 내는 것이 익숙해지고 몸에 익숙해질 때쯤 대회를 나가보고 싶었다. 마침 체육관에서도 대회에 나가보면 어떻겠냐고 해서 고민을 하다가 수락했다. 새로운 도전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10월 대회를 목표로 달리기 시작했다. 두 달 동안 나는 평소보다 강도 높은 훈련을 하게 되었다.



"발을 움직여야지! 발이 죽어있잖아."


발 살리는 거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요...

스파링 영상을 봐도 내 발이 안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잘 움직인 거 같은데 발이 굳어 있었나 보다.


"아웃복싱 해~!"

링 밑에서 아련한 외침이 들린다. 나도 아웃복싱하고 싶다고요~!!


아웃복싱. 나의 애증의 아웃복싱.

복싱에는 여러 종류의 스타일이 있다.


아웃복싱

- 잽, 원투, 카운터, 빠른 발움직임, 링 중앙이 아닌 외곽을 돌며 발 빠른 농구선수처럼 코트를 휘젓는 느낌

인파이팅

- 바디, 어퍼컷, 훅을 활용하며 상대에게 압박을 주고 씨름처럼 가까이 붙어 겨루는 느낌.

슬러거

- 큰 한 방으로 상대에게 대미지를 입히며 상대에게 압박을 주며 주먹이 묵직한 스타일.

그 외에 각 스타일마다 주먹을 많이 내는 볼륨펀처, 위의 스타일을 모두 구사하는 올라운더 스타일이 있다.


아웃복서는 스텝도 빠르고 상대의 공격 타이밍에 맞춰 되받아치는 카운터 펀치를 내야 하는데 나는 발이 빠른 편이 아니었다. 어렸을 때 달리기나 무슨 운동을 했으면 발이 민첩했을까?


평소랑 다르게 강도 높은 스파링을 하니까 너무 힘들었다. 평소보다 강한 주먹과 상대방의 빠른 스텝에 정신을 못 차리기도 했다. 첫 대회는 우승하고 싶어서 약이 바짝 오른 상태로 운동을 했다.

나의 관절은 소중하니 스트레칭은 30분 꼼꼼히, 원투 연습하기, 샌드백 치기, 스파링은 실전에 맞게.

훅과 어퍼를 배웠지만 그동안 원투에만 올인해서 이번 대회는 훅, 어퍼를 포기하고 원투 전략을 쓰기로 했다.


그 당시 오로지 대회 우승으로 목표를 잡아서 체육관에 오면 헤드셋을 끼고 운동에만 열중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모임은 어색하고 친분을 쌓는 것에 무심하고 누구와 친해지는 것에 대해서 별 생각이 없어졌는데 대회 준비 중에 P님과 S님이 먼저 다가와 친근하게 말도 걸고 응원과 격려를 해준 덕분에 고독하고 텁텁하고 외로웠던 운동 생활에 활력과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내 운동 루틴을 배려해 주는 몇몇 분들도 있었다. 지나가면서 대회 준비 응원과 격려를 한 마디씩 해준 분들을 떠올리며 더 열심히 했다.


복싱은 혼자 하는 운동이라고 생각했는데 준비하면서 나에게 혼자 힘으로 이루어지는 건 없어 라는 걸 단호하게 알려주었다. 선수를 위한 지도자의 역량, 잔소리, 애정이 필요했고 그에 맞는 환경, 응원하는 이들 모두가 화음을 이루어야 우승이라는 목표에 가까워졌다.


어느 날은 사우스포 상대랑 라이트 스파링을 했었는데 계속 앞발이 밟혀서 중심을 잃고 발목이 꺾였다.

거기서 잘못된 것인지 스텝 뛰는 게 불가능했고 걷기마저 힘들고 발목이 시큰거려서 병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대회를 앞두고 이게 무슨 컨디션 난조인가.


발목 부상에 스텝을 뛰는 건 포기하고 발목이 더 덧나지 않고 무리가 가지 않는 워킹스텝(걷는 스텝)을 쓰기로 했다. 예상치 못한 부상에 나는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고민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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