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진짜이민)
한 지붕 세 사람.
한 사람이 흔들리면, 나머지 둘도 함께 흔들렸다.
그때부터 한국 가족에게 연락이 뜸해졌다.
기쁨 대신 걱정만 전하게 될 것 같았으니까.
남편과는 거의 매일 연락했지만,
너무 힘든 날엔 그에게조차 전화하지 못했다.
연락이 없으면—남편은 이미 알았다.
아주 힘들거나, 아주 아프구나.
낮엔 어둠이 밀려왔지만,
틈새로 빛도 스며들었다.
그 빛 중 하나는 정원의 고슴도치였다.
우리는 그를 “도치”라고 불렀다.
작은 몸으로 달그락거리며 정원을 누비던 도치.
가시가 가로등에 비칠 때면
초롱초롱한 빛이 정원을 걷는 듯했다.
나는 그 순간마다 만화 속에 들어온 것 같았다.
어느 날은 해가 지기도 전에 나타났고,
어느 날은 며칠간 자취를 감추기도 했다.
며칠 후 다시 나타나면,
“도치야, 다시 와줬네. “
나는 그 작은 생명체가 대견하고 고마워서 작게 속삭였다.
몇 달이 지나자 도치는 몸집이 제법 통통해졌다.
우리는 그 변화를 함께 지켜보며
그가 잘 지내고 있음을,
그리고 우리도 괜찮을 거라는 신호를 읽었다.
도치는 겁도 없는 듯 우리 곁을 걸었다.
1미터도 안 되는 거리를 다가오며
“안녕? 오랜만이야.”
인사하는 것만 같았다.
애완동물도 아니었지만,
나는 도치를 참 예뻐했다.
그는 알았을까.
내가 그를 그렇게 사랑스레 바라봤다는 걸.
도치가 정원을 찾던 무렵,
아들도 조금씩 새로운 얼굴을 만나기 시작했다.
한 살 위 여학생과 가까워졌고,
주말에는 그 친구의 생일파티에 초대받아
함께 미니골프를 했다.
돌아와 신발을 벗으며 아들이 말했다.
“엄마, 오늘 재밌었어.”
오랜만에 웃는 얼굴이었다.
도치의 발자국, 아들의 웃음.
그 둘은 같은 시기에 우리 집에 찾아온
빛의 조각들이었다.
그 빛이 오래 머물기를,
나는 매일같이 마음속으로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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