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화 준이만의 비밀 장소
18화: 준이만의 비밀 장소
어느 날 준이와 나는 동네 산책을 나섰다.
준이는 같은 길을 걸어도 늘 모험을 떠나는 탐험가처럼 비장하다.
길가의 풀, 나무, 작은 돌멩이 하나까지도 그의 관심사였다.
우리 집 앞에는 작은 시냇물이 흐르고 그 물은 산책로를 따라 마을을 둘러 이어져 있다.
“엄마, 여기 물고기가 있어”
준이의 손끝이 물가를 가르켰다.
그 안에서 꿈틀대는 생명체는 바로 미꾸라지 였다.
동네 다이소 앞의 작고 평범한 시냇물에서 준이는 세상의 신비를 발견해 내고야 말았다.
모두의 평범한 산책로가 그의 눈에서는 탐험의 시작 이었다.
준이는 미꾸라지를 보자마자 눈이 반짝였다.
그 뒤로, 심심하면 다이소에 가자고 조르기 시작했다.
다이소는 그냥 핑계일 뿐, 그 미꾸리를 더 가까이 보기 위해서였다.
준이에게 그 곳은 동네 시냇물이 아니라 미꾸라지를 만나는 성지였다.
준이는 조심스레 미꾸라지를 관찰했다.
작은 몸짓하나에도 환호하고, 작은 미그러짐에도 기뻐했다.
그러다 어느 날 비가 많이 내렸다.
평소처럼 다이소 가자고 졸랐고, 우린 길을 나섰다.
“엄마 미꾸라지가 사라졌어!”
나는 손을 꼭 잡고 말했다.
“괜찮아. 미꾸라지는 물속이 자기 집이라 비가 오니 집이 넓어 져서 더 좋은 곳으로 옮겨 간 거야~”
“그럼 더 좋은 곳으로 가~!!”
준이는 내 손을 잡고 물을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했다.
작은 발걸음으로 흙길과 돌길을 밟으며 물길을 따라 걸었다.
그는 앞서가며 눈을 반짝이며 주변을 살폈다.
호기심과 끈기, 그리고 작은 생명에 대한 존중이 그의 발걸음 마다 묻어 났다.
한참을 거슬러 올라가다 준이가 외쳤다.
“엄마, 봐~!! 여기 있어~!!!”
시냇물 위쪽에서 미꾸라지가 다시 나타났다.
작은 몸짓이 살아 있었다.
작은 미꾸라지를 찾기 위해 거슬러 올라가는 준이의 끈기와 세상의 작은 생명을 존중하는 그의 마음이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졌다.
세상은 크고 복잡하지만 작은 생명과의 만남 속에서 느끼는 감동과 기쁨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준이와 나는 잠시 시냇가에 앉았다.
반짝이는 물방울과 풀잎 그리고 미꾸라지의 작은 몸짓 모든 것이 살아 있음을 알리는 신호 같았다.
준이는 손끝으로 물결을 느끼며 속삭였다.
“엄마, 미꾸라지가 아무리 사라져도, 나는 찾을 수 있어. 이거는 모험이야~!!”
나는 그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작은 동네 시냇물에서
다이소 앞에서
우리는 모험을 했다
단순한 산책이 아니라 삶을 온전히 느끼고 기다리고 찾고 감동하는 과정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여전히 준이는 신나 있었다.
한손은 내 손을 꼭 잡고 머릿속에는 또 다른 모험을 상상하고 있을 것이다.
오늘 동네 미꾸라지 모험은 삶을 바라보는 눈과 마음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우리의 이 기억은 오랫동안 남을 것 같다.
작은 생명, 비, 흙길, 그리고 호기심 넘치던 아이의 발걸음 ....
내 마음 속에서 오랫동안 살아 움직일 것 같다.
나를 언제나 웃게 하고 삶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는 내 아이 ..
아이와 함께 하는 산책 속에서 시작 된 기적 같은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