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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속 준이

17화 두꺼비와 만남

by 작가

17화: 두꺼비와의 만남


저녁을 거하게 먹었다.

삼겹살에 라면에 밥까지.

후식으로 내가 좋아하는 초코바까지 먹었다.


배가 부른데 이상하게 계속 들어간다.

그렇게 세 가족이 식탁에서 한숨 돌리며 앉아 있다가 내가 말했다.


“이대로 있다간 셋다 돼지 되것다. 소화 좀 시키자. 우리 산책 나갈까?”


문제는 준이다.

준이는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밤’이다.


좀비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귀신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그냥 어두운 게 무섭다.

그래서 해가 지면 현관문 앞에 서는 것도 싫어한다.


그런데 오늘은 어쩐 일인지 내가

“야행성 동물 찾으러 가자. 너구리, 개구리, 올빼미 있을지도 몰라.”

하자 잠깐 고민하더니 입술을 삐쭉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야행성 동물?”

“그럼, 운 좋으면 부엉이도 볼 수 있어.”

“부엉이?! 가자!!”

우린 그렇게 배를 부여잡고 집을 나섰다.


가로등이 드문드문 켜진 아파트 단지를 지나 숲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준이는 처음엔 잔뜩 경계했다.


“엄마, 뒤에서 발소리 나!”

“아빠야.”

“아니, 그 옆에 또 발소리!”

“네 그림자야.”

하지만 조금씩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자 오히려 신이 나기 시작했다.


“엄마! 여기도 풀 움직였어! 고라니일 수도 있어!”

“아니 그냥 바람.”

“아니야. 분명 뭔가 있었어.”


그러던 중 앞서가던 부부가 갑자기 멈춰 서더니 남자분이 말했다.

“어? 이 녀석 여기 가면 찻길이라 위험한데. 숲 쪽으로 보내야 되는데…”


우리는 호기심에 달려갔다.

그곳에 있는 건… 두꺼비였다!


사실 나도 살아있는 두꺼비를 본 건 처음이다.

덩치가 제법 컸다.


축구공만큼은 아니지만 최소한 내 손바닥보다 훨씬 크고 뭔가 근엄해 보였다.


“엄마, 저게 두꺼비야? 완전 멋있다!”


준이는 눈이 동그래져서 거의 감탄사를 날렸다.


“잡으면 안 돼. 독 있어.”

내가 말하자 준이는 잠시 멈칫했다


그러다 내 가방의 물티슈를 꺼내 들었다.


“그럼 이걸로 잡으면 되잖아.”


그 작은 손으로 물티슈를 펼치고 최대한 조심스럽게 두꺼비의 배 밑으로 손을 넣는 모습이 얼마나 진지하던지.


“준아, 조심해. 도망간다!”

“괜찮아.”


결국 준이는 두꺼비를 조심스레 들어 산 쪽으로 보냈다.


두꺼비는 잠시 멈춰 서더니 ‘고맙다’는 듯 우리 쪽을 힐끗 보며 풀숲으로 뛰어갔다.


준이는 그 순간 하늘을 나는 히어로처럼 어깨가 으쓱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준이가 말했다.

“엄마, 내일부터 밤마다 산책 나가자. 혹시 또 두꺼비가 길 건너려고 하면 내가 지켜줘야 해.”


그날 이후 매일 밤 준이는 밖으로 나가 놀자고 한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밤은 무서워” 하던 아이가 이제는 “밤이 재밌어!”라고 말한다.


우리는 결국 소화도 시키고 준이의 용기도 길렀다.

그리고 우리 가족의 산책 시간은 이제 밤마다 이어지는 작은 모험이 되었다.


나는 삼겹살과 라면을 배부르게 먹은 그날이 없었다면 준이는 아직도 밤을 무서워했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든다


그러니 이제 핑계 삼아 가끔 거하게 먹어야겠다.


그래야 우리 집 히어로가 다시 출동할 테니까.



!! 그날의 두꺼비 사진주의 !!

그 날의 두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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