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준이와 사라진 막대기
16화: “준이와 사라진 막대기”
유도 학원을 마치고 돌아오던 준이는 길에서 막대기를 하나를 주웠다.
“엄마, 이거 진짜 멋져! 나 이거로 창이나 도끼 만들래!”
그 눈빛은 진지했고 손에 든 막대기는 평범해 보이지만 준이에게는 세상을 정복할 수 있는 보물이었다.
나는 잠시 웃었지만 그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꺾을 수는 없었다.
다음 날 준이는 학교에 가면서 내게 부탁했다.
“엄마, 이거 씻고 껍질 좀 까주라. 나 학교 갔다 올 동안 해줘.”
순간 나는 직감을 했다.
‘오, 이건 그냥 끝나지 않을 일이구나.’
하지만 준이의 호기심은 절대 막을 수 없었다.
나는 막대기를 씻고 껍질을 벗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평범한 나무였다.
하지만 껍질을 까다 보니 작은 구멍들이 보였다.
누군가 뭔가가 갉아 먹은 흔적이었다.
애벌레는 없었지만 나무 속에는 이미 작은 손길이 지나간 흔적들이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손질하며 구멍을 다듬기 시작했다.
하지만 손질할수록 구멍을 메우고 껍질을 다듬고 날카로운 부분을 다듬다 보니…
처음 준이가 주운 그 멋진 막대기는 사라지고 말았다.
단단하고 생동감 넘치던 나무는 어느새 다듬어진 평범한 막대기가 되어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아이의 눈앞에서 모험과 상상이 조금씩 사라져가는 광경이 너무 코믹했다.
준이는 아마 학교에서 창과 도끼를 상상하며 들떠 있을 텐데 현실에서는 이미 그 보물이 나의 손끝에서 평범해지고 있었던 것이다.
손질을 끝내고 막대기를 들고 있자니 손끝은 다소 얼얼하고 어깨도 뻐근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는 준이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아이에게는 나무가 단순한 물체가 아니라 모험이었고 세상을 바꾸는 도구였던 것이다.
나는 세상의 아름다움과 감동은 꼭 그대로 남겨두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때로는 손질하고 다듬는 과정 속에서도 우리는 아이의 상상력과 모험을 이어줄 수도 있다.
준이는 아무것도 몰랐을 것이다.
학교에서 창과 도끼를 상상하며 들떠 있었을 테지만 나는 그의 보물을 색다르게 변신시키며 또 다른 작은 모험의 일부를 함께했다.
그날 이후 나는 준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조금 배웠다.
때로는 코믹하고 때로는 손이 아프고 어깨가 뻐근해도 아이의 상상력과 호기심 속에서 삶의 즐거움과 감동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준이와 막대기의 사건은 끝났지만 그 과정에서 나는 또 하나의 삶의 즐거움을 느꼈다.
아이의 작은 호기심이 손질과 다듬기라는 현실과 만날 때 벌어지는 코믹함이 세상을 조금 더 재미있게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준이와 함께하는 모험 속에서는 멋진 막대기와 같은 보물은 사라질 수도 있지만
웃음과 감동은 언제나 남아 있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