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혼자 노는 아이, 어쩌면 멋진 아이
19화:혼자 노는 아이, 어쩌면 멋진 아이
쉬는 시간 교실 구석에 앉아 있는 아이.
그 아이가 바로 준이이다.
처음 이 장면을 봤을 때 내 마음은 울컥했다.
“왜 혼자 있지? 친구들이랑 안 어울리나?”
엄마로서 걱정이 되었다.
친구들이 깔깔 웃으며 뛰어노는 교실 한가운데 우리 아이는 조용히 앉아 있다.
손가락으로 책상 모서리를 톡톡 두드리며 먼 곳을 바라본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음 한편이 시큰해지고 숨이 잠시 멈춘다.
나는 어릴 적 나를 떠올려 보았다
나는 어릴 적 활발한 편이라 조용하고 느린 친구들을 이해하지 못했었다.
세상이 신나고 재미있어야 하는 줄만 알았고 웃음이 없는 순간은 왠지 허전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아이의 모습이 처음에는 답답하고 안타까워 보였던 것 같다.
내 기준에서는 즐거운 놀이는 모두에게 즐거워야 했고 내가 계획한 작은 장난이나 농담에 모두가 웃어주길 바랐다.
하지만 내 아이는 달랐다.
그가 느끼는 세상은 훨씬 섬세했고 내가 지나쳐버리는 작은 것들을 보고 느끼며 생각했다.
내가 신나게 뛰어놀 때
준이는 그 틈에서 작은 소리와 냄새 표정 하나하나를 관찰하고 있었다.
나는 그 섬세함을 이해하지 못했다.
때로는 내가 즐겁자고 했던 모든 계획이 아이에게는 부담이었고 피곤한 일이었다.
준이는 세상을 깊게 바라보는 아이다
나는 세상을 크게 웃으며 달리지만 준이는 세상을 섬세하게 관찰하며 천천히 걷는다.
나는 놓치고 지나가는 것을 그는 잡아낸다.
어쩌면 그것이 그의 강점이고 나에게 없는 특별함이다.
그날 이후 나는 조금씩 마음을 바꾸기 시작했다.
내 속도를 늦추고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보려 시도했다.
아이는 여전히 혼자 있는 시간이 많지만 이제는 그 모습이 외로워 보이지 않았다.
그는 혼자이지만 결코 고독하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끊임없이 상상이 춤추고, 작은 관찰들이 쌓여 세상을 이해하는 지도처럼 펼쳐지고 있었다.
쉬는 시간에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지 않더라도, 준이는 이미 자신의 방식으로 세상과 만나는 중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톡 두드리는 그 짧은 행동 안에도, 아이의 마음과 생각이 가득 담겨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그의 옆에 앉아본다.
말없이 서로를 방해하지 않고, 그저 같은 공간에서 존재를 느껴본다.
준이의 작은 숨결, 손끝으로 느껴지는 떨림 하나하나가 나에게 큰 울림이 된다.
그리고 나는 조금 더 유쾌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혼자 논다’는 것이 결코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고 말이다.
세상을 빨리 달리는 아이도 필요하지만, 세상을 천천히 관찰하는 아이도 필요하다.
그 속도에서만 보이는 아름다움,
그 섬세함에서만 느낄 수 있는 깊이가 있다는 것을.
그래서 이제는 혼자 놀고 있는 아들을 보면 종종 미소가 흘러나온다
어쩌면 이 느린 속도가 세상을 더 특별하게 만드는 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본다.
아이의 눈높이와 의식의 흐름에 맞춰
놀이할 때면 준이는 나보다 훨씬 섬세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보여준다.
나는 웃으며 감탄하고, 준이는 조용히 웃는다.
우리의 속도는 다르지만, 서로의 마음이 연결되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하다.
요즘은 서로 조금씩 맞춰가려 노력 중이다.
내가 조금 느려지고, 준이는 조금 빨라졌다.
우리는 같은 노래를 다르게 부르지만, 결국은 같은 노래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혼자 노는 아이,
조용히 앉아 세상을 바라보는 준이는
어쩌면 정말 멋진 아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이제는 염려보다 기대가 앞선다.
나는 준이의 섬세함과 깊이를 존중하며,
그의 속도를 응원하기로 했다.
세상을 바꾸는 건,
빠르게 달리는 아이가 아니라,
혼자서 세상을 깊게 바라보는 아이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 아이를 사랑한다.
혼자 있어도,
조용히 있어도,
그는 이미 충분히 빛나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