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엄마, 우리 동네에 축구장 있는 거 알아?
20화 엄마, 우리 동네에 축구장 있는 거 알아?
준이는 학교에서 창문만 멍하니 바라보던 때가 있었다.
선생님은 “집중!”을 외쳤지만 준이의 눈은 이미 창밖으로 달아나 있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먼 곳에서 깡충깡충 뛰는 까치 운동장에서 튀어 오르는 공…
아이는 온 마음이 창문 밖으로 향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저녁 준이가 집에 돌아오자마자 중얼거렸다.
“엄마, 우리 동네에 축구장 있는 거 알아?”
나는 웃음이 터졌다.
“당연하지! 엄마랑 전에 산책했었잖아.”
하지만 준이의 눈은 반짝였다.
내가 아는 축구장이 아니라 준이의 세상에 새로 생긴 축구장이었다.
“엄마, 우리 동네에 산 있는 거 알아? 그 산에 고라니 살까?”
아이는 점점 신이 났다.
“엄마, 여우는 살까? 너구리는? 진짜 살까?”
나는 대답 대신 웃음이 났다.
사실 그 산, 매일 지나다니는 산이다.
나는 늘 일정에 쫓기듯 숨차게
‘아… 이 길 또 오르막이네’ 하며 지나치던 산이다.
그런데 오늘 그 산은 아이의 눈에 세상 가장 신비로운 탐험지가 되어 있었다.
“엄마, 우리 내일 가보자! 진짜 고라니 사는지 확인해 보자!”
준이는 거의 탐험대장이 되어 있었다.
나는 그 순간 이상하게도 가슴이 벅찼다.
단순히 산책을 하자는 말이 아니었다.
아이는 나에게 자기 세계로 초대장을 건넨 것 같았다.
이제 나는 아이가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집중해!” 대신,
“거기 뭐 보여?” 하고 물으려 한다.
아이의 눈빛이 반짝일 때 그 순간은 절대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아이는 그때 세상을 발견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나도 그때 세상을 새로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