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맛집에서 인증샷도 못찍는 아재는 서럽다!

#23 점심을 먹으며 뻔뻔함을 충전합니다

by 감자댄서

1. 벚꽃 맛집 오픈런하다.


작년에 처음으로 벚꽃 맛집 카레 오픈런을 해봤어. 인스타보면, 벚꽃 맛집에서 찍은 사진들이 너무 너무 부러웠거든. 그들은 20대이고 나는 40대 직딩 아재지만 따라해 보고 싶었어.


그래서, 작년에 오픈런했어. 합정동의 '그레이랩'이른 벚꽃맛집으로. 거기는 10시 오픈이야. 나는 9시 34분에 도착했어. 헉.. 내 앞에 5팀이 있었어. 그래도 다행히 그레이랩은 테이블이 많아서 벚꽃 정원을 느낄 수 있는 테이블에 않았어. 휴...


미리 조사를 한 대로, 그레이랩의 시그니처 미니애플 티와 디저트를 주문했어. 그리고, 선글라스와 이어폰을 했어. 그 두가지는 일종의 갑옷이야. 멘탈 갑옷. 혼자 온 직딩 아재의 멘탈을 방어해주는 갑옷.


그리고, 삼각대를 펴서 사진을 찍었어. 이렇게.. 행복했어.



2. 올해는 경의선숲길로 오픈런


경의선숲길이 벚꽃으로 유명하잖아. 그리고, 거기에 가장 유명한 벚꽃 맛집 두곳이 있어. 연희동벚꽃집과 디어모먼트가 그 곳인데, 거기는 너무 핫해서 가기가 그랬고 차선책으로 찾은 곳이 '안녕 소공녀'야.


여기는 일단 8시 30분 오픈이야. 오픈 시간일 빠를수록 경쟁이 덜해. 그 시간에 준비해서 나올 사람들은 많지 않거든. 나같은 직딩들이야 빠른 시간도 아니지만... 그리고, 루프탑이 있는데 거기서 경의선숲길 벚꽃을 배경으로 사진 찍으면 잘 나오더라고.


벚꽃맛집에서 사진을 잘 찍으려면 3가지 준비가 필요해.


첫째, 음료!!!


물론 메뉴 조사도 했어. 거기는 벚꽃에이드와 그릴드치킨파니니가 유명했어. 사진 찍으러 갈 때 음료 주문이 매우 중요해. 왜 그러냐고? 예를 들어, 따스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는데 그냥 종이컵에 주거나, 아무런 개성 없는 머그컵에 주는 경우가 있어. 이런 경우는 사진 찍으면 아무런 느낌이 없어. 그래서, 사진을 찍을 목적으로 가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해. 그러면, 대부분 카페 맛집은 이쁜 유리잔에 주거든.


그리고, 왠만하면 에이드를 주문해야해. 오렌지 에이드, 딸기 에이드 등 화사한 컬러가 있잖아. 그리고 아이스니까 투명한 잔에 주기 때문에 사진 찍으면 아주 잘 나와.



둘째, 옷!!!


옷이 엉성하면 사진 찍어도 잘 안나와. 인스타 보면, 대부분 여성분들은 화사한 꽃무늬 원피스 또는 화이트 원피스를 입어. 샤랄라한 느낌의 옷 말이야. 여하튼 우중충한 옷은 안돼.


그리고, 나같이 소심한 사람은 선글이 필수야.



셋째, 사진 찍어줄 사람 또는 삼각대!!!


화려한 벚꽃, 컬러풀 음료, 산뜻한 옷이 준비되었다면 사진 찍어줄 사람이 있어야 해. 특히, 벚꽃맛집 사진은 그렇더라고. 왜냐하면, 약간 위에서 찍어줘야 나와 음료 뒤로 벚꽃이 크게 잘 나오거든.


그런데, 나처럼 혼자 가는 사람이 문제야. 방법은 삼각대를 사용하거나, 사진을 부탁해야 해. 그런데, 요즘 사진 부탁은 잘 안하거든. 쪽팔리잖아. ㅋㅋㅋ 그리고, 키작은 삼각대를 사용하면 기껏해야 수평 각도 사진 밖에 안돼. 벚꽃이 느낌 있게 안 나와.


그래서, 나도 키가 큰 삼각대를 샀어. 그런데, 그게 커서 들고 나가기가 좀 그래. 그래서, 이번에는 키작은 삼각대 겸 셀카봉만 들고 갔지.




3. 소심함에 무픞 꿇다.


난 8시 5분경 도착했어. 아무도 없었어. 줄 서있기 뻘쭘해서 경의선숲길을 좀 걸었어. 기분 좋았어. 8시 25분에 앞으로 오니 나는 3번이 되었어. 3번도 괜찮아. 루프탑에는 벚꽃길 옆에 붙은 테이블이 3개로 알고 있었거든.


8시 30분 문이 열리고, 순서대로 자리를 잡았어. 나는 3번이어서 계단쪽 사람이 자주 다니는 테이블에 앉았어. 그 때는 몰랐는데 나중에는 이것이 큰 문제였어. 아우... 이제부터 소심함에 무릎 꿇고 제대로 사진 못 찍은 얘기를 해줄께.


첫째, 음료 주문에 실패.


앞에서 내가 말했잖아. 사진 찍으러 갈 때는 음료가 매우 중요하다고. 그런데, 나는 갑자기 따스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어. 최악의 선택 흑 흑 흑.. 이유는 있었지. 아침이라 쌀쌀해서 따스한 커피가 생각난거야. 그리고, 약간의 감기 기운으로 아이스 음료가 부담스려웠고.


그런데, 이곳은 커피 전문점이 아니고 파니지 전문점이었어. 따스한 아메리카노를 정말 아무런 개성 없는 종이컵에 주더라고. 흑 흑 흑 흑... 컬러풀한 머그잔은 아니더라도, 흰색 머그잔에 줘야 하는거 아니야? 가장 멋대가리없는 종이컵에 주면 어떡하냐고...


아래 사진 봐봐. 왼쪽처럼 컬러 있는 음료를 주문했어야 하는데, 오른쪽처럼 멋없는 종이컵이라니...



둘째, 자리 실패.


자리 잡을 때는 몰랐는데 내 자리가 계단 옆이야. 사람들이 계속 들락거리네. 소심한 직딩 아재는 쫄기 시작했어. 거기다 거기에 나 빼고 모두 20대 여성이었어. 딱 한 테이블만 여친 사진 찍어주러 온 남자 한명 있고.. 나는 더 더 더 소심해졌어.


셋째, 삼각대 실패.


음료와 자리에서 소심해질 대로 소심해진 나는 삼각대를 펼치지도 못했어. 그냥 셀카봉으로 사진만 찍었을 뿐. 이러니 내가 상상했던 멋진 벚꽃 맛집 사진은 나오지 않았어.


나는 아래 사진 중에 왼쪽 구도로 찍고 싶었어. 그런데, 사진 찍어줄 사람도 없고, 삼각대도 펴지 못해서 그만 오른쪽처럼 아무런 느낌 없는 사진만 찍고 말았지 뭐야. 아이고. 속상해.



아..

아..

아..


소심한 직딩아재의 벚꽃맛집 오프런은 이렇게 좌절...




4.


너무 속상해서 이곳에서 40분만에 나왔어. 그리고, 억울한 마음을 토닥이고자 덕수궁 옆에 있는 '시가렛앤커피'에 갔어. 여기는 17층 빌딩에 있고, 옥상에 올라 갈 수 있어서 전망이 좋거든.


답답한 마음을 푸흐흐흐흐 내놓기에 넘 좋아. 여기에서 커피 마시면서 힐링을 하니 좀 괜찮아졌어.


내년 벚꽃 시즌은 더 당당하고 뻔뻔하게 카페 투어를 할꺼야.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쫄지마.

아무도 나에게 신경쓰지 않아.

무조건 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