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피스 빌런이다. #2]
1.
나를 오피스 빌런이자 레드헐크로 변신하게 만드는 유형들 중에 '오피스 영수' 유형이 있다.
그들은 자기가 일을 잘한다고 착각하고 있는 유형이다. 이들은 자신들 실력이 50점인데 90점이라고 착각하고 자신만만하게 행동한다.
한마디로 이들은 나는 솔로 캐릭터 중의 하나인 영수와 비슷해서 나는 그들을 '오피스 영수'라고 부르기로 했다.
2.
나는 솔로 24기 영수를 보면 '오피스 영수'의 특징이 있다.
첫째, 연애 경험이 없어서 상대방의 단순 플러팅을 호감으로 착각한다.
오피스 영수들도 일을 제대로 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대학생 수준 퀄리티 결과물을 준비해서 자신들이 잘했다고 착각한다. 나는 그들을 보며, 저런 수준인데 '어떻게 과장으로 승진시켜줬냐'라는 생각을 한다.
예를 들면, 보고서의 목차도 못 쓰는 수준이다. 보고서 목차는 (1) 현황 (2) 문제점 (3) 원인 (4) 해결방안 (5) 추진계획이라고만 써도 80점은 먹고 들어간다. 그런데, 오피스 영수들은 그것도 못하고, 장황한 말로 횡설수설 목차를 써 놓는다.
둘째, 자기는 잘하고 있다는 셀프 세뇌로 현실을 외면한다.
오피스 영수들도 자신의 결론과 다른 팩트 또는 상황이 발생하면 그냥 외면한다. 모든 것을 우물 안의 개구리 식으로 인식한다.
예를 들어, 병원과 약국의 처방전 전송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검토하는 상황이다. 오피스 영수는 법 때문에 그 비즈니스는 불가하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새로운 팩트가 나왔다. 대학병원에서는 주위 약국으로 처방전을 보내고 있다는 팩트 말이다. 오피스 영수는 그 사실은 그냥 외면한다. 왜냐하면, 자기 결론에 부합하지 않는 팩트이기 때문이다.
여하튼 오피스 영수들은 착각에 빠져 자신이 뭐가 부족한 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항상 그 상태에서 발전하지 않는다.
3.
이런 오피스 영수들을 만나면 나는 화가 난다. 그리고, 머리에 뜨거운 스팀이 오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들이 어이없는 말을 할 때마다 잔소리를 쏟아내고 싶어진다.
- 그래서, 핵심 이슈가 무엇입니까? 이슈가 하나도 없네요.
- oo라는 새로운 정보를 고려하면, 당신의 주장은 틀린 것 같습니다.
- 당신의 세그먼트 분리와 STP는 틀렸습니다.
그러나, 회사에서 아무것도 아닌 존재인 나는 잔소리를 하면 안되기 때문에 머릿속에 쌓아놓는다. 다만, 그 짜증과 분노가 쌓이고 쌓여 레드헐크처럼 폭발하려고 하면, 겨우 한마디 한다.
"보고서 목차 수정하면 좋을 것 같아요."라고... 소심하게 작은 목소리로 말이다.
4.
내가 레드헐크 오피스 빌런으로 변신할 뻔 할 때마다, 스스로 자책한다. 내가 왜 그랬을까? 내 일도 아니고 남의 일에 간섭하지 말고 그냥 편하게 살면 될 일인데 말이다.
이런 하소연을 친구들에게 말하면, 나보고 팀장 같은 직책자가 되어서 그런 오피스 영수들을 잘 가르쳐 보라고 한다.
켁!!! 한마디로 미친 소리다. 그냥 같은 팀원으로서 외면하는 것이 최고다.
내 목표는 내 마음의 평화다. 오피스 빌런이 되지 않기 위해, 오늘도 나는 그들을 외면할 뿐이다. 엮이지 않는 게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