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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축된 세계와 잠겨버린 우주

by Yong

상온 초전도체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시뮬레이션의 문을 열어젖힐 치트키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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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스트리밍의 시대에 살고 있다. 영화 한 편을 보기 위해 더 이상 파일을 다운로드하고 저장 공간을 걱정하지 않는다. 모든 것은 실시간으로 내 눈앞의 디스플레이에 펼쳐진다. 이런 시대에 더 나은 압축 형식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H.264든, AV1이든, 결국 중요한 것은 끊김 없는 전송과 선명한 화질뿐이다. 하지만 나는 이 기술의 흐름 속에서 또 다른 질문과 마주한다. 우리가 소비하는 이 세계 또한, 누군가에 의해 압축되고 스트리밍되는 데이터는 아닐까.


1. 렌더링 된 현실과 무한한 가능성


VR 렌더링 프로그램인 VAM(Virt-A-Mate)을 써본 사람이라면 안다. 최적화되지 않은 그 마이너 프로그램 속에서, 렌더링의 한계는 사실상 무한대에 가깝다. 사용자의 하드웨어가 버텨주는 한, 우리는 현실과 구분하기 힘든 수준의 가상 세계를 창조할 수 있다. 프레임이 뚝뚝 끊어지는 고통을 감수해야 하지만 말이다. 만약 이 세계가 거대한 시뮬레이션이라면, 그것을 구동하는 상위 존재의 하드웨어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한계를 초월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아무리 사람과 구별 불가능한 홀로그램 기술을 발전시킨다 한들, 그것은 이 세계 자체를 구현한 상위 존재에게는 아이들의 장난감 수준에 불과할지 모른다. 마치 게임 ‘마인크래프트’ 안에서 레드스톤 회로로 컴퓨터를 만드는 것처럼, 그 모든 것은 결국 상위 존재가 설계한 운영체제(OS) 위에서만 작동 가능한 하위 모듈일 뿐이다.


2. 상온 초전도체, 그리고 잠겨버린 문


이 시뮬레이션 가설은 ‘상온 초전도체’라는 인류의 오랜 꿈 앞에서 더욱 섬뜩한 현실감을 얻는다. 상온 초전도체는 단순한 과학적 발견이 아니다. 그것은 에너지 패러다임을 뿌리부터 뒤흔들어, 인류 문명을 다음 단계로 강제 점프시키는 ‘마스터 키’다. 전력 손실이 사라지고, 무한에 가까운 동력을 얻게 되면, 인류의 우주 탐험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가속화될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아직도 그 문을 열지 못하고 있을까. 수많은 과학자들이 도전했지만, 상온 초전도체는 여전히 신기루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다. 어쩌면 이것은 우리의 기술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상위 존재가 의도적으로 ‘허락하지 않은’ 기술은 아닐까. 마치 게임 개발자가 특정 아이템이나 지역에 레벨 제한을 걸어두듯, 상온 초전도체라는 치트키를 섣불리 쥐여주면 시뮬레이션의 균형이 무너질 것을 우려한 것은 아닐까.


더 나아가, 우리가 보는 저 광활한 우주 자체가 사실은 우리가 관측할 때만 실시간으로 렌더링되는 데이터일지도 모른다. 상온 초전도체는 그 렌더링의 경계를 넘어, 아직 구현되지 않은 ‘맵 밖’으로 우리를 이끌 수 있는 위험한 해킹 도구다. 그래서 상위 존재는 물리 법칙을 미세하게 조정하여, 우리가 결코 그 문을 열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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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신기루를 좇는 사람들


이러한 생각은 비단 과학 기술의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친환경’이라는 우리 시대의 거대한 담론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는 종이 빨대와 옥수수 전분 제품을 사용하며 ‘착한 소비’를 하고 있다고 믿지만, 그 이면에는 삼림 훼손과 또 다른 화학 물질, 식량 자원과의 경쟁이라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있다. 탄소 배출권이라는 제도는 실제 오염을 줄이는 대신, 오염할 권리를 돈으로 사고파는 거대한 시장을 만들어냈다.


결국 지금의 친환경 정책들은, 기술적 해법을 모색하기보다 개인의 절제와 희생을 강요하는 ‘신기루’에 가깝다. 그리고 그 신기루 뒤에는 정치적, 경제적 이득을 보는 세력들이 존재한다. 이 모든 것은 마치 상위 존재가 인류의 발전을 적절히 통제하며, 시뮬레이션의 균형을 유지하려는 거대한 설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이 모든 것을 생각하며, 우리가 딛고 서 있는 이 세계의 본질에 대해 다시금 묻는다. 우리는 과연 자유의지를 가진 존재인가, 아니면 잘 짜인 각본 속에서 허락된 만큼의 진실만을 보며 살아가는 플레이어인가. 답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질문을 던지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 거대한 시뮬레이션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저항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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