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의식은 이동할 수 있을까
SF 드라마나 영화에서 순간이동이나 의식 업로드 같은 장면을 볼 때마다, 나는 늘 같은 질문에 부딪힌다. '저것은 과연 진정한 의미의 이동일까?' 이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결국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우리가 사는 이 세계가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으로 나를 이끈다.
우리는 이미 일상에서 데이터를 자유롭게 복사하고 이동시킨다. 사진 한 장, 문서 하나를 클라우드에 올리고 다른 기기에서 내려받는 일은 지극히 평범하다. 하지만 우리가 '이동'이라고 부르는 이 행위의 본질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데이터의 이동은 실제로 원본이 물리적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위치에 데이터를 복사(Copy)하고, 원래 있던 것을 삭제(Delete)하는 과정에 불과하다.
이 서늘한 진실을 인간의 의식에 대입해 보자. 만약 나의 뇌 신경망과 기억, 의식까지 완벽하게 데이터화하여 '이동'시킨다고 해도, 그 본질은 복제본을 새로 만든 뒤 원본인 나를 삭제하는 것과 같다. 원본의 입장에서 나의 의식은 그 순간 끊기고 소멸한다. 새로 태어난 복제본은 나의 모든 기억을 가지고 있으니 "나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착각하겠지만, 그것은 더 이상 '나'가 아니다. 결국 의식의 이동이란 불가능하며, 그것은 '죽음과 복제'를 아름답게 포장한 기만에 가깝다.
이 결론에 도달하면, 우리는 필연적으로 '영혼'의 부재와 마주하게 된다. 만약 의식의 이동이 복제와 삭제에 불과하다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연속되는 불멸의 자아, 즉 영혼이라는 개념은 설 자리를 잃는다. 내가 '나'라고 느끼는 것은 신비로운 영혼이 아니라, 뇌의 신경망과 기억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데이터 패턴'에 불과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과거 데이터라는 개념이 없던 시절, 철학자들은 이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영혼, 정신, 본질 같은 형이상학적 언어를 빌려와야만 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뇌과학과 정보이론의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가 '나'라고 부르는 존재는 사실 전기 신호의 흐름으로 구현된 데이터 구조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 생각은 자연스럽게 '시뮬레이션 가설'로 이어진다. 만약 나의 의식이 데이터라면, 이 세계 전체가 그 데이터가 실행되는 거대한 시뮬레이션 환경일 수 있다는 추론은 더 이상 허무맹랑한 공상이 아니다.
물론 대부분의 SF 드라마는 이런 불편한 진실을 외면한다. 그들은 서사적 편의를 위해 '원본'의 존재를 신성시한다. 순간이동을 하든, 복제된 자아와 마주하든, 결국 원본 캐릭터는 유일무이한 진짜 주체로 남고, 나머지 복제본들은 소멸하거나 부차적인 존재로 처리된다. 관객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그리고 이야기의 명료함을 위해 '원본은 계속 이어진다'는 암묵적인 약속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진실이 아니라, 우리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허구적 장치일 뿐이다.
내가 시뮬레이션 가설을 99% 확신하게 된 이유는 바로 이 '데이터로서의 인간'이라는 관점 때문이다. 특히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일란성 쌍둥이가 비슷한 시기에 동일한 질병을 앓는 현상은 소름 끼치는 증거가 된다. 내부 장기 질환뿐 아니라, 척추 질병 같은 구조적인 문제까지 거의 동일하게 발현되는 사례는, 인간이 자유의지를 가진 개별적 존재라기보다 유전자라는 코드에 따라 실행되는 프로그램에 가깝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환경이라는 변수를 뛰어넘는 이 데이터의 힘은, 우리가 사는 현실이 기저 코드의 지배를 받는다는 강력한 암시를 던진다.
더 나아가, 이 방대한 우주 자체가 수학이라는 언어로 놀라울 정도로 완벽하게 설명된다는 사실은 기묘함을 넘어 부자연스럽다. 태양계조차 벗어나지 못한 인류가 발견한 수학이 어떻게 우주 전체의 법칙과 이토록 정확하게 들어맞을 수 있을까? 어쩌면 수학은 우리가 우주를 '설명'하는 도구가 아니라, 애초에 이 시뮬레이션 세계가 '설계'된 기저 코드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수학은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지식이 아니라, 우리가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시스템의 규칙, 즉 '족쇄'인 셈이다.
결국 나의 의식은 이동할 수 없다. 그것은 복제될 뿐이고, 원본인 나는 사라진다. 이 차가운 진실 앞에서 나는 내가 데이터 패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그리고 이 세계가 정교한 규칙 위에서 돌아가는 거대한 시뮬레이션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받아들인다. 그것은 허무함이 아니라, 오히려 지금 이 순간, '원본'으로서 살아가는 나의 존재가 얼마나 유일하고 소중한지에 대한 처절한 깨달음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