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는 몇 개의 지역으로 나뉘어 있는데(카운티인지 자치구인지 정확히 인식을 못 한 상태다) 일반적으로 관광객들은 맨해튼에 웬만한 큼직큼직한 관광지가 다 몰려있으므로 관광을 맨해튼에서 즐기고, 그다음으로 브루클린을 많이 가고 퀸즈도 이따금 가는 느낌이다. 브루클린의 그 특유의 비교적 한적하고 전원적인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었기에 브루클린을 여행지에 넣고 메트로의 거의 종점에 위치한 코니아일랜드를 가게 됐다.
아직 시차적응을 전혀 못 한 상태여서 비교적 안전한 뉴욕의 메트로를 타고 푹 자다 보면 맨해튼에서 약 1시간도 안 걸려서 코니아일랜드가 있는 역에 도착하게 된다. 뉴욕 지하철을 타면서 느꼈는데 여기 거의 KTX급으로 빠르다. 아니면 내가 경기도민이라서 이 정도 이동시간은 별 거 아니게 느껴서 빠르게 느껴진 것일 수도.
미국 옛날 공포영화를 보면 단골 소재로 나오는 것이 바닷가에 위치한 오래된 허름한 놀이공원인데, 코니아일랜드가 딱 그런 느낌이다. 낮시간에 사람들 많을 때 가서 그런 느낌은 덜했지만 어쨌든 안에 있는 캐릭터만 해도 우리나라 롯데월드의 로티 로니 같은 깜찍함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기괴한 표정을 한 피에로 느낌의 성인 남성 캐릭터들 얼굴이 간판으로 떡하니 붙어 있다. 역시 강력크한 미국인들. 코니아일랜드를 굳이 이번 관광 코스에 넣은 이유는 몇 가지 있었는데, 일단 미국 놀이공원에 대한 환상이 있었고, 브루클린을 어차피 한 번쯤 가보고 싶어서가 주된 이유였다.
잠이 들어서 2 정거장쯤 더 가는 애교를 한 번 피우고 다시 반대로 가서 다시 한 정거장을 간 다음에 겨우겨우 코니아일랜드에 입성! 루나파크에 들어가는 데는 입장권은 필요 없다. 놀이기구를 타는 탑승권만 필요하다. 갑판처럼 돼 있는데 데크 위로 걸으며 공원을 한 바퀴 돌아봤다. 어떤 놀이기구가 재미있을까 고민하다가 타 본 것이 Soarin’ eagle.
미리 말하자면 나는 놀이기구를 꽤 잘 타는 편이다. 툭 떨어지는 자이로드롭을 제외하면 티익스프레스 이런 종류는 하품만 나올 정도. 그래도 미국은 뭔가 스케일이 다를 거 같아서 인기 많은 놀이기구 중 비교적 만만해 보이는 이 녀석으로 결정한 거였는데, 큰코다쳤다. 일단 놀이기구 자체가 엄청 스피드 있고 자유공중회전을 하거나 높아서 무섭다기보다는, 그 안전상의 불신에 따른 근원적인 공포 때문에 무서운 편이었다. 발을 밑에 판에 살짝 대고 타는 거였는데, 다리가 잘 닿지 않아서 그냥 전완근으로만 내 몸을 지탱해야 하는 형태가 되어서 공포스럽기 짝이 없었다. 다리가 안정되게 착지가 됐더라면 훨씬 무섭지 않을 놀이기구였는데 잠시 월미도에서 호기롭게 바이킹을 탔었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둘 중 어떤 게 더 무섭냐고 물으신다면 당연히 월미도 바이킹이겠지만, 그래도 이 soarin’ eagle도 만만치 않은 복병이었다. 바이킹 특성상 같이 탄 사람의 허리둘레에 따라 안전 레버 내려오는 각도가 정해지기 때문에 옆 사람의 뱃살에 비례하여 공포감은 높아지고 생존 가능성은 반비례하여 떨어진다. 바이킹의 각도가 직각이 됐을 때 분명히 내 몸은 공중에 떴다. 믿을 것은 나의 전완근뿐이었는데 핸드폰을 잡고 탄 것이 화근이었을까, 핸드폰을 놓치면 일단 내 맞은편에 앉은 사람에게도 부상 이슈가 있기 때문에 책임감을 가지고 폰과 레버 둘 다를 놓지 않으려고 죽을힘을 쒔다. 난생처음 그렇게 손에서 땀이 나는 경험을 해봤다. 땀이 나니까 미끌거려서 더 죽을 맛이었다. 이것이 내 생존에 위기를 느꼈던 제1의 놀이기구이고, 이 소어링 이글이 두 번째가 되시겠다. 둘 다 옆 사람이 키가 얼마나 큰지, 얼마나 날씬한지에 따라서 별로 무섭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 유감스럽게도 나는 운이 좀 나빴다.
선더볼트는 언감생심 타볼 생각도 못 했고 그냥 영상만 찍으며 즐겼다. 시간 난다면 내가 찍은 영상도 한 번 봐 보시길. 수직 낙하 시 사람들의 즐거운 비명 소리에 나도 저절로 흥이 났다. 다 자기 발로 타러 간 거잖아?
해변도 산책하고 사진도 찍다 보니 배가 고파져서 nathan’s 핫도그를 먹으러 갔다. 엄청 유명하고 오래된 핫도그집이라고 해서 기대하고 갔는데 기대를 충족시키는 맛에 기뻤다. 많이 짜고 느끼하긴 했지만 이 정도면 만족합니다. 기대도 안 했던 두물머리 연잎 핫도그와 유사한 느낌이었다. 먹고 나서 한국에서는 이제 잘 보이지 않는 파파이스에 가서 치킨도 먹었다.
잠깐 먹은 뒤 해변을 걸었다. 시원하게 수영하며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수영을 워낙 사랑하다 보니 피크닉 매트랑 수건이라도 갖고 왔으면 나도 같이 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