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빅버스와 현지에서 만난 FIVE GUYS

여유롭게 천천히 여행하고 싶은 저녁

by 깐나

야간 빅버스와 현지에서 만난 FIVE GUYS



분명히 입을 헤 벌리고 뉴욕 건물을 두리번거리며 구경하는 알로하셔츠를 입고 메신저백을 맨 왜소한 asian 관광객은 갱스터들에게는 맛있는 뷔페이겠지만 버스를 타고 있을 때는 그러지 않을 것이다. 우사인볼 트도 아니고 뛰어서 쫓아와서 2층까지 점프해서(우사인볼트도 이건 못한다) 돈을 강탈해 갈 수는 없을 테니.

그만큼 빅버스가 뉴욕에서 저녁에 할 수 있는 관광 중에는 가성비 좋은 베스트라는 뜻이다. 애초에 무서워서 할렘 쪽으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아서 위험할 가능성은 낮았지만!


뉴욕의 초여름 밤바람은 습하고 따뜻해서 바람이 꽤 강하게 불어도 버틸 만했다. 게다가 낮시간도 아니라 햇볕이 없었기 때문에 맨눈으로 반짝이는 조명들을 볼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영어로 해설을 해주고 있었지만 잠시 듣다가 해석하면서 집중하는 것이 어려워서 그냥 포기하고 경치를 즐겼다.


낮에 크루즈에서 봤던 맨해튼 브리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월스트릿 등등이 스쳐 지나간다. 사실 그냥 2층버스의 오픈탑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밤 드라이브 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굳이 내가 지도를 찾아보면서 이동할 필요도, 걸어 다닐 필요도 없어서 낮시간의 여독을 푸는 겸 해서 더 좋다.


사실 빅버스는 버스 자유이용권을 끊어서 돌아다니다 내리고 관광 끝나면 다시 정류장 가서 타는 식으로 하는데 저녁에 나이트투어는 내리는 사람 한 명 없이 뉴욕 한 바퀴를 쭉 돌았다. 한 1시간 30분 정도 걸렸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닐 수도 있음. 뉴욕에 오게 되면 경제관념이 박살이 나는데, 사실 버스에 앉아서 슝 지나가는 건물만 보는 딱히 하는 것도 없는 액티비티? 임에도 뉴욕 물가치고 저렴한 가격에 가성비 있는 투어라고 느껴졌다. 한 끼에 밥값이 최소 5만 원씩 나오니까 무리도 아니다.




미국에는 3대 버거가 있는데 우리나라에도 이미 들어온 파이브가이즈, 셰이크쉑, 그리고 서부의 인 앤 아웃이 그것이다. 미국의 음식 하면 치즈가 찐~덕하게 들어가 있고 엄청나게 짜고 육즙이 가득한 고기, 그러면서도 채소는 거의 안 들어간 느끼한 음식들이 생각이 나는데 햄버거가 그것의 정수라고 생각한다.

그중에 이번에 내가 다녀온 곳은 FIVE GUYS. 땅콩을 무제한으로 주고 토핑도 all 추가해도 금액이 같다는 장점이 있다.



버거 중에서도 수제버거를 좋아하고 일반 프랜차이즈라도 버거킹이라든지 1955 버거라든지 소고기 패티에 치즈가 진하게 들어간 버거를 선호하는 나라서 기대하고 있었다. 야간 빅버스를 타고 살짝 허기진 배를 부여잡고 1달러인지 99센트인지 하는 이름의 피자를 먹을까 하다가 숙소 근처에 있는 차가운 스틸 느낌의 인테리어를 해놓은 파이브가이즈에 들어갔다.

시차가 꽤 나서 계산하면서 다니긴 했지만 밤 12시가 돼도 시차적응을 못한 탓인지 눈이 말똥말똥 떠져 있어서 뭔가를 먹어야만 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미국에 왔는데 1킬로도 안 찌고 가면 어쩐지 섭섭할 거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행에 오면 그곳의 식도락을 맘껏 즐기고 가야지! 또 언제 와보겠어.


매장에 들어가니 힙합 음악 할 거 같은 느낌의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내가 발견 못한 건지 뭔지 모르겠는데 일단 땅콩은 못 먹었고, all the way (기본 8가지 토핑)으로 치즈버거 한 개와 리틀치즈버거 한 개를 시켰다. all toppings free라니, 어둠의 서브웨이 같은 느낌이다. 알루미늄과 종이가 혼합된 거 같은 포일에 포장된 버거가 나왔는데 투박한 느낌이 인상적이었으나 맛은 진함 그 자체였다.

한국에서는 주변에 괜찮은 수제버거집에 가도 되니까 딱히 찾진 않겠지만 뉴욕에 왔다면 한 번쯤 들러볼 stereotype의 미국 맛이다. 맛있고 느끼했고 맥주가 당기는 맛이다. 피로한 몸을 이끌고 숙소 옆 마트에서 스텔라 한 캔을 사서 이야기를 나누며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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