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부탁 들어볼래요?
제 부탁 들어볼래요?
한 소절 한 소절
당신의 감정을, 모든 숨을 꾹꾹 눌러 담아
그렇게 노래하지 말아 줄래요?
너무 꾹꾹 담다가 박자가 늦어질까
내가 다 조마조마하다구요.
저러다 숨은 언제 쉬나, 마음 졸인단 말이에요.
하겠니이이이이이~
될테니까아아아아~
아픈 만큼 나르으으으을~~
이러지 말아 줄래요?
도대체 몇 번이나 떨림이 있는지
자꾸 센단 말이에요.
그걸 세려고 얼마나 많이 들어야 하는지
당신은 모르니까 그러시겠지요.
그리고
잔잔한 간주 후에
갑자기 치고 나오지 말아 줄래요?
거기서, 꼭,
당신이 그럴 걸 알면서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버린단 말이에요.
그래서 사랑이 시작된 것 같기도 해요.
그러니까
입을 좀 크게 벌리고 노래해 줄래요?
썩은니라도 하나 보이면
내 마음이 진정될 것 같단 말이에요.
내가 타인의 성대를 이렇게
사랑하게 될 줄 몰랐어요.
하필 성대를 사랑하게 되다니요.
그래서 나는 좀 당황스러워요.
그러니
그러지 말아 줄래요?
아! 또 하나.
노래하다 하~
이렇게 한숨 좀 쉬지 말아 줄래요?
성대만 사랑할 건데
너무 섹시하면 반칙이잖아요.
부탁할게요.
노래도 그리 즐겨 듣지 않았던 나. 어릴 적, 첫사랑 소년하고 헤어지면서 이별이야기에 심취해있긴 했지만. 그래서 별밤지기 이문세가 좋아하던 가수의 끝이었던 나. 올 여름 과하게 빠져들었다. 가수 고유진의 목소리에. 과하다, 이 나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