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요즘처럼 무더위가 한창이던 몇 해 전에 이사를 했다. 전에 살던 곳에서 계약 기간이 남아 있었다. 여러 가지 환경 변화가 필요했던 우리 가족은 급하게 이사를 해야 했다.
우연히 지인께 소개받아 아파트를 구경 갔다.
차들이 많이 다니고, 대형 트럭이 지나가면 건물이 흔들릴 정도로 시끄러웠던, 예전 집과는 다르게 아주 조용한 이곳이 마음에 들어 이사를 했다.
15년이 훌쩍 지난 오래된 아파트였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곳이었지만, 이사를 결정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동네엔 언제든지 편하게 장을 볼 수 있는 24시간 운영하는 큰 마트가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고 매일 마셔도 질리지 않는 커피와 빵, 떡을 파는 가게가 있다. 몇 발자국 집 앞에 나가면 언제든지 먹을 수 있다.
이른 새벽. 안방 창문으로 들어오는 한 줄기 햇살이 눈을 간지럽히면 나의 하루가 시작된다.
사춘기 아들과의 전쟁 같은 등교 시간이 끝난 후, 베란다 문을 열면, 참새들의 합창 소리가 매일 들려온다.
그러면 나도 모르게 창 밖을 바라보게 된다. 아파트 주변에는 많은 주택들이 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화단을 가꾼다.
아침마다 들려오는 물 뿌리는 소리, 바람에 실려서 나는 꽃향기, 나무 내음들이 언제나 기분 좋게 한다.
그 향기들을 맡으며 집안 청소를 끝내고 나면, 어김없이 집 건너편 카페 건물에서 고소하면서도 달콤할 것 같은 버터향 나는 빵 굽는 냄새가 난다.
오래된 건물인 만큼 오랫동안 거주하신 분들이 많은 우리 아파트 단지에는 연세 드신 할머니들이 많으신 것 같다.
이사 후, 할아버지는 한 분도 본 적이 없다.
'모두 출근하신 건가?' 혼자 생각했다.
할머니들은 비가 오는 날을 제외하고는, 주차 공간과 마주한 아파트 1층 입구에서 매일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눈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무엇을 먹었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외출할 때마다 인사를 하며 다녔다.
어느 날, 아들과 함께 외출하다 할머니들과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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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네! 인사를 해도 누구인지 모르겠어요!"
"아, 네? 이사 온 지 얼마 안 되어서요!" 하며 바쁘게 처리해야 할 일을 하러 갔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니, 몇 년이 지나도록 이웃들에게 제대로 인사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어머니께서는 이사하면 늘 떡을 나눠 주셨던 것 같은데, 다음에 기회가 있겠지!'
아파트 단지에는 일곱 가지 무지개색 여러 가지 꽃들이 있다.
우산 모양을 하고 있는 특이한 나무들도 있다.
그런 곳을 자주 살펴보시는 분이 계신다.
우리 집 옆동의 할머니는 날씨 변화 후, 시든 잎을 잘라 내고 손질한 뒤 활짝 웃으신다.
어떤 날은 그런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며 어머니를 떠올리기도 했다.
너무 조용해서 사생활이 보장이 안 되는 것 같은 생각에 조금 불편한 적도 있었다. 이곳의 정서에 조금씩 스며들고 있다. 익숙해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