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나는 과거의 어떤 순간을 그리워한다. 그것은 특별히 행복했던 날이나 극적인 사건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아무것도 특별할 것 없었던 평범한 오후, 아무 계획도 없이 친구 집에 놀러 갔던 여름날, 그냥 공원 벤치에 앉아 아무 생각 없이 하늘을 바라보던 그런 시간들.
그때는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았다. 오늘 뭘 할까 고민할 필요도 없었고, 내일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걱정할 이유도 없었다.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과 놀고, 배가 고프면 집에 가서 밥을 먹고, 졸리면 잤다. 그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그 전부가 충분했다.
어린 시절의 단순함은 물질적인 것만이 아니었다. 감정도 단순했다.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었다. 복잡한 이해관계나 미묘한 정치학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화가 나면 화를 냈고, 기쁘면 웃었다. 감정에 이유를 붙일 필요도, 정당화할 필요도 없었다.
지금 내가 사는 세상은 너무나 복잡하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확인해야 할 메시지들, 하루 종일 울리는 알림음들, 끊임없이 업데이트되는 뉴스와 정보들. 선택의 폭은 넓어졌지만, 그만큼 결정하기 어려워졌다. 점심 메뉴를 고르는 것조차 복잡한 계산이 된다. 칼로리, 가격, 동료들의 취향, 오후 일정까지 고려해야 한다.
관계도 복잡해졌다. 어린 시절에는 좋아하는 친구와 그냥 친구였다면, 이제는 직장 동료, 비즈니스 파트너, 네트워킹 대상, SNS 친구 등 수많은 범주로 나뉜다. 각각의 관계에서 보여야 할 다른 모습들, 지켜야 할 다른 예의들이 있다.
때로는 스마트폰을 끄고 싶어진다. 모든 앱을 삭제하고, 알림을 차단하고, 그냥 조용한 세상에서 살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이미 너무 깊숙이 들어와 있다, 이 복잡한 세상에.
그리움이 가장 강해지는 순간은 결정을 내려야 할 때다. 커리어의 방향, 인간관계, 주말 계획, 심지어 저녁 메뉴까지.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정의 결과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 어린 시절에는 대부분의 결정을 부모님이 해주었다. 그것이 때로는 답답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얼마나 편안한 일이었던가.
단순함에 대한 그리움은 게으름이 아니다. 복잡함에 지친 마음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너무 많은 정보, 너무 많은 선택, 너무 많은 관계 속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놓치고 사는 것은 아닌지 하는 불안감.
가끔 나는 실험을 해보고 싶다.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서랍에 넣어두고, 계획 없이 동네를 산책하는 것. 카페에서 책을 읽거나, 공원에서 그냥 앉아있거나, 아무 목적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 그런 날 저녁이면 분명 이상하게 충만한 기분이 될 것이다. 아무것도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았는데도.
단순함이라는 것은 적은 것을 갖는 것이 아니라, 진짜 필요한 것만 남겨두는 것인지도 모른다. 복잡한 세상에서도 자신만의 단순한 공간을 만들어가는 것. 그리고 때로는 모든 것을 멈추고, 아무 생각 없이 하늘을 바라보는 여유를 갖는 것.
어쩌면 우리가 그리워하는 것은 과거가 아니라 그때 가졌던 단순한 마음가짐인지도 모른다. 복잡한 계산 없이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었던, 그 순수한 능력. 그리고 그것을 되찾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다만 조금 더 의식적으로, 조금 더 용기를 내서 단순함을 선택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