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를 보지 않는 시간

by 생각의정원

휴식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어린 시절에는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던 일이 어른이 되면서 점점 서툴러진다. 마치 자전거 타는 법을 잊어버린 것처럼, 우리는 언제부턴가 제대로 쉬는 법을 모르게 되었다.


진정한 휴식과 그냥 시간을 보내는 것은 다르다. 소파에 누워 스마트폰을 보는 것, TV를 켜두고 멍하니 있는 것,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SNS를 스크롤하는 것. 이런 것들은 휴식이 아니라 그냥 활동을 멈춘 상태일 뿐이다. 몸은 쉬고 있을지 몰라도 마음은 계속 어딘가로 달려가고 있다.


잘 쉬는 사람들을 관찰해보면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휴식을 하나의 기술로 여긴다. 마치 피아노를 치거나 수영을 배우는 것처럼, 휴식도 연습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다. 휴식에도 요령이 있고, 나름의 방법론이 있다.


먼저 환경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한다. 휴식을 위한 공간을 따로 마련하는 것이다. 그것이 꼭 특별한 방일 필요는 없다. 거실 한쪽 코너일 수도 있고, 침실의 작은 의자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공간에서는 오직 쉬는 일만 한다는 것이다. 일하지도 않고, 스마트폰을 보지도 않고, 그냥 존재한다.


호흡을 의식하는 것도 중요하다. 바쁜 일상에서 우리는 호흡을 잊고 산다. 숨을 쉰다는 것이 당연하니까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의식적으로 깊게 숨을 쉬어보면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마치 몸속에 갇혀있던 무언가가 풀려나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시간의 감각을 놓아주는 것도 필요하다. 휴식할 때는 시계를 보지 않는다. "30분만 쉬고 일해야지", "1시간 후에는 이걸 해야 하는데" 같은 생각들을 내려놓는다. 시간은 그냥 흘러가도록 둔다. 마치 강물이 자연스럽게 흐르는 것처럼.


좋은 휴식은 몸과 마음을 동시에 달래준다. 따뜻한 차 한 잔을 천천히 마시는 것, 좋아하는 음악을 조용히 듣는 것, 창밖을 바라보며 구름의 모양을 관찰하는 것. 이런 작은 의식들이 쌓여서 진정한 휴식이 된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다른 사람과 함께 있으면 어느 정도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완전히 혼자가 되어야만 느낄 수 있는 평온함이 있다. 아무에게도 신경 쓰지 않고, 아무것도 맞춰주지 않아도 되는 시간.


자연과의 접촉도 좋은 휴식이다. 공원을 산책하거나, 나무 그늘 아래 앉아있거나, 바다를 바라보는 것. 자연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있어주면 된다. 그리고 그 무요구의 시간 속에서 우리는 진정으로 쉴 수 있다.


잠도 휴식의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그냥 자는 것과 잘 자는 것은 다르다. 좋은 잠을 위해서는 하루를 정리하는 의식이 필요하다. 오늘 있었던 일들을 되돌아보고, 내일 할 일들을 간단히 정리하고, 마음을 비우는 것. 그래야 깊고 편안한 잠에 들 수 있다.


현대인에게 휴식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죄책감이다. 쉬고 있으면 뭔가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더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하지만 휴식은 낭비가 아니다. 오히려 투자다. 잘 쉰 다음에는 더 좋은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휴식에도 리듬이 있다. 매일 조금씩 쉬는 것, 일주일에 한 번 길게 쉬는 것, 한 달에 한 번 완전히 벗어나는 것. 이런 여러 층위의 휴식이 조화를 이룰 때 삶의 균형이 잡힌다.


결국 잘 쉬는 법은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어떤 환경에서 편안해하는지, 어떤 활동이 진정으로 마음을 달래주는지, 얼마나 자주 얼마나 오래 쉬어야 하는지.


이런 것들을 하나씩 발견해가는 것이 바로 휴식의 기술을 익히는 일이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는 깨닫게 될 것이다. 잘 쉬는 것이 잘 사는 것의 절반이라는 것을.

바쁘게 달려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멈춰 서서 자신을 돌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keyword
이전 01화단순함이라는 사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