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국가, 미승인국, 현지인루트, 대통령 해외순방 등 독특한 여행기 소개
IMF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 여름.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로 떠났다. 헝가리 에스테르곰과 슬로바키아 슈투로보를 가르는 다뉴브강을 건너면서 지불한 뱃삯이 미화 50센트, 한화 500원이었다. 전체 여행비용 4.5달러. ‘500원에 국경 넘기’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순간이다.
1996년 미국 캘리포니아를 시작으로 2025년 발칸반도와 중앙아시아까지 60국을 여행했다.
첫 여행의 충격은 평생 잊지 못할 게다. 공항을 나서는 순간 온몸으로 느낀 온도, 습도, 바람, 냄새, 소리는 전혀 생소했다. 그런 비가시적 차이가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막연히 아는 건 차라리 모르는 것이다. 사진과 영상, 뉴스와 영화는 매우 제한적인 정보만 전달할 뿐이다.
1992년 발매된 015B의 노래 ‘수필과 자동차’는 순수했던 젊음에서 점차 물질문명으로 물들어가는 삶을 풍자한다. 가사 중에 “해외여행 가봤는지 중요하게 여기네”라는 대목이 나오는데, 당시 시대상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 시절 해외여행과 자동차는 부와 성공의 상징이었다.
실제 우리나라 해외여행 자유화는 1989년 1월 1일 전면 시행됐다. 88올림픽이 열린 1988년까지는 반공소양교육을 이수한 뒤 허가를 받아 출국할 수 있었다. 사치로 여겨졌고, 웬만한 경제적인 여유가 있지 않는 한 엄두조차 내기 어려웠다. 일본만 잠깐 다녀와도 자랑거리였다.
하지만 모든 상징이 모든 현실에 부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1990년대 IMF 외환위기 시절에도 20대의 한국인은 500원으로 국경을 넘었다. 대단한 부와 성공 없이도 충분히 가능했다. 지금도 마찬가지. 정보와 배짱과 실행력이 있으면 규모에 맞춘 해외여행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2001년 3월 29일 인천국제공항 개항 전까지 주요 국제선 비행기는 김포국제공항을 이용했다. 해외여행 자유화 이전, 개발도상국 시절엔 김포공항이면 충분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빠르게 선진국이 됐고, 불과 한 세대 만에 (일부) 해외여행이 국내여행보다 저렴해진 시대가 왔다.
이 책은 60개 나라를 여행한 작가가 직접 쓴 여행기와, 직접 찍은(혹은 찍힌) 사진으로 구성했다. 기록과 메모, 사진, 기념품, 티켓 등을 끌어 모아서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여행기를 작성했으며, 10년간의 휴식 이후 2017년부터는 영상 등의 추가 자료들을 활용했다.
사진은 1996년부터 2002년까지 일회용 카메라를 포함한 필름 기반 자동카메라와 수동카메라, 2007년까지 화질이 아쉬운 2세대 디지털카메라, 2017년 이후로는 고해상도의 DSLR 카메라와 스마트폰으로 찍은 것들이다. 화질이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으나, 각각의 매력이 뚜렷하다.
1996년부터 2007년까지 26개국을 여행한 뒤 10년간 해외여행 암흑기를 보냈고, 다시 2017년부터 2025년 현재까지 34개국을 추가로 여행했다. 미국, 중국, 독일, 오스트리아,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바티칸시국, 체코, 루마니아, 몰도바, 태국 등은 2회 이상 방문한 나라들이다.
초소형국가나 미승인국, 현지인 여행루트, 대통령 해외순방 등 경험하기 쉽지 않은 이색 여행들과 경험을 담았다. 돌발 상황에 대한 유연한 대응과 모험심을 필요로 하는 1인 여행이 많지만 일행과 함께한 여행지도 상당하다. 모든 여행은 가급적 1인 여행의 시점으로 정리하며, 흔히 경험할 수 있는 관광 개념의 여행은 과감히 축소, 생략하거나 사진 위주로 소개한다.
여행 순서는 작가가 실제 방문한 순서를 따른다. 직접 겪은 경험을 기반으로 해당 국가와 여행지에 대한 기본 정보와 간단한 팁을 담았다. 여행 당시에 방문한 관광지뿐 아니라 그 이후 추가된 핫플레이스와 스폿을 포함한 여행명소를 MTA(main tourist attractions)로 추천한다.
20명의 루마니아 집시강도(?)들을 만난 위기, 튀르키예에서 한국전 참전용사들과의 조우, 슬로바키아의 버스 안에서 겪은 어려움, 인적 없이 칠흑 같은 어둠 속 사우디아라비아 광야와 초여름 아르메니아 여행 중 설벽(雪壁)에서 당한 조난, 몰도바·이탈리아·포르투갈·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서 만난 치기배들 등 일반 관광에서 경험하기 힘든 독특한 에피소드들이 등장한다.
전업작가는 아니지만, 2025년 7월 정치전문기자와 주요 선거캠프의 기획·공보·홍보·메시지 책임자로 쌓은 20년 경험을 담아 ‘지방선거 승리의 선거캠프’(도서출판 삼인)를 출간했다. 매뉴얼과 자기계발서에 가까운 딱딱한 책을 쓰면서, 그와 대비되는 여행에세이를 갈망하게 됐다.
독일에 말발 센 아들과 딸이 있고, 녀석들에게 시달리는 아내가 있다. 자주 가다보니 유럽여행 기회가 남다르다. 언제부턴가 귀국 날짜를 정하지 않은 채 편도로 여행한다. 귀국할 때 두어 주에 걸쳐 동쪽으로 여러 국가를 거치다보니 티켓도 여러 장 필요하다. 비행기만 10번 이상 탄 여행도 있다. 살은 빠지고, 시차는 줄고, 경험과 추억은 쌓인다. 일석삼조(一石三鳥)다.
공자(孔子)는 “세 사람이 가면 반드시 내 스승이 있다(三人行必有我師)”고 논어(論語) 술이편(述而篇)에서 말했다. 30년간 해외여행에서 만난 수많은 친구들에게 감사한다. 새로운 환경과 문화, 역사를 통해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부지불식간 범했을 무례와 피해에도 정중히 사과드린다. 동해에 여행기를 집필할 장소를 기꺼이 마련해 준 가온·라온네에도 고마움을 전한다.
마지막으로 덧붙인다. 개인적으로는 100개국을 찍어 ‘센추리클럽’에 가입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직업여행가로 전업하지 않는 이상 만만한 목표는 아니다. 그렇다고 지레 포기할 생각은 1도 없다. 확실한 건 2025년 북마케도니아가 마지막 해외여행국은 아니라는 점이다.
#500원에국경넘기 #해외여행 #60개국 #미국 #유럽 #발칸반도 #중국 #중앙아시아 #동남아 #중남미 #대양주 #중동 #캅카스3국 #아프리카 #대통령해외순방 #수필과자동차 #필카 #DSLR #초소형국가 #집시강도떼 #한국전참전용사 #위기관리 #삼인행필유아사 #센추리클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