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의 하루는 늘 누군가와 부딪히는 일의 연속이었다.
회의실 안의 공기, 엘리베이터 속의 무표정한 시선, 점심을 함께하자는 말조차 피곤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그럴수록 마음 한편은 더 간절해졌다. 아무도 내 이름을 부르지 않고, 내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곳. 그래서 나는 통영을 찾았다.
바다는 언제나 정직했다. 눈앞에 펼쳐진 수평선은 꾸밈이 없었고, 밀려왔다 물러가는 파도는 그저 제 길을 따를 뿐이었다. 나는 그 앞에 앉아 긴 숨을 내쉬었다. 아무도 묻지 않는 자리에서, 오히려 오래 눌러놓았던 내 마음이 하나둘 피어올랐다.
삼칭이길을 걷다 보면, 발밑으로 부서지는 자갈 소리가 혼잣말처럼 들려왔다. 누구와 나누지 않아도 충분히 충만한 시간이었다. 바람은 내 머리칼을 스쳐 지나가며 오래된 이야기들을 데려갔고, 노을은 서서히 바다 위를 물들이며 나를 위로했다.
혼자라는 건 고립이 아니라 자유였다. 누구의 속도에 맞추지 않아도 되고, 누구의 표정에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시간. 통영은 그 자유를 온전히 허락하는 도시였다. 나는 그곳에서 비로소 나와 마주했다.
돌아가는 길,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언젠가 다시 지치고 무너질 때가 있더라도, 이 바다와 이 골목이 내 안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버틸 수 있으리라. 그래서 나는 혼자이고 싶을 때, 언제든 마음속으로 통영을 찾는다.
이 글은 제가 오래도록 기록해 온 이야기의 한 조각입니다.
그 흔적들을 모아 《통영, 자다가도 일어나 바다로 가고 싶은 곳》이라는 책으로 묶어내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준비하며 제가 받은 위로와 영감은 통영이 제게 건네준 선물이었습니다.
부족한 글을 읽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드리며,
혹시 통영의 풍경과 감정을 더 깊이 느끼고 싶으시다면
그 책 속에서 함께 걸어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