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케데헌> 속 노리개, 마마신과의 대치

케데헌 속 신화, 춤추는 한국문화1


<챗지피티와 함께 제작한 노리개: 산호수와 케데헌>



오래전 결혼식 날,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시어머니께서 건네주신 산호수 노리개를 나는 아직도 선명히 기억한다. 곡선이 아름다운 옥 장식에 붉은 산호가 포인트로 달린 노리개는, 단순한 장신구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그때는 그저 곱고 예쁘다고만 생각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알게 된 사실은 그 산호수 노리개가 여성들의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고, 더 나아가 역병을 막는 주술적 힘까지 지녔다는 것이었다.

최근 나는 우연히 <K팝 데몬헌터스(케데헌)>의 무대에서 같은 모티프의 여러 개의 노리개를 발견했다. 여주인공들 헌트릭스 멤버가 화려한 의상에 매단 노리개는 언뜻 보면 단순한 패션 아이템처럼 보이지만, 내 눈에는 조선 여성들이 지니던 주술적 의미가 떠올랐다. 케데헌의 세계관 속 ‘악령과 맞서는 전사’라는 설정과, 과거 여성들이 역병을 물리치려 몸에 지녔던 노리개의 의미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무대 위에서의 장식품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문화적 무지개 다리처럼 다가왔다.

신라시대부터 조선 시대를 거쳐 근대 초까지 천연두는 ‘마마(痘瘡)’라 불리며 사람들의 삶을 뒤흔든 무서운 전염병이었다. 왕실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숙종의 부인 인경왕후는 천연두로 20살의 꽃다운 나이에 삶을 마감했다. 설상가상으로 숙종 자신도 천연두에 걸리고 만다. 또한 아들 경종과 영조도 천연두에 걸리는 아픔을 연달아 겪기도 했다. 숙종에게 천연두는 참으로 끔찍했을 것이다. 이후 조선 말기 순종 이척도 천연두에 걸렸지만 다행히 회복되었다. 조선 시대 사람들은 산호의 붉은 빛이 마마신을 물리친다고 믿었고, 그래서 여성들은 산호수 노리개를 옷에 달아 자신과 가족의 무병장수를 기원했다. 산호의 붉은 기운이 악귀와 질병을 막아낸다고 여긴 것이다. 산호 노리개는 단순한 장신구가 아니라, 역병과 죽음 앞에서 간절히 의탁했던 보호의 부적이었다.

이렇게 보면 케데헌 속 노리개는 단순한 패션 장식이라고 볼 수는 없는 일이다. 무대 속 악령과 맞서 싸우는 상징물이자, 조선시대 여성들이 마마와 싸우던 기억을 오늘날 무대 위로 소환하는 문화적 장치다. 무대 위의 아티스트가 착용한 노리개 하나가, 수백 년 전 왕자들의 죽음을 막지 못해 애통했던 궁중 여성들의 기도와 겹쳐 보이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는 더 이상 산호수 노리개를 달고 다니지 않는다. 대신 손목에는 스마트워치, 목에는 웰빙 목걸이, 손가락에는 건강을 측정하는 링이 달려 있다. 걸음 수와 심박수, 수면의 질을 알려주는 디지털 액세서리들은 과거 노리개가 하던 역할을 새로운 방식으로 이어가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 스트레스라는 ‘현대의 마마’와 싸우기 위해, 우리는 다시 산호수 노리개 같은 액세서리를 의지하고 있는 셈이다.

오래 전 결혼식 한복 예복의 허리춤에서 흔들리던 나의 노리개, 케데헌 속 헌트릭스의 노리개, 그리고 바다 깊은 곳의 산호수까지. 그것들은 서로 다른 세계에서 태어났지만, 모두가 하나의 신화를 속삭이고 있었다. 흔들림 속에서 길을 열고, 병마를 몰아내며, 우리를 지켜주는 이야기. 이제 나는 그 신화를 글로 남겨보고 싶다. 그리고 조용히 묻고 싶다. “우리는 어떻게 질병과 두려움을 이겨내며, 삶을 지켜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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